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적끄적 썸네일형 리스트형 황현산, 리스본행 야간열차, 다가오는 것들 "인간의 지성은 한정되고 그 수명은 짧지만, 그가 가진 기억에 의해 인간은 정신의 불멸성을 획득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바치는 사랑은 변덕스럽고 불완전하지만 스러지는 인간은 그 사랑을 가장 완전하고 가장 영원한 "형상으로 간직"해둘 수 있다. 삶은 덧없어도 그 형상과 형식은 영원하다. 그래서 한번 살았던 삶은 그것이 길건 짧건 영원한 삶이 된다." (황현산) 삶의 가까이에서 문화와 예술을 체험하고 받아들이는 매 순간 우리에게는 작품 수만큼의 언어가 생겨난다. 그 언어들은 모두 모호함과 불확실함과 경계의 영역에 있다. 그러나 그들 각자가 내포하고 있는 삶의 정수와 누군가의 역사와 길고 긴 마음들이 마치 직접 경험해본 것인 양 자리 잡고, 어느 무렵 마주하게 될 실제 인생의 모호함과 불확실함과 경계를 통과하게.. 더보기 심규선, 밤의 정원 1. "저 혹시...?" ⠀ 며칠 전에는 집 근처 스타벅스에서 주문을 받는 파트너 분과 서로 알아보았다. 그는 700여 미터 정도 떨어진 다른 스타벅스에서 근무했던 분인데 한동안 다른 구에 있는 지점에서 일하다 얼마 전부터 이 지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얼마 전'이 거의 1년 전인데, 아주 규칙적으로 가는 곳은 아니지만 스케줄 근무를 하는 파트너 특성상 그간 한번도 요일과 시간이 맞지 않았을 수 있겠는 것. 마스크를 쓰기 전 얼굴로 마스크를 쓴 얼굴을 알아보는 일도 신기하지만 마찬가지로 그동안 한번도 만나지 못한 것도 그렇다. 서로가 서로가 맞는지 알아보고자 눈동자가 커지고 시선이 조금 더 마주치는 그런 일은 이미 흔치 않게 일어난다. ⠀ 2. 그런 비일상의 순간은 무엇인가를 좋아하길 지속할.. 더보기 영화 매거진 '무비고어' 시즌 3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7/22) 7월 11일부터 펀딩이 시작된 영화 매거진 (Moviegoer)에 지난 시즌에 이어 필진으로 참여했어요. 'all-star-season'이라는 제목이 붙은 세 번째 에 저는 ["참 멋진 인생이야, 안 그래?" - (2020)가 남긴 것]이라는 글을 실었습니다. ⠀ 저를 포함한 열한 명의 필진이 등의 작품들을 다뤘습니다. 지난 시즌에 이어 필진들이 주요 OTT 추천작 목록도 실려 있어요. 로 만나는 글들이 영화의 여운을 마음에 오래 남게 하거나, 다른 시각을 얻게 해주거나 혹은 그 영화의 가치를 더 빛나게 해주는 것들이기를 바랍니다. ⠀ (...) 묘에 당도한 제임스는 “Forgive me.”(용서해줘)라고 적힌 쪽지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바닥에 떨어뜨린다. 쪽지를 떨어뜨린 뒤에는 “I miss you”.. 더보기 사랑의 노래들 1. 주로 영미 팝 위주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가사에 집중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시를 읽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노랫말에도 관심을 가지려고 해왔던 것 같다. 돌아보면 오래 귓가에 남은 노래들은 많은 부분은 그것의 말들에 마음을 의탁하고 있게 되거나 잊을 수 없는 인상과 (노래 밖) 경험을 형성했거나 혹은 빠져들게 만드는 무엇이 거기 분명 있었다. 예를 들면 "Sometimes I wish we never built this palace but real love is never a waste of time"이라든가(Sam Smith, 'Palace', 2017), "Swear to be overdramatic and true to my lover"라든가(Taylor Swift, 'Lover', 2019), 아니.. 더보기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2017) "48명 밖에가 아니라 '48명이나' 죽은 겁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이는 누군가 사소하게 여길 수 있는 것 하나에도 쉽게 무너지고 도처에 아픔과 상기하게 만드는 일들이 가득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일도 힘겨운 사람이다. 무너진 쇼핑몰의 이름을 하고 있는 버스정류장 이름. 희생을 기린다며 '그날'을 상기하게 만드는 추모비. 비용을 줄이자며 환경과 교통약자를 고려한 건축 설계에 대해 "예술하지 말라"며 면박 주는 사람. ⠀ '그냥'이라는 말의 앞뒤에 얼마나 많은 망설임과 주저함과 고민이 담겨 있을지 생각한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하루를 보내다가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지?"라는 말에 멈칫하고, 어떻게 해도 늘 결말이 같은 꿈을 꾸면서 새벽 4시에 눈을 뜨는 일상을 보내는 이에게 '그냥'은 쉽지 않은 .. 