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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규 챌린지 시즌 3 - 3. 취미를 소개합니다 - 취미이자 삶의 방식 취미를 소개하자니 딱히 스포츠나 예능에 관심도 없고, 영화 보고 책 읽고 글 쓰는 게 전부여서요(?), 바로 그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어떤 취미는 그것을 계속 하다 보면 곧 삶의 방식이 되기도 합니다. 말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쓰는 사람. 쓰려면 생각을 해야 하고, 생각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쓰는 것이 삶의 방식이라는 건 곧 많은 일들에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 무언가를 천천히 행한다는 뜻인 것 같아요. 저는 대학 때 영화, 정확히는 ‘영화 산업’에 관심을 갖고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회사로 예를 들면 제작사나 투자, 배급사 등이 있는데, 저는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해온 것도 일찍부터 관심을 가져온 것도 학점이 좋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할까 하다가 ‘블로그 같은 걸 하면.. 더보기
브런치북 [영화가 끝나고 쓰는 N잡러 일기] 소개 평생 영화 일만 할 거라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만 여러 불확실한 우연과 확실한 예측불가능함 속에서 커리어의 변화를 겪었다. PR->IR의 변화는 그럴 수 있다 생각하더라도, 영화->식음료->제약바이오의 거리감이라니. 그럼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고, 기록들이 쌓인 덕분에 영화 이야기를 쓰고 말하는 N잡 생활자가 될 수 있었다. 퇴사도 커리어 공백기도 모두 내 선택이었고, 그 결정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계속 영화를 봤던 날들과 돈이 없어도 영화는 보러 갔던 날들을 지나,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평범한 직장인의 삶과 덕업일치의 일상을 오가는 현재의 기록을 꺼낸다. 커리어와 미래가 막연히 불안한 이들에게 나도 그랬었다고, 당신만 그러한 게 아니라며 말을 거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 더보기
그렇지 않은 모든 시간들의 의미를 새롭게 부여해주는 어떤 가을의 풍경 '한층 강하고 너그럽고, 아름답게 빛나고/ 세계는 넓어지기도/ 깊어지기도 합니다' -황인숙, 「에세이의 탄생」, 『내 삶의 예쁜 종아리』에서 (문학과지성사, 2022) ⠀ 세상의 많은 일들을 지극히 제 일처럼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 생을 지탱할 누각을 세우고 싶어 늘 고민하고 돌아보는 사람. 연민하지 않고 나날이 기록하는 사람. 무엇이 서로를 슬프게 하고 기쁘게 하는지 다정하게 감시하는 사람. 다양한 얼굴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사람. 순간이 유일한 순간일 수 있도록 마음과 감각을 다하는 사람. 다 표현할 수 없는 일들을 그저 바라보는 일로도 가능하게 하는 사람. 우리는 오늘도 실타래를 풀고 내일을 향해 나아간다. 계절이 흘러가는 느낌을 휘발되는 감각이 아니라 보존되는 기억으로 삼고, 지나간 시간들조차 오늘.. 더보기
2021년 12월 31일 - 2022년 1월 1일, 극장칸, 강민선, 관객의 취향 이를테면 12월 31일 23시 59분의 잠금 화면과 1월 1일 0시의 잠금 화면을 나란히 찍어두는 일과 같이, 한 해의 마지막과 그다음 해의 시작 사이에서는 언제나 유난하게 마음에 축포를 울리고는 했다. 적어도 한두 해 전까지는. 이번에는 너무나 무감했고 이미 2022년이 되어 있었던 것처럼 시계에 이따금 눈길을 주었고 바깥이 조금씩 어두워지는 걸 바라봤다. ⠀ 극장 몇 군데의 상영시간표를 뒤적이다 결국 아무 데도 가지 않고 한 해 영화 기록을 돌아보고 좋아하는 시인의 산문을 꺼냈다. 넘기고 싶은 만큼만 넘기고 싶을 때는 책들을 쌓아놓고 넘길 수 있는 기운이 없을 때는 영화관에 가거나 영화를 재생하게 되는데, 오늘의 경우라면 방해를 받지 않으면서도 조금 더 능동적인 게 필요했다. 요즘은 할 일이나 하고 .. 더보기
김동진의 말 00 - "가면서 결정하자고." _ "가면서 결정하자고." (I guess we can decide along the way.) 영화 (2017)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어디를 향하여 이어질지 아는 채로 걸어가는 사람이 있을까. 수 십 수 백 번도 더 가 본 집 앞 편의점과 집 사이의 길이라든지 출근길 지하철역 출구를 나선 뒤부터 회사 앞까지의 길 같은 것이야 알겠지만 그건 누적되고 반복되어 온 경험과 감각으로 인한 것일 테고 인생의 오늘과 내일 사이의 길에 관해서라면 삼천 년 뒤의 일까지도 미리 '기억'하는 영화 (2016)의 '헵타포드' 종족이 되지 않는 한 예지 할 도리가 없다. 나는 헵타포드족이 아니라 그냥 휴먼이어서. 명백히 그건 인간의 한계이자 굴레와도 같은 것이겠지만 지나고 보면 그때는 모르는 채로 일단 걸어보겠다고 생각.. 더보기
