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썸네일형 리스트형 [1인분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 눈이 녹고 봄의 문턱이 찾아오네 (2020.03.06.)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의 2014년 발매 곡 ‘Trusty and True’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우리는 돌이킬 수 없어요 / 이미 일어난 것을, 이미 지나간 일을 / 그러니 그대, 두려움을 내려놓아요 / 돌이킬 수 없으니까 / 이미 일어난 것을, 이미 지나간 일을 / 그러니까 우리 여기서 다시 시작해요’ 노래의 화자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저속하거나 못난 것에 빠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사를 살펴보면 결국 두려움을 딛고 그간의 아픔을 딛고 그럼에도 ‘나와 함께 가보자’며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어쩌면 그 내민 손이 향하는 곳에는 자신이 있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곡 ‘Trusty And True’는 케네스 로너건 감독의 영화 (2016)의 영국 예고편에 .. 더보기 [1인분 영화] ‘작은 아씨들’ - 계속 써야 더 중요해지는 거야 (2020.03.04.) 이 글은, (2019)이 국내 개봉한 2월 12일에 쓴 것을 고쳐서 혹은 이어서 쓰는 글이다. 여기서 실토하건대 영화 개봉일이었던 그날은 영화 시작 후 약 10분 정도를 놓쳤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너무 늦게 나선 탓이었다. 대부분 사소하게 여기고 잘 집중하지 않는 영화 초반에 심각한 사건이 일어날 것도 아닐 테고 의 줄거리를 모르는 것도 아니어서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말할 수 있었지만, 그 10분 때문에 나는 을 관람했다고 확신에 차 있는 채로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이 글은, 에 대해 진정 처음 쓰는 이야기라고 해야 한다. 3주 전과 지금 사이에 달라진 게 있다면, 시얼샤 로넌 대신 위노나 라이더가 ‘조’ 역을 맡은 (1994)을 넷플릭스에서 재감상 했다는 것이고, (상술을 알면서도 속.. 더보기 [1인분 영화] ‘브레이브 스토리’ - 일본어초급 19-131 (2020.03.02.) [최근 들어 한동안 가방에 넣고 다니며 틈틈히 읽고 있는 시집의 한 대목을 읽고 오래 전 봄날을 생각했다. 정확히는 시집 뒤편에 실린 해설 때문인데, 조대한 평론가가 쓴 해설 중에는 이런 언급이 있다. “박상수 평론가는 황인찬 시인의 시집 『희지의 세계』(민음사 2015)를 분석하는 글에서 ‘세카이계’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있었다. 잘 알려져 있듯 그것은 주인공의 행동이나 감정이 곧바로 전 세계의 위기와 등치되는 장르적 상상력을 일컫는 말이다.” (158쪽) 해설에서 설명하듯 ‘세카이계’라는 말은 작품에서 직접 언급되지 않더라도 여러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 소설 등의 이야기를 말할 때 익숙하게 쓰인다. 그러니까 나는 시집을 읽다 지난 과거의 내가 살던 세계를 떠올렸다. 거기서 나는 또 하나의 세계로.. 더보기 [1인분 영화] 취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 (2020.02.29.)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의 2월호 마지막 열세 번째 글은 '취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시리즈를 비롯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영화들을 다시 보며 느낀 것들을 썼다. (...) 뭔지도 모르면서 영화 속에서 언급되는 ‘핫토리 한조’ 같은 이름들을 영화 속 배우들의 억양으로 따라해보기도 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인지 홍콩 영화인지 일본 영화인지 모를 그 다국적스러운 일련의 세계관에, 1부의 최종 보스라 할 수 있는 ‘오렌 이시이’의 유년을 소개할 때의 애니메이션, 수시로 튀어나오는 흑백의 장면들과 같이 이 영화에는 유년의 제게도 ‘취향 저격’일 만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입니다!) (2004)가 이듬해 공개되었지만 2편을 감상한 .. 더보기 [1인분 영화] ‘마더’ - 당연하지 않은 이름으로 어김없이 일어나는 일들 (2020.02.28.)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의 열두 번째 글은 '당연하지 않은 이름으로 어김없이 일어나는 일들'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2009)에 관해 썼다. “아무도 믿지 마, 엄마가 구해줄게.” 봉준호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영화인 (2009)의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도준’(원빈)은 동네에서 일어난 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고 ‘마더’(김헤자)는 아들이 누명을 쓴 것이라고 믿고 직접 범인과 증거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 감독의 최신 필목그래피에 속하는 (2019)을 관람하고 난 뒤라면 의 이야기는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아마 봉준호 감독의 초기작부터 주목해온 관객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건 바로 ‘어긋남’이라는 테마다. (2006)의 .. 