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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영화 '싱글 인 서울'(2021) 리뷰 (...) 각자 삶의 방식을 지닌 여러 연령층과 상황의 인물을 오가며 혼자의 삶도 여러 관계들 속에서 가능하고 누군가와 함께일 때도 충분히 자유롭고 나다울 수 있다고 넉넉히 말해주는 이야기. 언제나 서투르고 모두가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실제보다 미화 혹은 편집되기도 할지 모르지만 고쳐 쓰고 다시 쓰면서 나는 매 순간 '나'이면서 어느 순간 '우리'이기도 하다. ⠀ 여기에도 기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삶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는 생각하지 않은 사이에 타인과의 영향과 교류 속에서 발견되거나 변화되기도 한다. 영호(이동욱)와 현진(임수정)을 비롯한 이들의 모습은 가령 다음과 같은 생각도 하게 만든다. 어찌할 수 없는 환경의 변화 같은 것들로부터 스스로를 차단시키지 않고 때로는 마음을 열어.. 더보기
영화 '서울의 봄'(2023) 리뷰 (...) 박정희 대통령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인물들이 (실제와) 다른 이름을 쓴다는 점, 그리고 어디까지나 ‘실화’ 그 자체가 아니라 (당연하게도) 픽션이 가미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을 관람하면서 마주하는 체험의 상당 부분은 수 십 년 뒤를 살고 있는 입장에서 어떤 결말을 알기 때문에 가능한 면도 있다. 결국 봄은 그때 오지 않았고 실제로 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노골적이지도 자극적이지도 않게 현장을 생생히 재구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그 목표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은 극장에서 관람할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다. ⠀ *정보전의 양상과 양측 진영을 사이에 두고 나타나는 장성들의 행동, 우유부단한 어떤 인물의 뒤늦은 의사결정, 홀로 분투하는 주인공의 우직함 등 여러 면에서 브라이언 싱어의 훌륭한 전쟁 .. 더보기
영화 '비공식작전'(2023) - 그날의 작전이 '비공식'이었던 이유 김성훈 감독의 7년 만의 신작 영화 (2023)은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실제로 피랍되었던 한국인 외교관 ‘도재승’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다. (이 서술 외 대부분의 요소들은 영화 내에서 가공 및 각색되었다.) 비교적 근작 중 하나인, 류승완 감독의 영화 (2021)가 내전 등으로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 펼쳐지는 탈출 실화를 다룬다는 점에서 유사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지만, 쪽이 남북 대사관 사이에서 생겨난 연대에 중점을 둔다면 은 조금 당겨 말하면 직업적 사명 그리고 자국민을 보호하는 국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영화 줄거리 학력으로도 인맥으로도 후배에게 밀려 중동 지역만 5년째 담당 중인 외무부 사무관 '이민준'(하정우)은 모두가 퇴근한 어느 날 밤 우연히 전화를 .. 더보기
2023년 6월 6일의 기록_봄날은 간다 CGV 스크린문학전으로 영화 (2001)를 극장에서 관람했던 날, 상영 중 극장 건물에 화재경보가 울려 상영관이 있는 12층에서 1층까지 계단을 걸어내려갔다 ‘경보 오작동’이 확인된 후 다시 상영관에 앉아 영화를 마저 관람했던 기억이 제법 생생하다. 그날은 상영이 멈췄던 대목으로부터 영화가 다시 이어지느라 몇 개의 컷은 ‘두 번 관람’했고 박준 시인의 GV가 있었으며 극장에서 영화 관람 도중 영화가 멈추는 것을 경험했던 유일한 날이다. (‘관람 중’이 아닐 때라면 업무 중을 포함해 그런 순간이 한 번 더 있기는 하다) 기상청 원고를 쓰면서 를 오랜만에 감상했고 그때의 경험 혹은 감각들도 일부 되살아난다. 더보기
영화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2022) 국내 극장 개봉작 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등장만으로도 (2022)에는 우선 반가움을 표할 수 있다. 담고 있는 이야기는 얼핏 흔하고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지역적 특수성에 기반한 충실한 자료 조사가 엿보이고, 표현을 위한 기술적인 노력과 완성도도 주목할 만하다고 여겨진다. 꼭 최근 몇 년간의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근래에 돋보이는 경향 중 하나는 특수한 문화적 배경을 이야기에 녹여내거나 그 자체를 중요한 소재로 삼는 것인데, 역시 특정한 지역적, 문화적 토대를 바탕으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스톱모션 기법만이 해낼 수 있는 방식으로 담아낸다. 툰드라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붉은 곰'을 찾아 나서는 소녀 '그리샤'의 이야기는 전통과 현대의 대립으로도, 자연.. 