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밖에서

영화 '서브스턴스'(2024)

cosmos-j 2024. 12. 1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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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아끼지 못하게 만드는 세계를 향한 핏빛의 일갈

영화 ‘서브스턴스’(2024) 리뷰 | 언제나 쉽고 편안하고 익숙한 것, 좋아하는 방식의 것만 소화하면서 살 수는 없으므로, <서브스턴스>(2024)​ 같은 영화를 볼 때 비로소 생각하게 되는 건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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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생인 데미 무어가 연기한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분명 이름처럼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가득 받는 전성기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프로듀서 하비는 "50세가 넘으면 끝"이라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엘리자베스를 수명을 다 한 물건 취급하고 그 자리는 금세 엘리자베스가 서브스턴스를 주입해 탄생한 또 다른 자신, 수(마가렛 퀄리)가 대체한다. 여기에는 그동안 수많은 영화나 TV시리즈에서도 이미 조명된 바 있는, 할리우드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쇼 비즈니스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어두운 면이 담긴다.
한편 <서브스턴스>는 교통사고를 당한 엘리자베스를 서브스턴스의 세계로 초대한 '207'을 통해서도 '더 나은 자신'이 진짜 자신을 대체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가 처음 건넨 USB와 함께 쪽지에는 "It changed my life"라고 적혀 있었다. 서브스턴스는 젊어진 자신과 나이 든 자신이 별개가 아닌 하나임을 명심하라고 크고 분명하게 반복해서 안내하고 있지만 결국 그 '물질'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지는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207 역시 젊어진 일주일이 지난 뒤 찾아오는 그 다음 일주일의 외로움이 점점 길고 고되게 다가온다는 말을 하지만, 그의 삶이 어떤 식으로 달라졌는지는 영화에서 언급되지 않는다. 아마도 그가 남성이었기 때문에 작중 엘리자베스가 느끼는 것과 같은 노화와 시선으로부터의 위축은 느끼지 않았을 수 있다. 기분을 내려고 외출 준비를 하다가도 광고판에 비친 화려한 수의 모습을 보면서 몇 번이고 작아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혐오할 수밖에 없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서늘하게 다가온다.
많은 걸 애써 대사 등으로 설명하지 않고 오로지 원색의 이미지로 그리고 이미지들의 연결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서브스턴스>는 영화라는 매체가 전할 수 있는 고전적인 스토리텔링의 방식과 가치도 되새기게 한다. (칸국제영화제에서는 그래서 각본상을 받았을 것이다) 신체 부위의 극단적인 변형을 포함한 시청각적 자극을 한가득 뒤집어쓴 채 불편감과 찝찝함을 안고 극장을 나선 관객에게 <서브스턴스>가 어떤 '물질'로 다가올지는 전적으로 각자에 달려 있다. 오랜 기간 방송을 진행하면서 엘리자베스가 매번 마지막 멘트로 삼았을 "나 자신을 아끼세요"라는 말이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도중에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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