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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

늦은 2024년의 결산(문화 콘텐츠) 12월에 트레바리 [씀에세이-노트]의 연말결산 번개모임에서 썼던 것을 조금 추려서 남기는 뒤늦은 2024년 일부의 취향 기록.⠀올해의 문학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 (문학동네, 2024)⠀올해의 비문학김지원,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유유, 2024)자미라 엘 우아실, 프리데만 카릭,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김현정 역, 원더박스, 2023)⠀올해의 문장"이 미래는 내 힘으로 거부할 수 있다. 내게 그런 힘이 있다는 걸 한 번 느껴보고 싶었어요. 원하는 미래로 나아가지는 못할지라도 원치 않는 미래를 거부할 수는 있겠죠.""방금 인생이 내게도 맥주 한 잔을 내밀었어요. 우리 낮술 마시러 가요. 내가 할 이야기가 생겼어요."-김연수, 「여수는 나의 힘으로」에서 (2024.07.23 미.. 더보기
과연 사람들은 평론가 평점에 맞춰 자기 평을 수정하는가: 왓챠피디아에서의 일부 검증되기 어려운 주장에 대해 이동진 평론가 님이 본인 별점에 대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사람들 반응에 대해 여러 곳에서 자주 언급하시는 게 있는데 요컨대 "그런 사례도 많겠지만 맞지 않는 반대의 사례도 무수히 많다"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에 맞는 사례만 보고 "종교학을 전공해서 관련 영화에 좋게 평가한다" 내지 "한국영화는 어떠하게 평가한다", "별점 5점보다는 4.5점 준 영화가 더 재미있다" 식으로 판단하는 거예요. 영화가 수천 수만 편이고 무수히 다수의 사람들이 보는데 일정한 기준, 일정한 경향성이라는 건 있기 어렵다고 봅니다. 저는 이 건에 대해서도 딱히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실제 별점 분포나 경향성이 '이동진 평론가 별점 게재' 후 바뀐 사례가 많을 수 있는 만큼 그렇지 않은 사례도 아주 많을 것이.. 더보기
영화 '애프터썬'(2022) 재개봉 후기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 누군가의 뒷모습에 드리운 그늘을 읽어내는 일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걸 의 중후반은 잘 보여준다. 의도적으로 영화가 생략하거나 설명하지 않은 것들은 고스란히 관객 각자에게 여운처럼 다가와 짙게 남는다. 캠코더에 담긴 '인터뷰'는 영화 속 현재의 소피가 진정 아빠에게 묻고 싶었을 질문처럼 다가온다. "11살의 아빠는 지금 뭘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요?" 이러한 언어가 다가와 감정적인 여운을 남기는 건 지금 그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인데, 마치 이 '어찌할 수 없었음'을 받아들이는 듯한 연출 하에도 지나온 시절을 향한 연출자이자 작가의 감정은 고스란히 담긴다. 그 순간을 마치 현재인 것처럼 눈앞에 되살려내려는 안간힘과 기억의 오류 내지 한계를 인정하는 무의식 중의 깨달음이 모여 끝나지 않고 계.. 더보기
영화 '베테랑 2'(2024) 짧은 후기 / 롯데시네매 영주 / 추석 연휴 부모님 모시고 1편이 개봉한 2015년과 2편이 개봉한 2024년 사이에도 영화 안과 밖 모두 많은 것이 달라져 있음을 실감한다. 일단 (2024)는 시리즈 기획의 잠재력과 가능성도 보이는 무난한 속편이다. 한층 복잡해진 고민과 시름, 무게감을 이식한 몇 가지의 화두가 여전한 액션 세트들 속에 녹아 있다. 동시에 118분이라는 길지 않은 상영시간 안에 시대상을 반영하고 사회적 정의에 대한 고민을 투영하는 과정은 전편과 유사한 톤을 짐작했을 관객에게는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남용되는 특정 소재와 다각도로 펼쳐지는 화두는 그 자체로 의도와 달리 '서도철'의 캐릭터를 희석시키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한계를 남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투박하고 거친 중년의 형사와 동료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는 결국 확실해진다. "사람 .. 더보기
이나다 도요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대사 없이 흘러가는 10초간의 장면에는 ‘10초간의 침묵’이라는 연출 의도가 있다. 침묵에서 비롯된 어색한, 긴장감, 생각에 잠긴 배우의 표정은 모두 만든 이가 의도한 연출이다. 그렇기에 그 장면은 9초도 11초도 아닌, 10초여야만 한다.” -이나다 도요시 지음,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황미숙 옮김, 현대지성, 2022, 16쪽에서 ⠀ 일본에서도 일찍이 이른바 ’결말포함 영화리뷰’ 성격의 ‘패스트 무비’로 불리는 유튜브 영상 콘텐츠가 화두가 되었다. 이미 2021년 11월에 저작물 관련법 위반으로 인한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에서 저자는 이것의 위법성이나 윤리관 결여, 저작권자의 피해 등에 앞서 그러한 영상들에 많은 니즈가 있었다는 사실 .. 