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애니메이션

영화 '이웃집 토토로'(1988) 기상청 5월호 원고를 쓰려고 고른 작품은 인생에도 방학이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듯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기작 (1988). 사츠키(サツキ)와 메이(メイ)는 새 집과 마을 주변을 누비여 마치 '어린 시절에만 나타나는 요정'과도 같은 그 무엇들을 보고 어른들은 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시시하지 않게 듣는다. 어머니가 아프다든지 집을 지킨다든지 혹은 터널과도 같은 공간을 지나 어떤 숲을 발견한다든지 하는 설정은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이 아니더라도 크게 새로울 것 없지만, 바로 전작인 (1986)나 대부분의 하야오 작품과 비교한다면 이 마을은 작고 소박한 공간이다. 그렇지만 이웃 할머니의 밭에는 옥수수며 오이, 토마토 등 없는 게 없고 아이들의 텃발에도 싹이 난다. 비가 오면 제 우산을 내어주는 소년이 있고, 아.. 더보기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 (...) 좋은 이야기일수록 쉽고 단일한 정답 같은 건 주지 않는다. 스토리텔러의 역할은 오직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세계를 치열하게 표현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단지 자극에 반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경계를 넘어 이야기가 남기는 질문에 나름의 답을 찾거나 또 다른 누군가와 관계하며 이야기를 확장할 때 돈이나 시간, 효율, 기능 같은 것으로 환산될 수 없는 가치를 얻을 수 있다. ⠀ 쉽게 분류하고, 섣불리 판단하며, 타인이 가진 고유한 맥락과 차이보다는 자신의 기호에 상대를 재단하고 끼워 맞추는 시대가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은퇴를 선언했던 노장이 7년에 걸쳐 만든 또 하나의 작품이 그 기대를 충족했는지는 받아들이는 각자의 몫이겠다. 다만 대답하는 대신 물음을 주는 것이 원작을 쓴 요시노 겐자부로.. 더보기
영화 '치코와 리타'(2010) 문화적, 정치적, 인종적인 세부를 토대 삼아 '치코'와 '리타'의 이야기는 "원하는 것은 모두 과거에 둔" 이들이 막연히 지난 추억에 대한 희구만을 간직한 채로 어떻게 오랜 세월을 흘려보낼 수 있는지 들려준다. 그건 대체로 오해와 엇갈림으로 빚어지기 일쑤지만 문득 "다시 키스하고 싶었어"라며 거울에 쓰인 채 하룻밤의 재회에 그치기도 한다. (2010)는 그러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그리고 가수를 주인공 삼은 영화답게 결정적인 순간에 노래로 말을 아끼거나 대신하기도 하며, 마치 이것이 스페인 애니메이션이 맞다고 말하듯 애니메이터의 손길보다 회화를 직접 그리고 움직여낸 것처럼 특색 있는 방법으로 짧은 러닝타임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 #동진영화 #치코와리타 #애니메이션 #ChicoandRita #쿠바 #.. 더보기
영화 '인어공주'(2023) (...) 이것은 할리 베일리를 뒷받침할 만한 캐스팅 앙상블의 아쉬움에서 기인하는 것으로도 여겨진다. ((2019)에서는 그 역할을 윌 스미스가 했다) 멜리사 맥카시의 우르술라나 하비에르 바르뎀의 트라이톤이 그렇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하는데, 최근의 마블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IP를 기반으로 거의 만들기만 하던 성공하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일련의 디즈니 영화들이 과도기에 있는 것 같다. 어떤 장면은 너무나 아름답고 탁월하지만 또 다른 장면은 평이하거나 불필요하게 여겨지는 대목도 있으며 연기와 노래를 흠잡을 구석은 없어 보이지만 풍경이 오히려 인물보다 더 돋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 (2023)는 꽤 준수한 결과물이었다는 걸 떠올리자면 ((2024)와 (2024)이 다음을 기다리고 .. 더보기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2022) (...) 아니, 사람의 마음이 아무리 강해진다고 해도 자연이 하는 일이거나 자연의 의지와도 상관없는 재난을 막을 도리라는 건 없다. 우리는 불가항력의 상황까지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슈퍼파워를 원하는 게 아니라 그저 무탈하거나 평범하거나 안전한 일상을 원할 뿐인데 재난만큼 지역사회 혹은 국가 단위로 많은 사람의 일상을 파괴하는 건 전쟁 외에는 없을 것이다. 지진경보가 울린다고 지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우리는 다만 책상 밑에 웅크린다거나 건물 밖으로 피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 따름이다. 도쿄의 오후를 뒤덮는 미미즈. 오프닝 타이틀이 뜨기 전 관객들이 이미 본 것처럼 미미즈는 스즈메와 쇼타만 볼 수 있다.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퇴근을 하고 가족과 함께 산책을 하는 평범.. 더보기
