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김민철 (미디어창비, 2021)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남자 이름이지만 엄연히 여자”(저자 소개 중)
현재 시점의 저자가, 과거 시점의 저자로 돌아가 현재 즉 과거 시점에서의 미래를 지시하며 저자 본인은 물론 편지마다의 수신인들, 그리고 독자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 ‘그날 그때 거기’의 기록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와서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편지를 받는 이에게 어떤 간접 경험으로 다가갔으면 하는지에 대한 고려가 담겨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 김소연 시인, 이병률 시인 등 주로 시인이 쓴 여행산문집들을 접해보았는데, 광고업계 종사자가 쓴 여행산문집을 처음 읽어봤지만 서로 비슷한 면이 있다고 느낌. 생각과 감정을 함축적인 언어에 집약하고 그것을 미학적으로 다듬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의 산문이 도달할 수 있는 세심하고 유려한 위치가 있는 것 같다.
배경은 샌프란시스코, 가마쿠라, 베네치아, 리옹, 포르투, 더블린, 밀라노, LA 등
각 여행지별, 수신인이 있는 편지(오빠에게, B에게, 규성에게, 서울 이모에게, 박웅현 팀장에게, 만난 적 없는 당신에게 등). 가까운 사람부터 여행지에서 한 번 만난 사람, 그리고 책으로 읽게 될 독자를 상상한 수신인까지.
: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특정 소수인 독자를 상정하고 쓴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이 책이 다른 일반적인 종류의 여행 에세이와 구별되는 지점인 것 같다.
책의 부제:
‘닿을 수 없는 그곳의 우리가 잊을 수 없는 오늘의 우리에게’
-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순간을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그 순간의 오롯한 진심을 고이 접어 고스란히 당신 손에 쥐여주고, 과거의 따스한 온기 앞에 지금의 저를 데려다 놓고 싶었어요. 그곳의 공기와 햇살과 바람과 미소와 나무를 잊지 않도록. 여행이 사라진 시간에도 우리의 여행이 계속되도록. 편지라면 가능할 것도 같았어요. 부풀어 오른 마음도, 절박한 마음도, 그리운 마음도, 전하지 못할 것 같은 마음도 편지에는 빼곡하게 담을 수 있으니까 먼 곳으로부터, 먼 시간으로부터 당신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이 편지 덕분에 우리가 잊지 못하는 그때의 우리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면 그것만으로 저는 다정한 답장을 받은 기분일 거예요." (13쪽)
- "물론 그 순간이 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도대체 어떤 소용이냐고 묻는다면 입을 다물게 되지. 하지만 이미 경험한 사람의 별은 아무나 훔쳐 갈 수 없어." (57쪽)
- “근데 너는 알잖아. 하나하나를 살 때는 그중에서 제일 예쁜 거,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고르고 또 골라서 사지만 그거 다 모아놓고 보면 별로 안 예쁜 거. 오히려 좀 촌스럽지. 그렇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어. 그 여행을, 좋았던 순간을, 헤맸던 순간을, 좀 돌아가고도 싶었고, 좀 더 오래 머물고도 싶었던 그 순간을 작은 기념품에 담고 싶으니까. 절박하게 기억의 한구석을 손에 잡히는 무엇으로 바꿔서 가지고 싶으니까. 물론 그거 하나를 가진다고 해서 지금 당장 뭐가 달라지진 않지. (...) 다음에 우리 집에 놀러 오면 부슈 잔에 맥주를 잔뜩 따라줄게. 아니, 좀 많이 마실 생각이라면 리옹의 아저씨가 준 그 맥주잔에 대접하마. 포르투갈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그럼 또 기가 막힌 포트와인잔이 있지. 말만 해. 어떤 여행지의 기억이든 다 불러와줄게. 대신 이 이야기를 또 해도 모른 척 끝까지 들어줘야 해.”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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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모든 요일의 여행』 이후 오래 기다려온 김민철 신작 여행 에세이“먼 곳으로부터, 먼 시간으로부터 당신에게 편지를 보냅니다.”생생히 발굴해낸 여행의 순간, 생의 소중한 인연에 대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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