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일본영화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2023) (...) 시점 쇼트이거나 그렇게 보이는 장면들을 볼 때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게 누구의 것인지를 찾으려 하게 된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오프닝이나 클로징에서 그건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 않거나 혹은 인물이 아니라 (절대적인 측면에서) 영화 자체의 시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것들을 고민하는 사이 영화는 주행하는 차량의 (누구의 시점도 아닌) 후방을 몇 번씩 보여주는가 하면 날고 있는 새를 분주하게 따라가기도 한다. ⠀ 요즘은 불편하지 않고 쉽게 이해되어야 마치 좋은 이야기인 것처럼 간주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 같지만, 진정으로 생각할 거리를 가져다주는 쪽은 당혹감을 안기거나 의외성을 내포한 것들이다. 의 후반, 특히 결말부는 꽤나 충격적인 쪽이지만 무심한 듯 숲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첫 장면을 떠올.. 더보기
영화 '괴물'(2023)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신작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2023)에서도 중심인물인 ‘미나토’와 ‘요리’ 모두 편부모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동시에 타인에게 속내를 털어놓기 어렵거나 혹은 편견(“아빠 없이 자라서 그렇다”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다만 은 아이의 일상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대신 엄마를 비롯한 어른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한다. (은 총 3개의 시점에서 나란히 혹은 번갈아 펼쳐진다.) '미나토'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한 엄마 '시오리'는 학교를 찾아가고,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담임교사인 '호리'가 미나토에게 손찌검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비슷한 방식으로 일어난다. 의 초반부에서 나타나.. 더보기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2022) (...) 아니, 사람의 마음이 아무리 강해진다고 해도 자연이 하는 일이거나 자연의 의지와도 상관없는 재난을 막을 도리라는 건 없다. 우리는 불가항력의 상황까지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슈퍼파워를 원하는 게 아니라 그저 무탈하거나 평범하거나 안전한 일상을 원할 뿐인데 재난만큼 지역사회 혹은 국가 단위로 많은 사람의 일상을 파괴하는 건 전쟁 외에는 없을 것이다. 지진경보가 울린다고 지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우리는 다만 책상 밑에 웅크린다거나 건물 밖으로 피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 따름이다. 도쿄의 오후를 뒤덮는 미미즈. 오프닝 타이틀이 뜨기 전 관객들이 이미 본 것처럼 미미즈는 스즈메와 쇼타만 볼 수 있다.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퇴근을 하고 가족과 함께 산책을 하는 평범.. 더보기
영화 '날씨의 아이'(2019) - 계절이 지나가는 기분 *영화 (2019)에 관해 다루고 있습니다. - “애들이란 앞 뒤 생각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공경희 옮김, 민음사, 2001, 229쪽. 가출한 소년은 패스트푸드점에서든 라멘가게에서든 아니면 작은 캡슐호텔에서든, 책 한 권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있습니다. 그가 그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그 책은 자주 그의 곁에 놓여 있습니다. ‘호다카’라는 열여섯 소년이 주인공인 영화 (.. 더보기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2022) 모두가 회복 탄력성이 높을 수는 없고 어떤 이들은 한켠의 폐허를 내내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일은 과거를 잊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지속하고 미래로 어떻게든 나아갈 동력과 동기를 얻도록 누군가를 북돋는 일이다. 여느 일본 영화들에서도 “다녀오겠습니다”와 “다녀왔습니다” 같은 인사는 중요한 함의를 갖기도 하지만 (2022)에서는 조금 더 힘이 실린다. 언제든 닥쳐올 수 있는 불행과 비극을 눈앞에 두고도 우리는 스즈메와 소타의 평화롭게까지 보이는 여정처럼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고 우리는 매일매일 있는 힘을 다해 순간에 인사하고 응답해야만 한다. 미래에도 아주 많이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해주는 일이, 초월적인 세계의 문을 지나 지켜질 수 .. 더보기