더보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영화 '브로커'(2022) 행동의 죄목을 그 경중을 묻거나 인물의 도덕성을 논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벌어진 일과 앞으로 펼쳐질 수 있을 미래의 가운데에서 인물 한 명 한 명이 어떤 선택을 하고 거기까지 얼마만큼의 고민과 아픔 같은 것들이 있어왔을지를 천천히 헤아리는 이야기. 그건 많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들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2022)에는 "우성을 버린 건 (...) 때문이었잖아"라고 헤아려주는 시선과 "그래도 버린 건 버린 거야"라고 자각하는 태도가 공존한다. 다시 말해서 는 "낳고 나서 버리는 일"과 "낳기 전에 죽이는 일" 중 어느 쪽이 더 나쁘거나 덜 나쁜지 묻는 영화도 베이비박스라는 소재에 대해 적극적인 주장 혹은 태도를 전하기 위한 영화도 아니다. 그저,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낸 아이야"라고 한.. 더보기
'결말 포함 리뷰'에 대한 생각들 https://brunch.co.kr/@cosmos-j/1379 '결말 포함 리뷰'에 대한 생각들 창작자의 의도대로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는 일 | 최근에 블로그 댓글로 나눈 대화 중에 그런 게 있었다. 읽고 싶고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것/곳들이 나날이 쌓여가는데 늘어나기만 하는 위시리스 brunch.co.kr 최근에 블로그 댓글로 나눈 대화 중에 그런 게 있었다. 읽고 싶고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것/곳들이 나날이 쌓여가는데 늘어나기만 하는 위시리스트를 우리는 다 소화할 수가 없고 앞으로도 그렇다는 것. 지도 앱에 체크해둔 장소가 얼마 뒤 폐업하고 기억해둔 신작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하며 하트 표시해 두었던 시리즈를 시작도 못 했는데 얼마 뒤 그 작품의 새 시즌이 나온다. 관심을 두는 것의 범주와 범위가.. 더보기
영화 '스타 이즈 본'(2018) 메모들 1. 어떻게 여기 온 거예요?(앨리) 얼굴은 왜 가려요?(잭슨) 분장실엔 왜 왔어요?(앨리) 작중 배경이 되는 드랙 바는 남자들이 여장을 하고 노래하는 곳인데 앨리는 유일한 여성 2. 내가 쓴 노래는 안 불러요, 불편해서요. 내가 만난 음악 쪽 사람들이 내 코가 너무 커서 난 안 될 거래요. 엄청 예쁜데. 코 보여주는 거예요? 신체와 신체의 접촉, 그리고 그것의 클로즈업에 집중 날 빤히 쳐다보면서 노랠 듣고 이래요 목소리는 좋은데 생긴 게 별로네 태어났을 때 귀가 안 들렸어요 그런데 가수가 됐죠 재능이 없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내 식대로 들려줬는데 통한다는 건 특별한 재능이에요 '잭슨 메인'이랑 술을 마시다니 3. Shallow 즉석에서 잭슨을 보며 앨리가 부른 노래 앨리가 전.. 더보기
영화 '청춘적니'(2021) - 굴초소와 장정의의 청춘 로맨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그 많은 사람들 속 단 하나의 문만 열려 있어", "낮과 밤이 반복되는 운명 속에 난 종종 더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곤 해" 막문위가 부른 사운드트랙의 이런 가사들이 아른거린다. 샤 모어 감독의 (2021)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그렇게 특별한 축에 들지는 않는다. 사랑함에도 엇갈리는 상황들. 현실적인 이유들 때문인 것 같지만 는 내내 '뤼친양'(굴초소)에게 희망과 어긋나는 시련을 부여하고 '링이야오'(장정의)에게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만든다. 포기하고, 그럼에도 또 시도하기를 반복하는 일이 10년에 걸쳐 되풀이된다. 한 번쯤 사랑을 지켜내지 못했던 적 있을 이들에게, 는 사랑할 용기는 언제나 필요하고 사랑할 시간은 언제나 필요하다고 일깨운다. 굴초소와 장정의라는 두 라이징 스.. 더보기
영화 '퍼스트 카우'(2019) 네바다, 사우스 다코타, 네브라스카 등지에서 촬영한 (2020)를 볼 때의 감흥이 오리건에서 촬영한 (2019)를 보면서 비슷한 방식으로 전해졌다. 지금은 떠올리기 어려운 야생적이거나 목가적인 이미지들. 거기에서 만난 이야기를 통해, 기억에 남는 건 주인공들의 이름보다는 그들 사이의 관계성과 그들이 함께 꾸었던 꿈이었다. 19세기의 누군가가 바라보았던 밤하늘과 강가와 촛불, 그들이 밟았던 흙의 내음과 우유로 만들었던 빵의 냄새까지도 전해지는 기분. 주(State)가 되기 전 '준주'(Territory)였던 곳에서, 젖소가 흔해지기 이전에 '퍼스트 카우'(First Cow)를 가지고, 떠돌던 이와 이방인인 이가 정착과 부를 이루어내고자 했던 일들이 있었다. 영화의 시나리오 각색은 물론이고 원작 소설을 집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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