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시인 새 시집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문학동네, 2020)
새 시집을 고르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 제목과 목차를 본다 - 첫 시와 마지막 시를 본다 - '시인의 말'을 본다 - 뒤표지의 글 혹은 발문, 해설을 살핀다. (종종 읽지 않은 시집의 해설이나 발문을 즐겨 읽는 편이다.) 그것들 중에서 일정 부분이 마음에 든다면, 내게 그 시집은 대체로 마음에 드는 시집이 된다. 물론, 좋아하는 시인의 경우라면 그 무엇도 볼 필요가 없다. 이번 이병률 시인의 새 시집도 마찬가지여서 판매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주문했다. 시인의 말을 읽었고 목차를 훑었으며 첫 시와 마지막 시를 보기 전에 발문을 먼저 읽었다. 서효인 시인이 썼다.
"그 수인사를 건네는 손등과 팔꿈치와 어깨 곳곳에 묻은 슬픔을 시인은 안다. 그 슬픔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도 익히 안다. 아는 만큼 시가 될 것이며, 그만큼이면 사람이 알 수 있는 거개의 것을 아는 것이다. (...) 슬퍼서 그런다. 그리고 그것들이 아름다워서 계속 그럴 것만 같다. 그런 믿음을 지속한 채 이번 여행을 끝낸다. 시인 이병률과 이병률의 시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언제든 어디든 누구든 마음에 포개두기 좋게끔 아름다우리라는 믿음도 위와 같다." (서효인, '이별 여행')
돌아보면 정말 그랬다. 이병률의 『눈사람 여관』을 들여다보던 여름 새로운 인연을 만났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를 읽으며 제주에서의 이틀 밤을 홀로 보냈다. 물론 『내 옆에 있는 사람』 같은 산문을 읽던 시기도 내게는 하나의 계절로 기억되어 있다. 9월을 열며 새로 나온, 그런 시인의 새 시집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오늘이 얼마 남지 않아서, 내일도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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