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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강의 메모 - 진심은 있는 그대로 정해지지 않는다 / 클래스101 / 영화리뷰, 에세이

cosmos-j 2024. 11. 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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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 말씀드릴 내용은 ‘진심은 있는 그대로 전해지지 않는다’라는 주제입니다. 우리는 평소에, 서로 잘 알고 가까운 사람일수록 내가 의도한 어떤 뜻이 상대방에게 내가 적게 노력을 들이고도 잘 전달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그런 면도 분명 있겠지요.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떤 오해도 없이 완전한 소통이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가능할 수 있을까요? 내 진심이라고 해도, 어떤 이들에게는 의도와 달리 받아들여지거나 혹은 전혀 다른 뜻으로 곡해되기도 합니다. 말할 때도 그렇지만 글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글을 쓴 사람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혹은 세부적인 단어나 문장을 통해 담아내려고 했던 뜻은 경우에 따라서 독자에게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도 결국은 최대한 뜻을 잘 전달하고 싶어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소설가 김영하도 이런 문장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미 수 천 년 전 ‘일리아드’를 쓴 호메로스의 이야길 하고 있는데요. 진심 역시 잘 설계된 우회로를 통해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여기서 ‘있는 그대로’ 전달되는 게 아니라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고 표현하고 있죠. 진심을 전달하기 위한 우회로를 설계한다는 것이 이 세상에 이야기가 존재하고 그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필요한 이유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제가 강의 때 종종 언급하는 예시 하나를 통해서 좀 더 생각해볼까 합니다.
 
보시는 사진은 가수이자 배우 정지훈 씨가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개봉 무렵에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쓰셨던 글인데요. 당시에 소위 캡처로 많이 돌아다녔던 내용이기도 해서 아마 보신 적이 있으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요지는 어쩌면 간단하죠. 이 영화가 당시에 곧 개봉을 앞두고 있었는데 만약 영화를 보시고 별로일 수도 있지만 자신은 진심을 다해서, 최선을 다해서 여러 고민을 거쳐서 연기했고 열심히 작업했기 때문에 관객들이나 팬들에게 그것이 전해지길 바란다는 이야기입니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여기에 대해 아쉬움을 말할 수 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비슷한 단어나 표현이 반복된다는 점이죠.
 
이 영화는 실제로 개봉 당시에 제작비 대비 흥행 성적도 좋지 못했던 것은 물론 수많은 혹평에 시달렸습니다. 보시는 이미지처럼 이 영화의 누적 관객 수였던 17만 명이란 숫자를 가지고 소위 ‘망한 영화의 관객 수를 측정하는 단위를 만들자’라는 식의 일종의 밈이 만들어지기도 했을 정도예요.
 
하지만 저는 결과론적인 접근임을 감안하고서라도 한번 생각해봅니다. 만약 정지훈 씨가 바로 그 글을 조금 더 잘 썼더라면, 그러니까 누군가 읽었을 때, 아 이 배우가 비록 영화는 혹평을 많이 받았지만 자신이 정말 연기에 열심히 임했구나 하는 감상을 갖게 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당연히 여기서 특정 연예인의 글쓰기 실력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요, 연기에 대한 자신의 진심이나 철학 같은 것을 조금 더 잘 전달하기 위한 고민이 더 수반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 1년에 천 편이 넘는 크고작은 영화들이 개봉하는데 그중 흥행이 잘 되고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영화보다는 그렇지 못한 영화가 아쉽게도 훨씬 더 많거든요. 어떤 영화는 그 존재 자체도 흐릿하게 잊히기도 하고 어떤 영화는 두고두고 꺼내어져 ‘그 영화 참 별로였지’ 하는 혹평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사람들은 그 모든 소위 ‘망작’으로 칭해지는 영화들 하나하나에 대해서 일일이 조롱하거나 밈을 만들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런 영화도 있었지 하고 잊어버리고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재미난 작품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소비할 뿐이죠. 이 영화가 잘 만들어지지 못했고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더라도, 저렇게 사소할 수도 있는 글쓰기에 있어서도 우리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우리가 누구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러 경로로 글을 쓰는 것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평소에 직업적으로 정말 글과 관련이 있거나 글쓰기가 어떤 목적으로 필요한 게 아니라면 우리는 거의 모두 고등 교육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글을 굳이 배워야 한다고는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진심이라는 건 그것이 아무리 진짜이고 아무리 간절하다고 해도, 내 의도대로 모두에게 전해질 수는 없고 그렇다면 우리는 전하고 싶은 바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 보다 효과적으로, 보다 왜곡의 여지가 적게 온전히 전달해내기 위해서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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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향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문화 콘텐츠 리뷰 쓰기 |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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