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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이웃집 토토로'(1988) 기상청 5월호 원고를 쓰려고 고른 작품은 인생에도 방학이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듯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기작 (1988). 사츠키(サツキ)와 메이(メイ)는 새 집과 마을 주변을 누비여 마치 '어린 시절에만 나타나는 요정'과도 같은 그 무엇들을 보고 어른들은 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시시하지 않게 듣는다. 어머니가 아프다든지 집을 지킨다든지 혹은 터널과도 같은 공간을 지나 어떤 숲을 발견한다든지 하는 설정은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이 아니더라도 크게 새로울 것 없지만, 바로 전작인 (1986)나 대부분의 하야오 작품과 비교한다면 이 마을은 작고 소박한 공간이다. 그렇지만 이웃 할머니의 밭에는 옥수수며 오이, 토마토 등 없는 게 없고 아이들의 텃발에도 싹이 난다. 비가 오면 제 우산을 내어주는 소년이 있고, 아.. 더보기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2023) '나'와 '당신'이 정말로 어떤 '인연'이었는지 지금의 우리는 알 길이 없겠지만, 그러한 연결감 자체가 살아 있는 지금을 움직이는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반복되었을지 모를 선택들과 교차했을지 모를 이야기들이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해 왔다고 믿는 마음이 한 시절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시절을 맞이하게, 즉 성장하게 만든다. 똑같이 계단을 오르는 두 장면이나 "그때 보자" 같은 말들, 말과 말 사이 여백과 머뭇거림들이 (2023)이 인과 연을 긍정하면서도 두 번의 이민과 헤어짐을 겪었던 두 인물의 삶을 아름답게 보듬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https://www.instagram.com/p/C4nWckhRV-j/ 더보기
아카데미 시상식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엠마 스톤 (...) 우리는 단상 위에 선 사람들이 '무대'에서가 아니라 실제로는 어떤 관계인지 혹은 서로에 대해 안면이 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 그건 그럴 수 있고 그럴 수밖에 없다. 아니, 안다고 하는 건 거의 절대적으로 착각이다. 온라인 공간에는 특정 연예인에 대해 이 사람은 행실이 어떻고 어디서 무슨 발언을 했고 촬영 현장에서 무슨 행동을 했고 하는, 다 안다는 듯한 발언들로 넘쳐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가장 쓸데없는 이야기 혹은 하나마나 한 이야기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연예인/유명인의 "인성"이나 "정치관" 같은 것에 대한 이야기다. 1번. 뭘 안다고?촬영장에서 어땠다더라. 특정한 시상식에서 어떠한 발언을 했다더라. 카더라로 만나본 적도 없는 특정한 사람의 특정한 성격이나 가치관을 .. 더보기
영화 '가여운 것들'(2023) (2023)은 해석된 관찰자의 시선에서 규칙, 즉 나를 뺀 세상의 바깥에 이미 존재해 온 것들의 의미를 뒤집어 생각하게 만든다. 각색, 편집, 촬영 등 요르고스 란티모스 영화들을 계속 함께해 온 스태프들과 명배우들의 협업이 이것을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원작 대신 마치 란티모스의 오리지널 스토리인 것처럼 그 이야기와 스타일을 제대로 각인시킨다. 불완전한 이들이 만들어 낸 세계의 총체인 '집 바깥'을, '벨라'는 어떤 편견도 없이 기이한 방식과 과정으로 모험한다. 여정의 끝에서 벨라를 기다리고 있는 건 단지 위험하고 폭력적인 세상으로부터의 낙담과 좌절이 아니라,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결합되는 동화가 안겨주는 기묘한 연대감이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얻어내는 나름의 질서와 존재에 대한 .. 더보기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2023) 감독 브래들리 쿠퍼의 취향과 배우 브래들리 쿠퍼의 수완이 골고루 돋보이는 영화. (2023)이 조명하는 건 지휘자, 작곡가, 뮤지션으로서 번스타인의 위상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개인사의 그림자다. 좀 더 정확히는 이 이야기는 레너드 번스타인 본인보다 아내인 펠리시아 몬테알레그레의 곁에 (캐리 멀리건이 크레디트의 첫 번째 이름으로 등장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머물기도 한다. 일생에서 자신이 혼신을 다한 분야에 어떤 족적을 남기는 것도 주요하지만,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말년의 펠리시아가 딸에게 말하듯 타인에게 친절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것, 사랑에 책임을 다하는 것. 인생은 불완전하고 우리는 삶의 모든 것을 완벽히 지휘하고 통제할 수는 없다. 거장으로 불리는 이에게 드리운 빛과 그림자를 은 흑백과 컬러를 오.. 더보기
