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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

이나다 도요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대사 없이 흘러가는 10초간의 장면에는 ‘10초간의 침묵’이라는 연출 의도가 있다. 침묵에서 비롯된 어색한, 긴장감, 생각에 잠긴 배우의 표정은 모두 만든 이가 의도한 연출이다. 그렇기에 그 장면은 9초도 11초도 아닌, 10초여야만 한다.” -이나다 도요시 지음,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황미숙 옮김, 현대지성, 2022, 16쪽에서 ⠀ 일본에서도 일찍이 이른바 ’결말포함 영화리뷰’ 성격의 ‘패스트 무비’로 불리는 유튜브 영상 콘텐츠가 화두가 되었다. 이미 2021년 11월에 저작물 관련법 위반으로 인한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에서 저자는 이것의 위법성이나 윤리관 결여, 저작권자의 피해 등에 앞서 그러한 영상들에 많은 니즈가 있었다는 사실 .. 더보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영화 '브로커'(2022) 행동의 죄목을 그 경중을 묻거나 인물의 도덕성을 논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벌어진 일과 앞으로 펼쳐질 수 있을 미래의 가운데에서 인물 한 명 한 명이 어떤 선택을 하고 거기까지 얼마만큼의 고민과 아픔 같은 것들이 있어왔을지를 천천히 헤아리는 이야기. 그건 많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들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2022)에는 "우성을 버린 건 (...) 때문이었잖아"라고 헤아려주는 시선과 "그래도 버린 건 버린 거야"라고 자각하는 태도가 공존한다. 다시 말해서 는 "낳고 나서 버리는 일"과 "낳기 전에 죽이는 일" 중 어느 쪽이 더 나쁘거나 덜 나쁜지 묻는 영화도 베이비박스라는 소재에 대해 적극적인 주장 혹은 태도를 전하기 위한 영화도 아니다. 그저,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낸 아이야"라고 한.. 더보기
'결말 포함 리뷰'에 대한 생각들 https://brunch.co.kr/@cosmos-j/1379 '결말 포함 리뷰'에 대한 생각들 창작자의 의도대로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는 일 | 최근에 블로그 댓글로 나눈 대화 중에 그런 게 있었다. 읽고 싶고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것/곳들이 나날이 쌓여가는데 늘어나기만 하는 위시리스 brunch.co.kr 최근에 블로그 댓글로 나눈 대화 중에 그런 게 있었다. 읽고 싶고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것/곳들이 나날이 쌓여가는데 늘어나기만 하는 위시리스트를 우리는 다 소화할 수가 없고 앞으로도 그렇다는 것. 지도 앱에 체크해둔 장소가 얼마 뒤 폐업하고 기억해둔 신작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하며 하트 표시해 두었던 시리즈를 시작도 못 했는데 얼마 뒤 그 작품의 새 시즌이 나온다. 관심을 두는 것의 범주와 범위가.. 더보기
영화 '스타 이즈 본'(2018) 메모들 1. 어떻게 여기 온 거예요?(앨리) 얼굴은 왜 가려요?(잭슨) 분장실엔 왜 왔어요?(앨리) 작중 배경이 되는 드랙 바는 남자들이 여장을 하고 노래하는 곳인데 앨리는 유일한 여성 2. 내가 쓴 노래는 안 불러요, 불편해서요. 내가 만난 음악 쪽 사람들이 내 코가 너무 커서 난 안 될 거래요. 엄청 예쁜데. 코 보여주는 거예요? 신체와 신체의 접촉, 그리고 그것의 클로즈업에 집중 날 빤히 쳐다보면서 노랠 듣고 이래요 목소리는 좋은데 생긴 게 별로네 태어났을 때 귀가 안 들렸어요 그런데 가수가 됐죠 재능이 없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내 식대로 들려줬는데 통한다는 건 특별한 재능이에요 '잭슨 메인'이랑 술을 마시다니 3. Shallow 즉석에서 잭슨을 보며 앨리가 부른 노래 앨리가 전.. 더보기
영화 '청춘적니'(2021) - 굴초소와 장정의의 청춘 로맨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그 많은 사람들 속 단 하나의 문만 열려 있어", "낮과 밤이 반복되는 운명 속에 난 종종 더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곤 해" 막문위가 부른 사운드트랙의 이런 가사들이 아른거린다. 샤 모어 감독의 (2021)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그렇게 특별한 축에 들지는 않는다. 사랑함에도 엇갈리는 상황들. 현실적인 이유들 때문인 것 같지만 는 내내 '뤼친양'(굴초소)에게 희망과 어긋나는 시련을 부여하고 '링이야오'(장정의)에게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만든다. 포기하고, 그럼에도 또 시도하기를 반복하는 일이 10년에 걸쳐 되풀이된다. 한 번쯤 사랑을 지켜내지 못했던 적 있을 이들에게, 는 사랑할 용기는 언제나 필요하고 사랑할 시간은 언제나 필요하다고 일깨운다. 굴초소와 장정의라는 두 라이징 스.. 더보기
