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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비와 당신의 이야기'와 '라스트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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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를 쓰느라 영화 속 ‘편지’에 대해 돌이켜 생각했다. 수신인을 잃은 편지는 어디로 가게 되나. 그 자리가 어디이고 누구인지를 말해보고 싶었다. 받는 이가 이제는 세상에 없거나 가 닿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해도 이들의 서신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쓰이고 읽힌다.

‘쿄시로’가 ‘미사키’ 생각에만 갇혀서 다음 소설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하자 ‘유리’는 언니 이야길 계속 써 보라고 말해준다. 언니인 척하면서 편지 쓰기를 계속하다 보니 마치 언니 인생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그러니 누군가가 어떤 사람을 그리워한다면 그 사람은 죽은 뒤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지 않겠냐고.

‘영호’가 우산 만드는 사람이 되고 ‘쿄시로’가 소설 쓰는 사람이 된 건 그러니까 편지의 연장선이다. 마음을 기다리는 것에서 시작해 날씨를 기다리고, 나아가 기다림 자체를 계속해나가게 되는 일을 <비와 당신의 이야기>와 <라스트 레터>를 겹쳐 보면서 되새긴다.

‘영호’의 편지도 ‘쿄시로’의 편지도 결코 쓸모없지는 않았다. 답장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편지를 시작하는 ‘나’는 편지를 다 쓰고 난 뒤의 ‘나’를 기다리며 쓰는 행위를 지속한다. 이 기다림에는 특별한 보상이 없다. ‘영호’는 우산을 계속 만들 것이고 ‘쿄시로’는 계속 소설을 쓸 것이다. 이 평생의 기다림은 다만 이야기로 남을 따름이다. 내일의 날씨를 모르는 채로, 오늘 날씨를 바라보며 이 계절이 어떤 계절의 뒤에 이어지는 것인지를 생각한다.

https://www.instagram.com/p/CQa61EMF2k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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