영화 '노 베어스'(2022)_자파르 파나히 감독 신작 https://brunch.co.kr/@cosmos-j/1550 더보기
영화 '괴물'(2023)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신작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2023)에서도 중심인물인 ‘미나토’와 ‘요리’ 모두 편부모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동시에 타인에게 속내를 털어놓기 어렵거나 혹은 편견(“아빠 없이 자라서 그렇다”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다만 은 아이의 일상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대신 엄마를 비롯한 어른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한다. (은 총 3개의 시점에서 나란히 혹은 번갈아 펼쳐진다.) '미나토'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한 엄마 '시오리'는 학교를 찾아가고,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담임교사인 '호리'가 미나토에게 손찌검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비슷한 방식으로 일어난다. 의 초반부에서 나타나.. 더보기
영화 '바빌론'(2023) / 메가박스 / 시네마리플레이 (...) ⠀ 그러나 의 시선은 저 낡은 사람의 일렁이는 두 눈을 빌려 그 자리에 (1991)나 (2009) 등과 같은 현대의 것들, 그러니까 영화 속 대부분의 인물들이 살아 있지 않은 시대의 산물을 포개어 놓는다. 곧 스타는 사라져도 영화는 그 자리에 남아 계속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무성영화를 지나 유성영화를 거쳐, 곧이어 TV 시대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이 고상하지도 단단하지도 않은 세계 위에서 저마다 존재하기 위해 분투했던 영화판 사람들의 활극을 보는 동안 내게 기억에 남은 건 앞에서 쓴 '매니의 영화'만큼이나 영화관 안에서 '자기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보는' 넬리와 잭의 시선이기도 했다. (어떤 장면에서는 (2019)에서 샤론 테이트가 자기 영화 (1969)를 보는 대목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 더보기
영화 '싱글 인 서울'(2021) 리뷰 (...) 각자 삶의 방식을 지닌 여러 연령층과 상황의 인물을 오가며 혼자의 삶도 여러 관계들 속에서 가능하고 누군가와 함께일 때도 충분히 자유롭고 나다울 수 있다고 넉넉히 말해주는 이야기. 언제나 서투르고 모두가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실제보다 미화 혹은 편집되기도 할지 모르지만 고쳐 쓰고 다시 쓰면서 나는 매 순간 '나'이면서 어느 순간 '우리'이기도 하다. ⠀ 여기에도 기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삶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는 생각하지 않은 사이에 타인과의 영향과 교류 속에서 발견되거나 변화되기도 한다. 영호(이동욱)와 현진(임수정)을 비롯한 이들의 모습은 가령 다음과 같은 생각도 하게 만든다. 어찌할 수 없는 환경의 변화 같은 것들로부터 스스로를 차단시키지 않고 때로는 마음을 열어.. 더보기
영화 '서울의 봄'(2023) 리뷰 (...) 박정희 대통령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인물들이 (실제와) 다른 이름을 쓴다는 점, 그리고 어디까지나 ‘실화’ 그 자체가 아니라 (당연하게도) 픽션이 가미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을 관람하면서 마주하는 체험의 상당 부분은 수 십 년 뒤를 살고 있는 입장에서 어떤 결말을 알기 때문에 가능한 면도 있다. 결국 봄은 그때 오지 않았고 실제로 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노골적이지도 자극적이지도 않게 현장을 생생히 재구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그 목표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은 극장에서 관람할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다. ⠀ *정보전의 양상과 양측 진영을 사이에 두고 나타나는 장성들의 행동, 우유부단한 어떤 인물의 뒤늦은 의사결정, 홀로 분투하는 주인공의 우직함 등 여러 면에서 브라이언 싱어의 훌륭한 전쟁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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