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틴 스피릿' GV의 일기: 6월 4일과 6월 5
한 편의 영화에 관하여 할 수 있는 이야기의 길이 혹은 폭은 어디까지일까. <틴 스피릿>의 GV 행사 준비를 하면서 고민이 없지는 않았다. 상영시간 93분짜리의, 가볍다면 가볍고 또 뻔하다면 뻔한 이 영화를 두고 얼마나 대단한 해설 혹은 생각들을 전해줄 수 있을까. 시간을 내어 극장에 와준 참석자들에게 그 시간이 알차다고 생각할 만한 이야기로 남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감독과 배우들의 해외 인터뷰와 각종 리뷰들을 빠짐없이 찾아보면서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본 영화의 장면들을 돌이켰다. 몇 년 전에나 했지 요즘은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펜과 노트를 꺼내지 않게 된 지 오래지만 모처럼 긴장 속에 펜을 들었다. '내가 생각한 그대로의 이야길 하자'며 써 내려간 진행 노트는 9천 자가 넘는 분량이 되었다. 함께 진행하는 파트너와 서로 내용을 교환하며, 이제 행사가 바로 다음날. 하루밖에 남지 않았음을 실감했다. 재미난 하루가 될 것이다. (2019.06.04.)
행사 장소에 영화 상영 시작 4시간 전에 도착했다. 상영시간을 고려하면 6시간가량의 여유가 있는 시간. 그러나 최종적으로 내용을 점검하고, 발화되었을 때 청중이 듣고 헤아리기 무리 없는 내용인지, 설명이 너무 길어지지 않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발언 시간 점검까지 했다. 시사회 티켓 배포 현장을 지켜보고, 행사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저녁식사를 하며 쏜살같이 몇 시간이 흘렀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조금 전, 처음 영화를 봤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 극장 안의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 있을지 생각했다. 마침내 시작된 GV. 약 45분간 쉬지 않고 준비한 내용들을 풀었다. 군데군데 빈자리가 일부 눈에 띄기도 했지만 오직 자리를 채운 사람들의 존재만이 중요했다. 한 편의 영화를 매개로 그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시작되는 이 이야기의 시간이 소중했다. 이런 시간이 앞으로도 자주 허락되길 바라면서 밤하늘을 봤다. (2019.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