더보기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2022) 13화 - 태풍, 시나리오 1&2&3 태풍이 발생하는 원인은 "지구가 자전을 반복하면서 생긴 열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2022)의 13화. 14호 태풍과 15호 태풍이 연이어 제주에 상륙하는 상황 속에서 예보팀은 태풍이 전남 남해안을 시작으로 한반도 전체를 관통한 뒤 포항으로 빠져나가는 시나리오, 동쪽으로 더 꺾여 남부 지방 일부에만 영향을 주는 시나리오, 북태평양 고기압의 수축으로 일본 규슈 쪽으로 전향하는 시나리오를 각각 상정한다. ⠀ 긴박한 상황이 모두 지나고 난 뒤 하경(박민영)의 내레이션은 앞에서 말한 태풍의 발생 원인과 함께 이런 내용으로 이어진다. "지금 이 태풍이 당장은 우리를 힘들게 할지 모르나 길게 보면 결국 모두에게 유익한 존재라는 뜻이다. 지금 이 순간을 잘 이겨.. 더보기 영화 '스타 이즈 본'(2018) 메모들 1. 어떻게 여기 온 거예요?(앨리) 얼굴은 왜 가려요?(잭슨) 분장실엔 왜 왔어요?(앨리) 작중 배경이 되는 드랙 바는 남자들이 여장을 하고 노래하는 곳인데 앨리는 유일한 여성 2. 내가 쓴 노래는 안 불러요, 불편해서요. 내가 만난 음악 쪽 사람들이 내 코가 너무 커서 난 안 될 거래요. 엄청 예쁜데. 코 보여주는 거예요? 신체와 신체의 접촉, 그리고 그것의 클로즈업에 집중 날 빤히 쳐다보면서 노랠 듣고 이래요 목소리는 좋은데 생긴 게 별로네 태어났을 때 귀가 안 들렸어요 그런데 가수가 됐죠 재능이 없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내 식대로 들려줬는데 통한다는 건 특별한 재능이에요 '잭슨 메인'이랑 술을 마시다니 3. Shallow 즉석에서 잭슨을 보며 앨리가 부른 노래 앨리가 전.. 더보기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2022) https://brunch.co.kr/@cosmos-j/1380 일상의 학교가 지옥보다 끔찍한 곳이 된다면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2022) 리뷰 | 역사적으로 '좀비'는 항상 폭력이나 전염병 등 사회문화적 화두와 그 흐름을 같이 했다. 국내 미디어에서 흥행성을 인정받기도 전인 2009년부터 brunch.co.kr 역사적으로 '좀비'는 항상 폭력이나 전염병 등 사회문화적 화두와 그 흐름을 같이 했다. 국내 미디어에서 흥행성을 인정받기도 전인 2009년부터 연재된 원작에 작중 인물들이 좀비에 대해 전혀 생소하지는 않다는 설정((2016) 등)이 추가됐다. (제작 논의는 이미 7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2022)에게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각종 도구와 맨몸으로 좀.. 더보기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뒤엉킨 꿈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뒤엉킨 꿈을 꾸느라 뒤척인 새벽이었다. 본래 꿈의 세부를 잘 기억하는 편은 아니다. 어떤 사람이 나왔다, 대략 어떠한 상황이었다, 정도의 느낌만 남는 것이 보통인데, 이것을 유달리 감각하는 건 그 꿈이 처음이 아니라서다. 꿈속의 나는 과거 현실의 자신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의 선택들을 반복하고 있었다. 꿈의 내용을 돌이킨다면 끊임없이 불가항력적인 것에 이끌려 어떤 말과 행동들을 계속하는데 그 발화와 움직임의 결과와 영향을 알면서도 그것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에 계속해서 시달리는 것이었다. 아니, 꿈속이었으니 그걸 '사실'이라 부르면 안 되는 건가. 어쨌든 반복된다는 건 흩어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다는 뜻이겠다. 과거의 실패, 혹은 넘어짐들. 꿈에서 그것들을 반복적으로 만나는 .. 더보기 노매드랜드, 2021년의 극장 영화 영화 (2020, 클로이 자오)의 원작자 제시카 브루더가 강조해서 발화하는 단어 중 하나는 '회복력'(Resilience)이다. 나는 이 단어를 정혜윤의 『슬픈 세상의 기쁜 말』(2021)에서도 읽었다. 정혜윤은 "생명의 유한함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들은 서로를 그리고 남은 사람들을 돌보기 시작한다.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인간의 품위다."라고 썼다. (145쪽) 이것이 꼭 생명의 유한함에서만 비롯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시간 동안 어떤 것들을 떠나보냈는가, 지금 어디로 향하는 길 위에 서 있나, 또 새롭게 맞이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우리는 정말 길 위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See you down the road.") 어떤 것들을 나는 영영 떠나보내야만 하고, 더는 생각할 수 없.. 더보기 이전 1 ··· 3 4 5 6 7 8 9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