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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적

사랑의 노래들 1. 주로 영미 팝 위주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가사에 집중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시를 읽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노랫말에도 관심을 가지려고 해왔던 것 같다. 돌아보면 오래 귓가에 남은 노래들은 많은 부분은 그것의 말들에 마음을 의탁하고 있게 되거나 잊을 수 없는 인상과 (노래 밖) 경험을 형성했거나 혹은 빠져들게 만드는 무엇이 거기 분명 있었다. 예를 들면 "Sometimes I wish we never built this palace but real love is never a waste of time"이라든가(Sam Smith, 'Palace', 2017), "Swear to be overdramatic and true to my lover"라든가(Taylor Swift, 'Lover', 2019), 아니.. 더보기
2021.08.01. 그 사람이 정말 좋은 인연이라면 고마운 일이겠지만, '지금 반드시 그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만 한다'라는 생각으로부터 아주 조금은 초연해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 사람에게 호감을 표현할 수 있는 순간이 오직 단 한 번만 있는 건 아닐 것이어서, 그리고 자신에게로 향하는 누군가의 호감을 알아봐주고 거기에 응답하는 일도 쉽사리 일어나는 건 아니어서, 조급하지 않게 일상적으로 시간을 잘 쌓아가다 보면 생각지 못한 일로 기회가 만들어지기도 하더라고요. 더보기
드라마 '런 온'(JTBC, 2020)을 보고 있다 최근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런 온](2020)을 넷플릭스에서 보고 있다. 1. 그런 분야/직무가 많겠지만 영화 마케팅, 수입, 배급 등의 업무는 '자신 빼고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라는 특징이 있다. 나만 알 수 있는 엔딩 크레디트의 이름 한 줄. (물론 수입 외화에는 그것도 없다) 보도자료를 쓰든 포스터나 예고편을 만들든 여러 이벤트/프로모션을 하든 그건 영화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자기 이름으로 하는 일이 아니어서, 보람과 성취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2.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다른 사람들처럼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아직 앉아 있는 미주를 보고 머뭇거리며 다시 앉는 선겸, 엔딩 크레디트가 끝까지 올라가기를 기다려 '번역 오미주' 한 줄을 보고 작은 미소를 짓는 미주. 상영관을 나선 뒤 두.. 더보기
리처드 링클레이터, '에브리바디 원츠 썸!!'(2016) 세상이 영원할 것처럼 놀고 마시는 향락의 파티도 아침이 되면 끝나야만 하고, 학교는 개강을 한다. 대학 신입생이 된 그들은 몇 번의 길고 짧은 연애를 할 것이고, 야구부 활동을 하는 동안 좋은 성적을 내거나 그렇지 못한 성적을 낼 것이다. 그리 오랜 삶이 아닐 수도 있고, 하고 싶었던 것을 하지 못하는 삶일 수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2016)의 인물들은 "오늘이 내 인생 최고의 날 같은데? 내일 전까진."이라는 맥레이놀즈의 말처럼, "자신을 예술과 삶에 맡기고 늘 함께하는 거. 바보처럼 보일 배짱을 갖는 거."라는 베벌리의 말처럼, 그리고 "요점은 신이 시시포스에게 고통을 줬다는 거잖아? 난 신들이 시시포스에게 집중할 걸 줬다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했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과제를 준 거잖아. 남.. 더보기
한줄평과 평점은 영화 이야기의 전부가 아닙니다 ​ (...) 5. 만약 관객들의 호평이 쏟아지는 영화에 기자, 전문가 평점이 반대의 양상으로 나타났다면 어땠을까요? 모 평론가의 블로그에는 그 평론가를 비'난'하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었죠. 이나 같은 영화에 대한 기자, 평론가 평점에 대해 인터넷상의 반응이 어땠는지, 혹은 좀 더 시간을 거슬러 같은 영화를 떠올려봐도 좋겠고요. 있어 보이려고 유식한 척한다? 대중과 유리되어 그들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봐온 내용들이라 굳이 출처를 남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6. 혹시나, 대중들의 눈높이나 기준에 맞춘 리뷰와 비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자기 주관을 갖고 영화 저널리즘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왜 다른 사람들, 그것도 저널리즘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는 사람의.. 더보기
