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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가상의 세계에서 실제로 살며 교류하는 일: 영화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2024) (...)마츠의 부모는 그가 방 안에서 고립된 일상을 보낸다고 여겼지만 가상의 세계에서 이벨린은 사랑받는 친구이자 든든한 조언자였다. 게임 로그에 남은 그의 문자 언어로 된 대화는 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통해 영상과 음성으로 되살려지며 삶이 지난 뒤에도 이야기가 계속해서 남는다는 진실을 들려준다. 한 사람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삶에 흔적을 남긴다. 기억의 형태로 된 그것들은 현실 세계와 게임 속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않는다. 가령 소통에 어려움을 겪던 모자를 게임 속에서 대화하고 포옹하도록 이끌어내는 모습은 조금도 이질적이지 않다.⠀은 신체적 한계를 인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게임 공간에서 온전히 타인들과 교류하며 일생을 살았던 이를 추모하는 동시에 가족은 물론 '스타라이트' 길드에서 함께 활동했던 이들의.. 더보기
메타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넷플릭스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2020) (...)크레이그는 문어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하면서도 쉽사리 벽을 허물지 않는다. 문어가 상어와 같은 적으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등 위험한 상황에 처하자 그는 개입을 고민하면서도 오랜 세월 지속된 생태계의 작동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문어를 지켜보며 느끼는 크레이그의 감정을 의 카메라는 생생하게 포착한다. 다큐멘터리 제작자답게 그의 카메라는 직접 접하기 힘든 다시마숲 연안의 식생을 가까이에서 포착하면서 세계에 흥미를 느끼는 학자의 호기심과 문어를 지켜보면서 생겨나는 애착을 동시에 놓치지 않는다. 이것은 자연을 대하는 인간 중심의 낭만 같은 것이 아니라, 곧 진심으로 선생이라 여기는 문어와의 우정이다. 문어가 자신의 다리를 크레이그의 몸에 가져다 대는 모습은 충분히 그것이 단순한 동물적 행동이 아닌 친밀.. 더보기
영화 '물꽃의 전설'(2023) (...) 다큐멘터리로서 영화가 할 수 있는 일이 동시대의 현장, 그리고 그 시대에만 가능한 어떤 가치를 기록하는 일이라면 은 기록물로서 최상의 경험을 선사한다. 이대로라면, 만약 지금으로부터 제주 바다가 더 좋아지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고희영 감독은 사라져 가는 것들로 제주의 언어, 제주의 해녀, 그리고 제주의 바다를 모두 꼽는다. 이제는 현순직 해녀의 기억에만 생생히 남아 있는 '물꽃', 달라진 해양 생태계, 줄어드는 해녀의 수. ⠀ 그것이 정말 '전설'이 되지 않도록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고 힘주어 말하지는 않지만, 이 수중촬영으로 담아낸 경이로운 풍경과 다년간에 걸쳐 포착해 낸 밤의 달, 그리고 물질을 마치고 골라낸 해산물을 제작진에게도 나눠주는 할머니의 굽은 등 같은 것이 많은 울림을.. 더보기
영화 ‘장기자랑’(2022) 리뷰 (…) 재난 혹은 그 이후를 다룬 영화로부터 거의 일관되게 느껴지는 감정은 남겨진 이들의 비통함이다. 그들은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나아가 사회나 국가가 명확히 해주지 않는 무언가를 스스로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 은 재난이자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의 전형을 벗어나, 그리고 ‘엄마’의 전형에서도 벗어나, 무대를 앞두고 저마다의 배역을 갖게 된 엄마들이 서로의 배역을 둘러싸고 시기하거나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다툼을 벌이거나 또 그러다 화해하는 모습들에 생생히 집중한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무대에 오르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도 잠시 눈물을 흘리고 또 다른 무대를 준비한다. 참사 피해자를 타자화 시키는 대신 은 연극 무대를 준비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또 일상의 활력을 되찾는 엄.. 더보기
거기 깃든 마음들은 모두 잘못되지 않았다: 영화 ‘성덕’(2021) 리뷰 “좋아하는 마음 자체를 단절시킬 수 있다면 더없이 깔끔하겠지만, 예측할 수 없음으로 앞으로 올 사랑을 포기하는 일은 내 머리와 가슴 어느 구석에서도 겉도는 다짐에 불과할 것이었다. 나는 씁쓸하게 마음 단속을 하기보다는 그냥 지금의 나를 좀 더 인정하고 홀가분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었다.” - 윤혜은, 『아무튼, 아이돌』에서 (제철소, 2021, 188쪽) ⠀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은 언제나 과정 자체로서 소중한 것이지 어떤 사건으로 인해 그 전부를 결론적으로 재단하거나 축약해서는 안 될 것이겠지만, ‘덕후’의 마음이 오래되고 깊어진 만큼 그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런 사람이었는지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같은 물음에서 시작해 어떤 경우에는 그에게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인 .. 더보기
