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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히로카즈

영화 '괴물'(2023)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신작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2023)에서도 중심인물인 ‘미나토’와 ‘요리’ 모두 편부모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동시에 타인에게 속내를 털어놓기 어렵거나 혹은 편견(“아빠 없이 자라서 그렇다”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다만 은 아이의 일상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대신 엄마를 비롯한 어른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한다. (은 총 3개의 시점에서 나란히 혹은 번갈아 펼쳐진다.) '미나토'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한 엄마 '시오리'는 학교를 찾아가고,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담임교사인 '호리'가 미나토에게 손찌검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비슷한 방식으로 일어난다. 의 초반부에서 나타나.. 더보기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2023) (...) 제목에서 이미 알 수 있는 것처럼,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에서 더 중요한 것은 키요가 요리에 대한 재능과 흥미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 스미레가 무용 실력과 재능을 인정받는 과정, 그리고 아오모리에서 교토에 함께 온 두 사람의 우정 자체다. 키요와 스미레를 주인공으로 하되 작중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건 주어진 환경과 타인으로부터의 영향 속에서 재능을 어떻게 발견하거나 키워나갈 것인가 하는 데에 있다. 예를 들면 츠루코마는 스미레가 날마다 새벽에 안무 연습을 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자신이 마이코가 되기 적합한지의 기로에 서고, 스미레의 아버지는 그에 앞서 스미레에게 "억지로 최고가 되기 위해 너무 무리하지는 말라"고도 이야기 한다. 나아가 원작에 없는 요시노와 같은 캐릭터를 통해 '전통예술을 계승.. 더보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 '브로커'(2022) (...) 결론적으로 내게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타국에서 찍은 영화라는 점으로 인한 언어 등의 이질감은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중심인물 중 하나인 ‘상현’을 연기한 송강호 배우가 현장에서 대사의 톤과 같은 것에 대한 일종의 자문역을 직접 맡았다는 이야기 덕분이 아니라, 부러 구어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뜻하는 바가 느껴지는 시나리오 덕분이었다. ‘소영’(이지은)과 같은 일부 캐릭터에 대해서는 일부러 직접적으로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쪽으로 짜여 있지만 후반부의 한 장면에서 등장하는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에서 직접 전해지는 것처럼 의 이야기는 지극히 쉽고도 익숙해서 그에 대해 특별히 해석할 여지가 적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줄곧 ‘아기 수출’에 있어 세계 최상위권에 있었다. 미국 등 해외로 입양 보내.. 더보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영화 '브로커'(2022) 행동의 죄목을 그 경중을 묻거나 인물의 도덕성을 논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벌어진 일과 앞으로 펼쳐질 수 있을 미래의 가운데에서 인물 한 명 한 명이 어떤 선택을 하고 거기까지 얼마만큼의 고민과 아픔 같은 것들이 있어왔을지를 천천히 헤아리는 이야기. 그건 많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들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2022)에는 "우성을 버린 건 (...) 때문이었잖아"라고 헤아려주는 시선과 "그래도 버린 건 버린 거야"라고 자각하는 태도가 공존한다. 다시 말해서 는 "낳고 나서 버리는 일"과 "낳기 전에 죽이는 일" 중 어느 쪽이 더 나쁘거나 덜 나쁜지 묻는 영화도 베이비박스라는 소재에 대해 적극적인 주장 혹은 태도를 전하기 위한 영화도 아니다. 그저,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낸 아이야"라고 한.. 더보기
소설과 영화 '걸어도 걸어도' 대략적인 줄거리) 작품의 주인공 ‘료타’는 이제 막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 ‘유카리’와 함께 부모님을 뵙고 인사드리러 고향에 가는 길입니다. ‘유카리’에게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아쓰시’가 있고요. 고향 집에는 주인공 ‘료타’의 누나 ‘지나미’ 부부가 먼저 와 있습니다. 여기는 아이가 둘이 있고요. ‘료타’가 어린 시절을 보냈고 지금은 70대 노부부가 사는 이 집은 ‘요코야마 의원’이라는 간판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노쇠해서 진료를 그만두었지만 ‘료타’의 아버지가 의사였거든요. 가족들이 여기 모인 건 이날이 ‘료타’의 형 ‘준페이’의 기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를 따라 의사가 될 예정이었던 ‘준페이’는 15년 전 바닷가에서 물에 빠진 한 소년을 구하다가 죽었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아직 .. 더보기