[1인분 영화] ‘셔커스: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 – 슈가맨은 거기 없었다 (2020.04.27.) (...)잃어버린 그 필름들은 단지 필름이 아니라, 한 사람의 꿈이었고 그것을 향한 탐닉과 애정이 가득 담긴 집합체였다. 그런 것이 어떤 사람의 사리사욕에 의해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 다만 (2018)는 죄를 심판하거나 추궁하는 대신 자신이 25년 전 무엇을 꿈꾸었는지 머리와 마음 안에 깊이 있던 것을 영화가, 영화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 필름이 사라진 일의 내막에는 좀 더 복잡다단한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당신도 그런 꿈이 하나 있지 않았는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모든 일들을 겪고 세월이 흘러 자기만의 방식으로 꿈을 되찾은 영화감독의 이야기는 가장 사적인 방식으로 모두가 꿈꾼 흔적을 여기 소환한다. [1인분 영화] 4월호 열두 번째 글은 '슈가맨은 거기 없었다'.. 더보기
다시 만난 봄의 라라랜드 "낭만적이라는 말을 왜 나쁜 말처럼 해?"라고 막을 열었던 영화는. 네 개의 계절을 지나 이 '꿈꾸는 바보들과 부서진 가슴들과 망가진 삶들'을 위한 이야기가 과연 누구를 위한 이야기였나를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라는 말에 이르러 진정 생각해보게 만든다. 저 말의 원문은 "I guess we're just gonna have to wait and see."다. 기다리고 바라보기만 해야지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는 경우도 있다는 말일까. 그래서,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이야기는 영화 안의 또 다른 영화 안에서 보여주는구나. 다른 질감과 다른 비율로 찍힌 가상의 장면들. 어떤 것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해서 그걸 바라는 것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그게 삶을 조금도 바꾸지 않는다고 해도, 어떤 경우.. 더보기
삶의 핍진성을 만드는 일 문학 용어 중에 '핍진성'이라는 게 있다. 이 개념에 대해 소설가 김연수의 산문 『소설가의 일』에는 "서사적 허구에 사실적인 개연성을 부여함으로써 그것을 수용하는 관습화된 이해의 수준을 충족시키는 소설 창작의 한 방법으로, 구체적으로는 동기 부여나 세부 묘사 등의 소설적 장치를 들 수 있다."고 소개된다. (문학동네, 2014) 이는 개연성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말이다. '그럴 수 있는' 정도와 '정말 그런' 정도는 다르기 때문. 한자(逼眞性)로도 영문(verisimilitude)으로도 어렵게 다가오는 이 말이 영영사전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The appearance of being true or real." 삶에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어떤 일을 "이제부터 할 거야"라고 말할 때 개연성이 있는 .. 더보기
실제 이야기가 아니어도 감정은 진짜일 수 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의 어떤 순간들 1. 촬영 중 휴식 시간, 릭 달튼은 같은 영화에 출연해 마라벨라 랜서 역을 맡은 아역 배우 트루디 프레이저와 대화를 나눈다. 트루디는 촬영장에서는 본명이 아닌 배역명(미라벨라)을 쓴다며 자신의 연기론을 늘어놓던 중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추구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그건 연기만이 아니라 영화 자체를 향하는 말이기도 하며, 스판 농장에 사는 히피족 중 한 명이 가볍게 내뱉는 "배우들은 다 가짜"라는 말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2. 샤론 테이트가 극장에 가서 자신이 조연으로 출연한 (1969)를 본다. 관객들 틈에 섞여 샤론은 관객들의 리액션 하나하나에 미소 지으며 스크린 속으로, 그리고 상영관 안의 그 순간으로 빠져든다. 영사실에서 스크린을 향해 쏟아지는 불빛들, 관객의 웃음소리, 커.. 더보기
영화에 관해 글 쓰는 이유 문화와 예술의 주된 특징이라 한다면 '그게 없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것'이다. 그것의 쓸모를 찾는 게 내 일이다. 영화로 말하자면 '재밌었다' 하고 지나가는 영화보다 그것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영화가 더 오래 간직된다. 그 기억들은 일상의 매 순간을 채워주며, 인생의 많은 기쁨은 평범하고 사소한 것들에서 나온다. 사람들에게 바로 그 소중한 기억과 시간을 이야기로 전하고 싶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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