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어제 <모리타니안> GV 행사로 동진님을 뵈었기도 하고 평소에 오래 생각해왔던 주제여서 더 눈에 들어왔고 반가웠던 오늘의 파이아키아 영상. 나 역시 영화가 관객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감상과 해석이 중요하듯 글도 '독자가 읽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쉬운 언어만이 좋은 언어인 게 아니라, 쉽거나 어려운 각각의 언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른 가치를 지닌다.
이다혜 기자님의 책에도 이런 말이 있다. "혼자만 아는 세계에 있는 듯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글쓰기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만큼이나 간단하지 않은 내용을 간단하게 '오역'하는 글쓰기도 주의해야 한다. 어떤 글은 역량껏 덤벼들어 읽는 독자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과학과 수학 문제를 풀 때만이 아니라, 문장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꿰는 데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때가 있다. 어렵기만 하고 재미없는 글 역시 필요할 때가 있다."(『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에서) 물론 앞의 문장에 해당하는 경우도 주의해야 하지만, '쉽게 쓰지 않았다'라는 것이 그 글이 잘 쓴 글인지 못 쓴 글인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일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쪽.
이건 좀 다른 예시지만, 유튜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결말 포함 리뷰'나 '줄거리 요약' 같은 영상. 그런 걸로는 결코 그 영화를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없다. '본 척' 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이 이야기를 쓴 이유는 평점과 한줄평을 가지고 저널리즘과 비평의 모든 것에 대해 재단하는 경우를 (특히 네이버와 왓챠에서) 많이 봐왔기 때문. 나 역시 글을 쓰고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느낀 적도 있지만, 이건 그냥 다른 관점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 같다.
동진님의 왓챠 한줄평이나 블로그 단평 등을 둘러싼 각종 수난(?)들을 다년간 지켜봐왔기도 하지만, 이미 종종 언급했던 것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서. (2021.03.05.)
www.youtube.com/watch?v=M2O-SaYiBv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