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머문 이야기

마음산책북클럽 2기 첫 날의 이야기 (2019.02.13.)

cosmos-j 2019. 2. 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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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그 작가의 목소리로 듣고 그 책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같이 듣는 자리는 시든 소설이든 언제나 좋은데, 김금희 작가님이 오신 마음산책북클럽 첫 번째 만남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책 사인을 받고 선물을 챙겨서는, 마침 행사장소에서 합정역 가는 길에 있는 스타벅스가 열 시 반까지 영업이라 한 시간은 앉아 있다 갈 수 있겠다 하며 들러 숏 사이즈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음료를 받아 자리를 잡고는 매장 외부에 있는 화장실에 갔는데, 다시 스타벅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김금희 작가님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사인을 받은 지는 몇 분의 시간이 흘렀고 나 말고도 수십 명의 사인을 더 하셨을 테니 날 알아보신 건 낭독자로 참여했기 때문일 텐데, 그것보다는 합정역 스타벅스라는 그 장소와, 아홉 시 사십 분이 조금 넘은 그 시간이 환기되었다. 이 시간이라니, 여기라니. 멋쩍게 웃으며 짧게 인사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는데, 마치 오늘 북클럽에서 다룬 책 외에 현대문학 핀 시리즈 『나의 사랑, 매기』도 가방에 있어 거기도 사인을 받을까 싶었지만 혼자의 시간을 침해하고 싶지는 않아 그냥 자리에서 혼자 책을 읽었다.

이 이야기를 내일 만나는 지인에게 했더니 성덕이라며 기분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맞다. 이런 날은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실은 낭독할 때 입 속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 같은 게 스스로 들려서 읽는 내내 '잠깐 멈추고 물 한 모금을 마셔야 하나' 싶었지만 흐름이 끊기는 것은 또 원치 않아 그냥 계속 읽었는데, 사인받으면서 작가님과 (사회를 맡은) 편집자 님께 그 얘길 웃으며 했더니 "그런 소리 전혀 안 들렸고 낭독 잘해주셨어요!" 하시는 거다. 스스로한테만 느껴지는 소리 같은 건가 생각하면서, 그랬다면 또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오는 내내 '그의 에그머핀 2분의 1'의 선미와, '파리 살롱'의 윤을 떠올렸다. 낭독하기를 청한 건 소리 내서 읽는 연습을 요즘 계속 혼자 하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어떤 작가의 앞에서 그 작가의 책을 직접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어디 흔한가. 집에 오는 길도 '온난한 하루'일 수 있었다. (201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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