더보기 [1인분 영화] ‘킬 빌 - 1부’ - 그 검은 누구의 검인가 (2020.02.26.)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2월호 열한 번째 글은 '그 검은 누구의 검인가'라는 제목으로 영화 (2003)에 관해 썼다. 쿠엔틴 타란티노. 지금 할리우드 영화를 찾는 관객이라면 국내에서도 이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겠지만, (1992)과 (1994)까지만 해도 적어도 국내에서는 흥행 감독이 아니었다. 그의 이름을 국내 관객들에게 처음 제대로 각인시킨 영화는 바로 두 편의 이 아닐까. 본래 한 편의 영화로 촬영했지만 2003년 1부, 2004년 2부로 나누어 개봉했다. 다만 와 는 거의 완전히 다른 성격의 작품이라고 해도 될 만큼 (어쩌면 제작할 때부터 그것이 계획이자 의도였을지도) 구분되는 점이 많다. 여기서는 우선 1부 이야기를 하면 충분하겠다. (...) 더보기 '1인분 영화' 3월호 구독자를 모집합니다(~2/29):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안녕하세요. 작지만 계속하고 있는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의 3월호 구독 신청을 받습니다. 중간에 잠시 휴재했던 기간이 있지만 이 연재를 '봐서 읽는 영화'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한 게 2019년 3월의 일이므로, 곧 1년을 맞습니다. 3월호의 구독 기간은 3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입니다. 구독 신청은 링크해둔 신청 폼을 통해 할 수 있으며, 기존 구독자라면 폼 작성을 새로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하나) 2,000자-2,500자 내외의 영화 관련 글을 월, 수, 금요일에 신청한 이메일로 발행합니다. 3월에는 월, 수, 금요일이 총 열세 번 있습니다. 따라서 발행 글은 열세 편입니다. 신작과 구작을 다양하게 아우르고자 노력합니다. 둘) 월 구독료는 1.. 더보기 [1인분 영화] ‘조조 래빗’ - 이야기를 딛고 춤추며 앞으로 나아가기 (2020.02.24.)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2월호 열 번째 글은 '이야기를 딛고 춤추며 앞으로 나아가기'라는 제목으로 영화 에 관해 썼다. 3월호 구독자 모집 중. 소설가 박완서의 산문 에는 “전쟁은 그렇게 무자비했다. 그래도 나는 살아남았으니까 다른 인생을 직조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당초에 꿈꾸던 비단은 아니었다.”라는 문장이 있다. “내가 당초에 되고 싶었던 건 소설가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는 단순히 전쟁이 일상을 앗아간다는 사실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자체가 얼마나 비극적인 것일 수 있는지 암시한다. 전쟁은 아이의 얼굴도, 여자의 얼굴도, 그렇다고 사람의 얼굴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해의 박완서는 스무 살이었다.) 얼마 전 이야기한 (2019)과는 또 다른 ‘.. 더보기 [1인분 영화] ‘콩나물’ -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2020.02.21.)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2월호 아홉 번째 글은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3)에 관해 썼다. (...) 속 ‘보리’ 또래의 나, 을 본 관객으로서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에 이르기까지. 한 살을 새로 먹어도 여전히 ‘돌고 돈다’는 것 외에는 삶에 대해 무엇 하나 제대로 말하지 못하겠다. 처음 ‘집 밖’을 만나던 때의 호기심 혹은 순수함 같은 것을 이제는 찾을 수 없기 때문일까. (...) 더보기 [1인분 영화] ‘1917’ - 드러나지 않은 모든 삶들에게 훈장을 바치는 이야기 (2020.02.19.)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의 2월호 여덟 번째 글은 '드러나지 않은 모든 삶들에게 훈장을 바치는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영화 에 관해 썼다. (...) 그러나 은 그것들마저도 삶의 일부라는 관점에서, 두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대비시키면서도 조화시키며 저 평범하고 드러나지 않은 얼굴들이 만들어내는 역사를 점진적으로 쓴다. 이 이야기는 실화가 아니다. 그러나 실제였던 것만 같은 일종의 착각을 충분히 불러일으킨다. 물론 이것은 의 기술적 성취가 탄탄한 각본과 연출과 만나 탄생한 결과물이다. 어떤 영화는 지나간 시간을 마치 동시적인 것처럼 체험시키고, 가상의 공간을 실제인 것처럼 납득시킨다. 다른 매체도 아닌, 영화만이 선사할 수 있는 시간 여행의 방식이다. (...) 더보기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