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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김형경 심리 에세이 '사람풍경'(2006) (...) 『사람풍경』을 읽으며 분야는 판이하게 다르지만 형식과 장르적인 측면 그리고 책 전반에 대한 감상의 측면에서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곰출판, 2021)를 떠올리기도 했다. 저자의 경험을 '어류'라는 계통 분류에 대해 지나치게 확장해서 적용한 결과 다소 치밀하지 못한 비약에 이르렀다는 인상을 받았던 바 있다. 『사람풍경』  역시 감정을 먼저 분류하고 (예: Chapter 1 - 무의식, 사랑, 대상, 분노, 우울, ... , Chapter 2 - 의존, 중독, 질투, 시기심, ... ) 여행기를 거기에 접목한 책의 구성을 미루어 볼 때 저자가 매료된 정신분석 자체가 먼저이고 거기에 여행지에서의 소회를 도식적 내지 자의적으로 적용한 것이 아닐는지 생각하게 된다. ⠀ 그럼에도 저자 .. 더보기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그러나 병력은 개인에 대해 그리고 그 개인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병력은 질병에 걸렸지만 그것을 이기려고 싸우는 당사자 그리고 그가 그 과정에서 겪는 경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전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좁은 의미의 '병력' 속에는 주체가 없다. 오늘날의 임상 보고에는 주체가 '삼염색체백색증에 걸린 21세 여성'과 같은 피상적인 문구 안에 넌지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이런 식의 병력은 인간이 아니라 쥐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고 기록한 병력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주체 즉 고뇌하고 고통받고 병과 맞서싸우는 주체를 중심에 놓기 위해서는 병력을 한 단계 더 파고들어 하나의 서사,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 더보기
캐시 박 홍, '마이너 필링스' 메모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잘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 우리 자신을 잘 믿지 못한다. 그래서 목소리를 너무 크게 낸다고, 자존심이 너무 세다고, 혹은 야심이 너무 과한 게 아닐까 자책한다. 샤마는 그 시에서 자기 가족의 자존심을 이카로스에 비유한다. "보라, 우리가 하늘에 너무 가깝게 솟아올랐다가 어떻게 추락했는지. 추락이 우리를 끝장내지 못할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알았을까. 여기 떨어지고, 저기 떨어지고, 비명을 지르며. 오 허세부리디지, 너희 생각만큼 나쁠 리는 없으니.""(47쪽) "이코노미석으로 비행하며 고생해본 사람은 누구나 다오의 상황에 공감했다. 언론은 다오를 "승객", "의사", "사람"으로 지칭했으며, 애초에 그의 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쟁점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취급됐다. 이 드.. 더보기
윤혜은, '매일을 쌓는 마음'(2024) “책방이 내가 사로잡힌 것을 대수롭지 않게 만들거나 가려주지는 않는다. 책방에 언제나 내가 직면한 상황이나 감정보다 중요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책방 안쪽의 일들은 책방 바깥의 사정보다 대체로 아기자기하다. 그런 말랑한 데서 오는 힘이 있는 걸까. 업계 밖 사람들에게 책방은 낭만보다 30퍼센트의 수익으로 굴러가는 곳이라고 짠내 나게 말하지만 솔직히 내가 발붙이고 있는 현실 중 가장 푹신하다는 점에서 나를 적당히 내던지기 좋은 곳이 된다. 네모반듯한 공간에 네모난 책들로 빼곡한 책방은 의외의 탄성을 지녀서 그곳으로 들어서는 나를 매일 한 번씩 튕겨낸다. 처음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불안한 설렘, 낯선 떨림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책방을 운영하는 해가 거듭되어도 그 ‘약간의 들뜸’.. 더보기
글을 쓰는 한 우리 이야기는 불멸해진다 - 2024.02.17 리피움 [글을 쓰는 한 우리 이야기는 불멸해진다] 0)황현산 1)발표자 소개 2)말과 글의 차이 - 휘발되는 것과 지속되는 것 - 빠른 것과 느린 것 - 육체와 정신 -비가시성과 가시성 3)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 진심은 진심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 타인의 평가 의식. 잘 써야만 한다고 생각. 글쓰기 실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 쉽고 간단히, 함축하려 하기 때문 - 습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 4)생각과 감정을 글로 옮기는 일 - 김소연 : 상상력 - 공간, 시간, 정확, 사이 - 찰나를 이야기로 - 추상의 것을 구체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우리는 두려워하거나 막연하게 여기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걸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문자 언어로 만드는 순간 거기에는 힘이 생긴다. 5)타인의 의도를 선해하지 않는.. 더보기