'걸어도 걸어도' - 늘 이렇다니까. 꼭 한 발씩 늦어. "아버지도 어머니도 일흔을 넘겼지만, 아직 그때는 건강하실 때였다. 언젠가 그분들이 먼저 돌아가시리라는 것은 물론 알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언젠가’였다. 구체적으로 내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는 상황을 상상하지는 못했다. 그날, 무언가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이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럼에도 모른 척했다. 나중에 분명히 깨달았을 때는, 내 인생의 페이지가 상당히 넘어간 후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신 뒤였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걸어도 걸어도』 ⠀ 한 시절이 정녕 지나간 것이 맞는지 거기 내내 서서 소실점을 바라보다가도 할 일을 하고 갈 곳을 다시 걸어가는 날들. “늘.. 더보기
다시, 걸어도 걸어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아버지도 어머니도 일흔을 넘겼지만, 아직 그때는 건강하실 때였다. 언젠가 그분들이 먼저 돌아가시리라는 것은 물론 알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언젠가’였다. 구체적으로 내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는 상황을 상상하지는 못했다. 그날, 무언가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이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럼에도 모른 척했다. 나중에 분명히 깨달았을 때는, 내 인생의 페이지가 상당히 넘어간 후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신 뒤였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걸어도 걸어도』 한 시절이 정녕 지나간 것이 맞는지 거기 내내 서서 소실점을 바라보다가도 할 일을 하고 갈 곳을 다시 걸어가는 날들. “늘 이.. 더보기
[1인분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 실제의 삶과 회고된 삶의 사이(하) (2020.11.13.) (...) 당연히 ‘파비안느’는 연기를 하는 내내, 시나리오 리딩을 하고 촬영 현장에 머물고 촬영 현장 바깥에서 영화에 대해 생각하는 내내 ‘사라’에 관해 떠올렸을 겁니다. ‘파비안느’는 종종 몰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정해진 대사를 읽지 않고 애드리브를 하는 등 수십 년의 경험을 통해 관록이 쌓일 대로 쌓인 이른바 대배우의 모습과는 다른 면모를 드러내는데요, 그 자체가 ‘사라’에 관해 가지고 있는 그의 복잡한 기억과 생각들을 상대 배우이자 극중 자신의 엄마 역을 맡은 ‘마농’을 보는 내내 떨쳐내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 (2020.11.13.)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11월호 여섯 번째 글은 '실제의 삶과 회고된 삶의 사이'(하)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9).. 더보기
[1인분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 실제의 삶과 회고된 삶의 사이(중) (2020.11.11.) (...) 그러니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라는 건 그 한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과 그의 주변 모든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살펴볼 수 있는 서로 간의 영향, 그리고 우리의 기억이 완벽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가량 지금 그 SF 영화를 찍고 있는 촬영소(스튜디오)를 어릴 때 이후 오랜만에 들른 ‘뤼미르’는 “여기가 원래 이렇게 작은 곳이었나”라고 반응하는데 옆에서 ‘파비안느’는 “그게 아니라 네가 자란 거야.”라고 말해요. (...) (2020.11.11.)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11월호 다섯 번째 글은 '실제의 삶과 회고된 삶의 사이'(중)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9)에 관해 썼다. 글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을 통해서. 더보기
[1인분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 실제의 삶과 회고된 삶의 사이(상) (2020.11.09.) 이 영화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우선 생각나는 작품은 자크 드미 감독의 (1964)입니다. 프랑스 영화라는 점과 까뜨린느 드뇌브의 주연작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제게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을 볼 때 다가오는 것들 중 하나는 자연히, 영화에서 만나는 배우의 당시 모습과 현재 모습의 차이입니다. 1943년생인 까뜨린느 드뇌브는 20대 초반에 출연한 때의 모습과 70대 중반이 된 해에 출연한 (2019)에서 전혀 다른 인물처럼 보여요. 각각의 캐릭터를 연기한 한 배우의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지닌 성격과 특징 면에서 그렇게 생각됩니다.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 그리고 여전히 아름답지만 어른의 삶에 관록 있게 무뎌지고 여러 주름들을 겪어낸 사람. (...) (2..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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