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적끄적

문해력 - 심심하다, 무료하다

cosmos-j 2022. 10. 7.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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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소위 '문제'가 된 '심심한 사과', '무료하다' 같은 말부터 '사흘, 나흘'을 거쳐 '명징', '직조' 등에 이르기까지 여기에 대해서는 글을 쓰는 이라면 생각을 얹기 딱 좋은 주제일 텐데 나는 초연결과 파편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요즘 사회에서 저 모든 게 거의 한두 가지로 귀결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문해력도 중요하고 정보를 접하는 매체와 소비패턴의 변화도 중요한 문제지만, 자신이 특정한 어휘의 특정한 의미를 모를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태도도, 누군가의 결함이나 약점을 찾아낼 만반의 준비가 된 듯한 공격적인 태도도 문제다.
왜 그런 단어를 써서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지 반문할 시간에 모르는 그 어휘를 자신의 사전에 넣을 생각과 노력부터 해야 하는데, 한 매체 기사에서는 문해력이란 표현 대신 '문해 의지'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일정한 내용을 스스로 힘을 들여 해석하려는 능동적인 노력. 요약된 줄거리 영상만 보고서 그 콘텐츠를 '감상했다'라고 착각하는 일이 부지기수인데 요즘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찾아보려 하는 노력 자체를 가상하게 여겨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러 개의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 있는데, 검색해서 훨씬 더 빠른 시간 안에 훨씬 더 정확하게 찾을 수 있을 내용을 굳이 채팅방에 물어보는 일도 하루에도 몇 번씩 본다. 누군가에게 정보가 될 만한 것을 공들여 지어내는 일도 능력이지만, 정보를 찾는 일 또한 능력이자 태도다.
"간단하지 않은 내용을 간단하게 '오역'하는 글쓰기도 주의해야 한다. 어떤 글은 역량껏 덤벼들어 읽는 독자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과학과 수학 문제를 풀 때만이 아니라, 문장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꿰는 데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때가 있다. 어렵기만 하고 재미없는 글 역시 필요할 때가 있다."
(이다혜,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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