'번역: 황석희'(2023, 달 출판사) (...) 원인 내지는 배경을 여러 가지로 짐작할 수 있다. 막연한 반지성주의, 리뷰/비평에 대한 몰이해, 극단화/이분화된 문화 풍조, 문해력,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존중의 결여. 해당 영화평을 쓴 이에 대한 존중을 결여한 이들의 볼멘소리를 애써 귀담아 존중해주고 싶지는 않지만, 글쓰기를 10년 이상 해온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어차피 글이라는 건 본래 읽거나 쓰는 이들이 아니라면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쓰나 마나 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가령 황석희 번역가의 위와 같은 문장을 영화를 애호하는 많은 이들이 일독했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생각하지만, 읽지 않는 이들에게는 닿지 않을 것이다. 쓰는 일을 고집하는 이의 일종의 오만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그만큼의 고민와 숙고를 거쳐본 일.. 더보기
브런치북 [영화가 끝나고 쓰는 N잡러 일기] 소개 평생 영화 일만 할 거라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만 여러 불확실한 우연과 확실한 예측불가능함 속에서 커리어의 변화를 겪었다. PR->IR의 변화는 그럴 수 있다 생각하더라도, 영화->식음료->제약바이오의 거리감이라니. 그럼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고, 기록들이 쌓인 덕분에 영화 이야기를 쓰고 말하는 N잡 생활자가 될 수 있었다. 퇴사도 커리어 공백기도 모두 내 선택이었고, 그 결정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계속 영화를 봤던 날들과 돈이 없어도 영화는 보러 갔던 날들을 지나,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평범한 직장인의 삶과 덕업일치의 일상을 오가는 현재의 기록을 꺼낸다. 커리어와 미래가 막연히 불안한 이들에게 나도 그랬었다고, 당신만 그러한 게 아니라며 말을 거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 더보기
브런치스토리 매거진 - '돈이 없어도 영화는 계속 봐야했다' - 김동진(2023.10) https://brunch.co.kr/@cosmos-j/1513 프롤로그.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계속 영화를 봤던 날들 돌아보니 'N잡러'로 살고 있다 | 2017년 12월 중순 어느 날. 그날 하루 동안의 일들이 대체로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에이전시(대행사)에서 개봉 영화의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약 2.5년 차 마케 brunch.co.kr 2017년 12월 중순 어느 날. 그날 하루 동안의 일들이 대체로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에이전시(대행사)에서 개봉 영화의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약 2.5년 차 마케터였던 나는 그때 마지막 출근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예를 들면 영화 수입사나 배급사로의 이직 같은 것이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잘 될 거야. 나름대로 충분한 경험을 한 것 같아. 이제 더.. 더보기
아크앤북 잠실 롯데월드몰, 제10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수상 작품전 오프라인에서 매년 브런치/브런치스토리를 만날 때마다 바로 그곳에 계속해서 글을 써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한다. 짧지 않은 기간 무엇인가를 쓰고 있다는 뿌듯함 내지는 더 좋은 것을 쓰고 싶다는 의무감, 그리고 같은 플랫폼에서 글의 형태로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묘한 연대 의식이나 내적 친밀감 같은 것들. '이쯤 되면 뭔가 더 나아갈 때가 되지 않았나' 같은 생각을 아주 가끔 한다. 그게 꼭 (출판과 같은) 유형의 결과물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스스로 정체되어 있지 않고 매 순간 지난날보다 조금 더 가치 있는 기록을 향해 나아가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영화기록이 계속해서 조금 더 풍부한 사유와 울림을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기대감. 브런치스토리에서 처음 작가로 승인(2015.09.04... 더보기
규 챌린지 시즌 1: Loving Myself - 15. <밤의 끝을 알리는> 한 페이지 or 한 챕터 필사해보기 15. 한 페이지 or 한 챕터 필사해보기 "나의 사랑스러운 벗에게. 우리를 떠올리면 내 마음이 덥다. 나의 지난날과 오늘 당신의 고독이 마치 거울처럼 닮아 있는 듯해 더욱 애달프고 섧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도 있다. 길을 잃었다 생각했을 때조차 사실은 길 위에 있었음을 알게 되는 것처럼. 충분한 만큼 울어도 좋다. 눈물을 가두고 모은들 바다라도 되겠는가? 필요한 만큼 아파해도 좋다. 우리는 부러진 다리로는 멀리 가지 못한다. 통증을 느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억지로 일어서기가 아니라 치료와 회복인 것이다. 그리고 당부컨대 너무 오랫동안 두려워하지는 마시라. 길은 걸음 뒤에 자연히 나는 발자취일 뿐, 우리가 긍긍(兢兢)하며 찾아 나서야 할 보물도, 어쩌면 그 무엇도 아니다.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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