세상의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 사적인 이야기에 관해 영화 (2012)에는 중년이 된 '파이'가 자신을 찾아온 작가에게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 뒤 "어느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십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길고 자세하지만 믿기 어려운 버전 하나와, 짧고 명료하지만 잔혹하고 상상의 여지가 없는 버전 하나. 고민하던 작가는 한쪽을 택한 뒤, 그게 '더 나은'(better)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의 '나음'이란 물론 좋고 나쁨이 아닐 것이다. '파이'가 들려준 두 이야기는 모두 다른 누구도 증명하거나 규명할 수 없이, 오직 '파이' 본인에게만 존재하는 이야기다. 작가가 둘 중 어느 한쪽이 아닌 다른 한쪽을 택한다는 건 그 하나를 고른 계기에 그가 세상을, 이야기를,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가 작용했음을 뜻한다. 한 이야기를 읽은 '나'는 그.. 더보기
'워라밸'이 아니라 '워라하' 찾기: 일 바깥의 기쁨과 슬픔 아마존의 창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제프 베조스는 '워크-라이프 밸런스'가 아닌 '워크-라이프 하모니'를 강조한다. 균형이라는 말이 서로 대립되는 요소 사이의 그것임을 암시하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은 꽤 설득력 있다. 일과 삶을 서로 상충하는 별개의 요소로 두고 그 사이의 접점을 찾을 것이 아니라 둘을 통합적인 것으로 인식함으로써 생겨나는 생산성 향상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며 그는 "It actually is a circle. It's not a balance."라고 말한다. 당연히 이 말은 경영자의 관점에서 나오는 말이고 모두에게 정답은 아니지만 요즘의 내게는, 아니 이미 얼마 전부터의 내게는 공감되는 말이다. '영화 일'을 할 때는 '일을 할 때의 나'와 '일을 하지 않을 때의 나'가 엄밀히 대립되거.. 더보기
평일과 주말의 양립 2020.01.13.​ 나름대로 평일과 주말이 꽉 찬 일과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평일 저녁은 대체로 영화 한 편을 보거나 글 한 편을 쓸 시간, 그러고 나서 책을 조금 들추거나 약간의 집안일을 할 시간이 허락된다. 주말에는 영화 글쓰기 클래스 고정 스케줄과, 비정기적 원데이 클래스를 한다.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준비 중인 모임도 있고 새로 제안 받은 것도 있으니, 앞으로의 주말은 더 바쁘고 분주해질 일만 남았다고 할 수 있겠다. '자본주의에 충실한 취향 덕질러'와 'N잡러'의 길로 한걸음씩 뚜벅, 성큼! ​ 2020.01.14.​ 관계에 대해 생각해왔고 여전히 생각 중인 키워드가 몇 개 있다. 예컨대 관계의 총량은 가용량이 아니라 실사용량이겠다는 건데,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과 온라인을 .. 더보기
시계 배터리를 갈았다, 50년 된 동네 금은방에서 배터리 수명이 다 되어 멈춘 시계를 한동안 책상 한편에 방치했다. 고장 난 시계를 거기 그냥 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하루에 두 번씩 맞는 시계의 맞는 시간을 언제로 해둘까 하다 10시 10분으로 해두었다. 시침과 분침의 간격과 둘이 이루는 각도가 어떤 안정감을 만들어 시계 광고나 카탈로그에도 가장 일반적으로 쓰인다는 그 시간. 수면 시간에 대해 말할 때 자신 있게 "늦게 자도 일찍 눈이 떠진다"라고 늘 말하고 다녔는데 요 며칠 기상 시간이 꽤 불규칙해졌다. 외부의 일정이나 다른 할 일이 없을 때도 늦어도 8시에는 눈을 떴는데, 오늘 일어난 건 고장 난 시계가 가리키고 있는 그 무렵이었다. 아빠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용돈 좀 줄까 하고. 하시면서 3분 남짓의 짧은 통화를 했고, 이.. 더보기
여름은 짧아, 글을 써! 오늘 수업 중 "단 한 사람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 글을 써야 한다... 창문을 열고서 세상 사람들을 모두 사랑하겠노라고 외치는 식이라면 당신의 글은 폐렴에 걸릴 것이다."라는 커트 보네거트의 말을 접했다. 이 세상에서 어쩌면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이 느끼는 비슷하거나 흡사한 마음이라는 게, '좋은 이야기라는 게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대한 나름대로의 최선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거의 같은 이야기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에세이에서도 읽은 적 있기 때문이다. 내게 여름은 매년 고된 계절이지만, 지금처럼 혹은 지금보다 더 부지런히 글쓰기를 하다 보면 여름이 짧아질 것 같다. 고요히 걷고 차분히 앉아 있다 보면 정말로 덜 덥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 쓰자. 오늘도 많은 이야기가 시작되는 저녁을 맞는다. 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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