영화 '퍼스트 카우'(2019) 네바다, 사우스 다코타, 네브라스카 등지에서 촬영한 (2020)를 볼 때의 감흥이 오리건에서 촬영한 (2019)를 보면서 비슷한 방식으로 전해졌다. 지금은 떠올리기 어려운 야생적이거나 목가적인 이미지들. 거기에서 만난 이야기를 통해, 기억에 남는 건 주인공들의 이름보다는 그들 사이의 관계성과 그들이 함께 꾸었던 꿈이었다. 19세기의 누군가가 바라보았던 밤하늘과 강가와 촛불, 그들이 밟았던 흙의 내음과 우유로 만들었던 빵의 냄새까지도 전해지는 기분. 주(State)가 되기 전 '준주'(Territory)였던 곳에서, 젖소가 흔해지기 이전에 '퍼스트 카우'(First Cow)를 가지고, 떠돌던 이와 이방인인 이가 정착과 부를 이루어내고자 했던 일들이 있었다. 영화의 시나리오 각색은 물론이고 원작 소설을 집필.. 더보기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2021), 웨스 앤더슨 이야기에 관해 이야기하기로 결심한 사람은 청자이자 독자가 될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고 싶어 한다. 빠뜨린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두고 온 무언가를 그리워하면서 끊임없이. 모든 아름다움에는 겉에서 헤아릴 길 없는 아득한 깊이가 있다고 하는데, 이야기꾼 중 어떤 이들은 그 세계를 눈앞에서 활자의 기억으로 생생하게 구현해낸다. 알고 있는 것과 좋아하는 것과 믿는 것들과 지나온 것들 모두가 거기 담겨 있는데, 시작은 단지 하나의 소풍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책갈피를 어디다 꽂아 두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때로는 마음만이 아는 것을 글자로 되살리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다 끝없이 실패하는 형식"(이성복, 『무한화서』)으로, 한 사람에게서 다른 한 사람에게로 다만 되풀이될 따.. 더보기
극한의 내전 상황 속 생존과 탈출 실화극: 영화 ‘모가디슈’(2021) 리뷰 (...) 영화에서 이러한 배경은 국제 정체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적극 다루는 데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뒤에서 말할 자동차 액션을 중심으로 한 탈출극을 그려내기 위한 글자 그대로의 배경, 백그라운드에 좀 더 가깝게 느껴지고 나아가 당시 모가디슈를 중심으로 한 소말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 상황 또한 어느 정도는 평면적으로 그려지는 듯한데 아마도 상업 영화로서 캐릭터와 이야기의 여러 요소들을 안배하기 위한 것으로 납득할 만하다. 또 하나의 배경은 모로코 현지 로케이션에서 만들어진 프로덕션 자체다. 촬영의 편의나 효과를 위한 인공조명을 최대한 배제한 채로, 장면에 따라서는 촛불 하나에만 의지해야 하는 영화 속 상황들. 그리고 아프리카 특유의 풍광과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의 모습을 스크린에 살려내기 위한 생활.. 더보기
영화 '모가디슈'(2021) 1. 무난하고 안전해 보이는 기획이지만 모로코(소말리아 모가디슈가 배경이나 여러 여건상 실제 촬영은 모로코에서 모두 진행했다) 현지에서 1990년 전후 모가디슈를 재현하는 훌륭한 프로덕션, 무장하지 않은 채로도 긴장감과 리액션만으로도 능히 채워지는 충실한 액션 신들, 그리고 한 발 물러나서도 건조하지 않을 수 있는 알맞은 정도의 관객과 캐릭터 사이 거리, 정치적 메시지를 주입하려 들지 않아도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좋은 각본까지. 초기작들은 물론 부터 까지 아우르는 류승완 감독의 장점과 특색이 훌륭하게 모였다. 결국 영화는 단순히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방식과 태도의 산물이라고 (2021)는 이른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1/10 수준에 불과한 제작비로도 증명한다. 여러 직, 간접적 레퍼런스들이 있지만 내게 가.. 더보기
영화 '블랙 위도우'(2020) 스스로의 결정을, 서사를, 가족을,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연대감을 되찾기까지 10년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제야 어벤져스 일원이기 이전에 나타샤 로마노프였던 이에게 이름을 되돌려주었다. 드라마에 충실하면서 액션도 결코 소홀하지 않은, 어떤 연출자와 작가로도 평균 이상의 역할을 해내는 MCU 인피니티 사가의 또 한 번의 마무리. 거기에 쉬울 뿐 아니라 설득력까지 갖춘 마땅한 메시지까지. (2020)는 1년도 넘게 기다려왔던 만큼의 충분한 보상을 주는 훌륭한 엔터테인먼트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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