나날이 더 넓은 세계를 만나는 '블랙핑크'의 무대 뒤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2020) (...) 그럼에도 는 이미 블랙핑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보다는 막연히 노래 몇 곡 정도만 들어본, 혹은 그들에 대해 궁금한 이들에게 적합한 다큐멘터리다. 연습생 시기부터 데뷔 후 지금까지 를 돌아보며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각 멤버들의 인터뷰는 물론, 오디션 장면과 데뷔 전 안무 연습 장면 등의 영상 풋티지를 비롯해 북미와 동남아, 유럽을 포함한 월드 투어 당신의 생생한 실황들까지.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걸어온 길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을 살펴보며 앞으로의 전망을 보는 이들의 감상에 전적으로 맡기는 이 다큐멘터리의 분량을 떠나 구성 자체는 나쁘지 않다. 치열하게 일상을 보내며 안주하지 않고 더 넓은 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경험하는 지수, 제니, 로제, 리사 각 멤버들의 이야기에 누군.. 더보기
'롤플레잉 게임'은 게임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넷플릭스 시리즈 '하이 스코어' 리뷰 (...) 예를 들어 [하이 스코어] 3화에는 LGBTQ를 중점적으로 다룬 최초의 롤플레잉 게임인 '게이블레이드'(GayBlade, 1992)가 언급되는데, 1980년대 말부터 동성애를 향한 혐오가 사회적으로 컸을 당시, 그 게임은 '돈가방을 든 목사', '극성 보수파' 등을 몬스터로 등장시켜 그들을 없애는 스토리를 다뤘고 당시 대표적인 동성애 혐오자였던 미국의 언론인이자 정치인 팻 뷰캐넌(Pat Buchanan)이 '최종 보스'였다. 게임을 플레이 한 사람들은 개발자인 라이언 베스트(Ryan Best)에게 수많은 감사편지를 보냈다. 그 게임을 하는 동안 웃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이 시기에 이르면 롤플레잉 게임은 단지 '시간을 때우는' 킬링타임 콘텐츠가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과 그의 '아바타'가 서로 .. 더보기
순간을 포착하고 그것을 이내 흘려보낸 이의 삶: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2013) "그녀가 찍은 사람들과 풍경은 누구라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전에 먼저 보아야 한다. 마이어는 탁월한 시선과 완벽한 기술을 겸비한 예술가였다. 그녀는 롤라이플렉스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담았고, 평생 그 일에 몰두했다. 음악가의 수업을 빗대어 말하자면 이론상 우리도 마이어가 보았던 세상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책 『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윌북, 2015)의 서문에서) 비비안 마이어는 현상된 필름만 10만 장, 미현상된 700롤의 컬러 필름과 2,000롤의 흑백 필름, 그리고 무수히 많은 쿠폰, 메모, 전단, 버스와 기차표 등을 생전 남겼다. 자기 목소리를 담은 수십 개의 녹음테이프, 150편이 넘는 8mm, 16mm 필름 영상도 물론이었다. 그것들은 모두 마이.. 더보기
소셜 미디어의 명과 암 분명히 이해하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2020)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아서 C. 클라크) (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경영학부 수업을 들을 때 종종 흘려들었던 사례 중 하나로, 대략 '네이버는 사용자를 자신의 웹사이트 내에 오래 머무르게 하는 반면 구글은 그것으로부터 떠나 다른 페이지로 가도록 짜여 있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있다. 주로 전자보다 후자를 포털의 좋은 예시로 언급할 때 위와 같은 비교가 쓰인다. 그러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2020)가 말하는 것처럼, 21세기의 IT 회사들이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에 관한 많은 정보를 그 사람 본인도 모르는 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오히.. 더보기
좋아하는 것에 시간과 마음을 바쳐 몰입하는 일: 영화 '내언니전지현과 나'(2019) "고대 지구인들의 마지막 희망 일랜시아로의 여행 (...) 마의 근원인 마족들과의 전쟁, 폐허 속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700년 전 일랜시아를 건설한 고도의 지적 생명체 가이아의 모체인 神프로토타입의 전언을 가슴에 품고 머나먼 저 편 희망의 미래를 찾아 떠나는 것으로 일랜시아로의 여행은 시작됩니다." 1999년 출시된 넥슨의 온라인게임 '일랜시아'의 홈페이지에는 위와 같이 게임 소개 글이 적혀 있다. 여행. 모험. 여정. 세계. 이런 키워드들이 주는 감정은 대체로 호기심과 설렘에 해당한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미지의 공간에서 내 분신 같은 캐릭터와 함께하는 시간들은 마치 미숙한 채로 태어나 세상의 여러 위협과 환경 변화 속에서 살아남는 성장의 과정과도 같다. 예컨대 NPC가 하는 말 한마디를 유심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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