영화 '날씨의 아이'(2019) - 계절이 지나가는 기분 *영화 (2019)에 관해 다루고 있습니다. - “애들이란 앞 뒤 생각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공경희 옮김, 민음사, 2001, 229쪽. 가출한 소년은 패스트푸드점에서든 라멘가게에서든 아니면 작은 캡슐호텔에서든, 책 한 권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있습니다. 그가 그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그 책은 자주 그의 곁에 놓여 있습니다. ‘호다카’라는 열여섯 소년이 주인공인 영화 (.. 더보기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2022) 모두가 회복 탄력성이 높을 수는 없고 어떤 이들은 한켠의 폐허를 내내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일은 과거를 잊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지속하고 미래로 어떻게든 나아갈 동력과 동기를 얻도록 누군가를 북돋는 일이다. 여느 일본 영화들에서도 “다녀오겠습니다”와 “다녀왔습니다” 같은 인사는 중요한 함의를 갖기도 하지만 (2022)에서는 조금 더 힘이 실린다. 언제든 닥쳐올 수 있는 불행과 비극을 눈앞에 두고도 우리는 스즈메와 소타의 평화롭게까지 보이는 여정처럼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고 우리는 매일매일 있는 힘을 다해 순간에 인사하고 응답해야만 한다. 미래에도 아주 많이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해주는 일이, 초월적인 세계의 문을 지나 지켜질 수 .. 더보기
영화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2022) 국내 극장 개봉작 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등장만으로도 (2022)에는 우선 반가움을 표할 수 있다. 담고 있는 이야기는 얼핏 흔하고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지역적 특수성에 기반한 충실한 자료 조사가 엿보이고, 표현을 위한 기술적인 노력과 완성도도 주목할 만하다고 여겨진다. 꼭 최근 몇 년간의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근래에 돋보이는 경향 중 하나는 특수한 문화적 배경을 이야기에 녹여내거나 그 자체를 중요한 소재로 삼는 것인데, 역시 특정한 지역적, 문화적 토대를 바탕으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스톱모션 기법만이 해낼 수 있는 방식으로 담아낸다. 툰드라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붉은 곰'을 찾아 나서는 소녀 '그리샤'의 이야기는 전통과 현대의 대립으로도, 자연.. 더보기
드림웍스가 만든 '배드 가이즈' 갱생 프로젝트: 영화 '배드 가이즈'(2022) 리뷰 (...) 시상식의 이름은 '착한 사마리아인' 상. 상을 받을 예정이었던 '마말레이드 박사'는 자신이 받을 트로피가 도난당할 뻔한 상황임에도 오히려 '배드 가이즈'의 다섯 일당을 교화시킬 것을 제안한다. 착한 행동을 하면서 악당의 삶을 청산하고 개과천선할 수 있음을 '실험'하겠다는 것. 처음에는 당분간만 '착한 척'을 하려고 했던 '배드 가이즈'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치 못했던 여러 변수들과 고민들을 마주하게 되고, 주지사 '다이앤 폭스'(재지 비츠)의 활약이 더해지며 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나아간다. ⠀ 거창한 스토리 같지만 는 그다지 큰 야심을 갖고 있는 작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량 추격 신의 쾌감과 스릴, 그리고 저마다의 역할 분담에 의거해 공동.. 더보기
디즈니 실사 영화 ‘크루엘라’(2021) 팝콘각 - 라라랜드 엠마 스톤이 흑화했습니다. 디즈니 악당 캐릭터 크루엘라의 실사영화인데 영화 '101마리 달마시안'의 스핀오프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이번 영화에서는 크루엘라 드 빌의 리즈 시절을 다뤘습니다. - 네, 말씀해주신 것처럼 1961년작인 애니메이션 의 실사화인 듯하지만 단지 그 애니를 그대로 옮긴 게 아니라 원작에서 주요 악역인 ‘크루엘라‘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고 제작은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확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중간에 감독도 바뀌고 그랬고요. 생각나는 작품은 디즈니 실사 영화 중에서도 같은 경우입니다. 의 악역인 ‘말레피센트‘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고 안젤리나 졸리가 이 역할을 맡았었죠. 2014년에 나왔는데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꽤 성공해서, 2019년에 2편이 개봉하기도 했.. 더보기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