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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의도적으로 조금 튀어나온 듯한,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냉혹한 스릴러가 지니는 극도의 현실감. 얼핏 수임의 가정을 제외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정상적인 인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지만, 저마다 각자의 동기나 욕망에 지극히 충실한, 혹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라는 점이 이 입체적인 드라마를 계속 지켜보게 만든다. (좋은 캐릭터는 타인이나 외부 환경에만 휘둘리는 게 아니라 일단 스스로의 동기를 벗어나지 않을 줄 아는 캐릭터이기도 하니까.) 게다가 주된 시선은 수임이 아니라 서진이되, 영화가 아닌 드라마만이 할 수 있는 분량 배분 덕에 이 작품의 지형도는 훨씬 입체적이다. 그래서 일차적으로는 우주나 혜나를 응원하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수임의 존재가 캐슬에 주는 영향처럼, 예서나 예빈과 같은 인물에게도 일말의 좋은 변화가 있어주길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아, 물론 어른 먼저. (2018.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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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왜 되었냐는 준상의 물음에 엄마가 되라고 해서 됐다고 말하는 그를 보며 또 생각했다. 되고 싶은 것이 지금 내가 살면서 누리는 세상보다 그 바깥에 있는, 성공하기 위해선 지금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밟아야 한다고 믿게 만드는 세상이 과연 건강한 걸까. 제대로 된 토론 같은 게 일어날 리 만무한 곳이라면. 하고 싶은 것보다 되고 싶은 것을 추종하는 곳이라면. 이 사회는 더 나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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