더보기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2020) - 나는 더 이상 날 미워하지 않기로 했네 모든 장면들과 크레디트가 다 지나고 나서야 나오는 "모두들, 태어나길 잘했어"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춘희'가 만나는 순간의 내레이션으로도 "춘희야, 태어나길 잘했어"라는 말이 편지처럼 발화된다. 영화 (2020)가 전해주는 이 다독임이 그 자체로 새롭지는 않겠다. 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과거와 현재의 '춘희'(박혜진, 강진아)가 만나는 방식이 단지 며칠의 봄꿈처럼 환상에만 젖어 있지 않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사랑스러운 장면들로 가득한 가운데서도 1998년 '춘희'에게는 갖가지 아픔의 순간들이 눈에 띈다. 반 친구들도 교사도 친척들도 '춘희'에게는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현재의 '춘희'에게도 모든 것을 바칠 것처럼 "지켜주겠다"며 다가오는 '주황'(홍상표)의 존재는 오.. 더보기
삶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는 수학자의 태도: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2022) 리뷰 (...) "틀린 질문에서는 옳은 답을 얻을 수 없다" 위와 같은 대사에서 직접적으로 발화되듯 는 상업 영화의 틀 안에서 비교적 명확하고도 친절한 메시지를 주입하지 않는 화법으로 담아낸다. ‘지우’에게 ‘과학관 B103’에서 밤마다 수학을 가르치는 ‘학성’은 자주 “성적에는 관심 없다”라는 말을 한다. 그의 지론은 이렇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단지 공식만 외워서 그에 문제를 끼워 맞추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 문제를 골똘히 들여다보고 고민해야 하고, 사랑을 하듯 문제와 숫자를 가까이 두고 살펴야 한다. 이런 장면이 있다. 대뜸 칠판에 직각 이등변 삼각형을 그리는 ‘학성’. 높이는 ‘6’이고 밑변의 길이는 ‘10’이다. 이때 넓이는? 넓이를 구하는 공식에 의해(6*10/2) ‘지우’는 30을 답하고 ‘학.. 더보기
영화 '모가디슈'(2021) 1. 무난하고 안전해 보이는 기획이지만 모로코(소말리아 모가디슈가 배경이나 여러 여건상 실제 촬영은 모로코에서 모두 진행했다) 현지에서 1990년 전후 모가디슈를 재현하는 훌륭한 프로덕션, 무장하지 않은 채로도 긴장감과 리액션만으로도 능히 채워지는 충실한 액션 신들, 그리고 한 발 물러나서도 건조하지 않을 수 있는 알맞은 정도의 관객과 캐릭터 사이 거리, 정치적 메시지를 주입하려 들지 않아도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좋은 각본까지. 초기작들은 물론 부터 까지 아우르는 류승완 감독의 장점과 특색이 훌륭하게 모였다. 결국 영화는 단순히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방식과 태도의 산물이라고 (2021)는 이른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1/10 수준에 불과한 제작비로도 증명한다. 여러 직, 간접적 레퍼런스들이 있지만 내게 가.. 더보기
다시 묻는, '영화'와 '극장':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의 짧은 생각 위의 표는 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2021년 3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실린 최근 3년간 1월~3월의 국내 개봉 영화 편수 및 매출액, 관객 수 자료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작년 내내 개봉이 연기되었던 영화들을 포함해 여러 신작들이 극장 문을 두드렸다는 걸 먼저 확인할 수 있죠. 연간 비교가 아닌 3개월 비교라 단순 의미 부여는 어렵지만 일단 3개월의 수치로는 영화의 개봉 편수 자체는 평년 수준과 다르지 않습니다. 당연히 문제는 매출액과 관객 수에 있겠지요. 2020년 1월: 165편, 1,437억 원, 1,684만 명 2020년 2월: 150편, 623억 원, 737만 명 2020년 3월: 154편, 152억 원, 183만 명 2021년 1월: 135편, 158억 원, 179만 명 .. 더보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억지로 말하지 않는 일: 영화 '비밀의 정원'(2019) 리뷰 (...) 에서 과거를 둘러싼 대화의 주체가 '정원'과 '상우'만은 아니다. 염혜란과 유재명이 연기한 이모와 이모부는 물론, '정원'의 동생인 '소희'(정다은), 엄마 '은숙'(오민애) 등에 이르기까지. 은 숲에 있는 나무 하나하나를 눈여겨보고 그것들 사이의 관계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여러 인물들의 감정과 그들 사이의 시선, 침묵 등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등에 초정되었던 영화 은 박선주 감독의 첫 번째 장편이다. 대단한 사건이나 복잡한 플롯이 아니어도 인물의 내면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그 감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의 연출과 각본, 연기를 만나고 나면 끄덕이게 된다. 이미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좋은 역할을 맡..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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