영화 '열정'(2008) 리뷰 -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하마구치 류스케 세계 "나와 스피드를 맞춰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게." -가호와 도모야의 대화 '우리'는 자주 어긋나고 엇갈린다. 그로 인해 크고 작은 상처가 생겨나고 어떤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아지거나 그 존재가 발견된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근작 중 하나인 (2019)의 리뷰를 적으면서 다음과 같은 표현을 썼다. "(...) 요동치는 마음속에서 ‘아사코’는 그러나, 기꺼이 자신에게 찾아온 모든 일을, 누군가의 선택으로 자신이 입은 상처와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누군가가 입은 상처를 모두 부정하지 않기로 한다." 최근 국내 개봉을 앞둔 그의 장편 데뷔작 (2008)에 관해서도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선택을 유예하거나 회피했던 이들이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뒤흔든 일에 대해 직시하고 마침내 어떤 결정.. 더보기
소설과 영화 '걸어도 걸어도' 대략적인 줄거리) 작품의 주인공 ‘료타’는 이제 막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 ‘유카리’와 함께 부모님을 뵙고 인사드리러 고향에 가는 길입니다. ‘유카리’에게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아쓰시’가 있고요. 고향 집에는 주인공 ‘료타’의 누나 ‘지나미’ 부부가 먼저 와 있습니다. 여기는 아이가 둘이 있고요. ‘료타’가 어린 시절을 보냈고 지금은 70대 노부부가 사는 이 집은 ‘요코야마 의원’이라는 간판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노쇠해서 진료를 그만두었지만 ‘료타’의 아버지가 의사였거든요. 가족들이 여기 모인 건 이날이 ‘료타’의 형 ‘준페이’의 기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를 따라 의사가 될 예정이었던 ‘준페이’는 15년 전 바닷가에서 물에 빠진 한 소년을 구하다가 죽었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아직 .. 더보기
'걸어도 걸어도' - 늘 이렇다니까. 꼭 한 발씩 늦어. "아버지도 어머니도 일흔을 넘겼지만, 아직 그때는 건강하실 때였다. 언젠가 그분들이 먼저 돌아가시리라는 것은 물론 알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언젠가’였다. 구체적으로 내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는 상황을 상상하지는 못했다. 그날, 무언가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이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럼에도 모른 척했다. 나중에 분명히 깨달았을 때는, 내 인생의 페이지가 상당히 넘어간 후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신 뒤였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걸어도 걸어도』 ⠀ 한 시절이 정녕 지나간 것이 맞는지 거기 내내 서서 소실점을 바라보다가도 할 일을 하고 갈 곳을 다시 걸어가는 날들. “늘.. 더보기
다시, 걸어도 걸어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아버지도 어머니도 일흔을 넘겼지만, 아직 그때는 건강하실 때였다. 언젠가 그분들이 먼저 돌아가시리라는 것은 물론 알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언젠가’였다. 구체적으로 내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는 상황을 상상하지는 못했다. 그날, 무언가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이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럼에도 모른 척했다. 나중에 분명히 깨달았을 때는, 내 인생의 페이지가 상당히 넘어간 후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신 뒤였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걸어도 걸어도』 한 시절이 정녕 지나간 것이 맞는지 거기 내내 서서 소실점을 바라보다가도 할 일을 하고 갈 곳을 다시 걸어가는 날들. “늘 이.. 더보기
이와이 슌지 영화 '라스트 레터'에 관해 더 생각해보고 싶어서 는 단 한 권의 소설 밖에는 쓰지 못한 실패한 소설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실패했다고 하는 것은 전적으로 온당하지 못하다는 게 의 시각이기도 하다. 여태껏 단 한 권의 소설만 썼지만 그는 거기에 모든 이야기를 바쳤고 그것을 여전히 쓰고 있다. 영화에서 그는 총 세 번에 걸쳐서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책에 사인해주기를 요청받는데, 그 세 번은 첫 번째에서 세 번째로 갈수록 더 중요해진다. 요컨대, 가장 거리가 멀고 중요하지 않은 독자로부터 가장 가깝고 중요한 독자에게로. 한 명의 독자가 있는 한, 그의 소설은 중요한 소설이고 그것을 쓴 사람은 세상 단 하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소설가다. https://brunch.co.kr/@cosmos-j/1223이와이 슌지의 '편지'는 계속해서 쓰이는 중이다.. 더보기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