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매드랜드>(2020)를 본 관객이라면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클로이 자오 감독의 연출은 비전문 배우, 그러니까 얼굴만으로 캐릭터의 상당 부분을 형성하는 게 아니라 (영상 언어의 일부만이 아닌) 인물의 삶이 지닌 여러 면들을 공들여 묘사하고, 탐미적인 영역까지는 아니지만 그 자체로 유려한 영상을 매 장면 뽑아낸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작품들을 극장에서 즐겨온 관객들이라면 이 세계관의 작품 대부분은 이미 시각적 즐길 요소를 그 자체로 어느 정도 담보하므로 각 캐릭터가 지닌 능력을 기반으로 한 액션 연출 - 장면이나 구도의 다양성, 액션을 펼치는 캐릭터들이 서로 주고받는 합과 같은 것들 - 을 기대할 것이다. 조금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클로이 자오의 <이터널스>는 서사의 비중상 액션보다는 드라마가 중심인 데다 (그렇다고 해서 액션의 분량 자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블록버스터 연출이 처음인 감독이 자신의 역량 혹은 시도를 평가받기에는 관객들의 니즈를 충족하지 못할 공산도 크다. 게다가 <이터널스> 중후반 전개의 핵심은 빌런보다는 이터널스 멤버 내부에서 비롯한다.
그 어느 MCU 작품보다 강화된 다양성
<이터널스>에서 또 하나 돋보인 점은 그 어떤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등장 인물들의 성별, 연령대, 성적 지향, 인종 등이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수어를 사용하는 대신 진동에 누구보다 민감한 ‘마카리’(로런 리들로프)부터 동성 연인이 있는 ‘파스토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등에 이르기까지 열 명 각각의 캐릭터는 존재 자체로 다른 이터널들과 특정하게 구분된다. 영화 제작에 대한 사항들과 별개로, 7천 년 동안 세계 각지를 누비며 수많은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해왔을 이터널들에게 이는 자연스럽다.
근래의 영화들 중에서 오히려 MCU 작품들보다 먼저 떠올린 것은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한 넷플릭스 영화 <올드 가드>(2020)였다. <올드 가드>의 주역들은 <엑스맨> 시리즈의 ‘울버린’처럼 혹은 <이터널스>의 ‘에이잭’처럼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고 늙지 않는다. 수천 년을 ‘생존’해온 ‘올드 가드’들에게서 히어로의 카리스마보다는 고독감을 먼저 느낀다. <이터널스> 속 몇몇으로부터 느끼는 정서도 유사한 맥락에 있다. ‘이터널’ 개인이 살아온 7천 년이라는 시간 만큼이나, 영화가 다루는 수억 혹은 수십억 년에 이르는 세월이 주는 광활하고 막막한 감흥은, ‘테나’가 관객에게 주는 삶과 기억에 대한 물음과 맞물려 후반에 이르러 깊은 여운을 안겨주기도 한다.
Eternals Will Return
아직 디즈니와 마블 스튜디오가 공식화 한 것은 아니나, 감독인 클로이 자오 본인은 속편을 맡을 의향이 있음을 몇몇 매체에서 언급한 적 있다. 통상적으로 MCU 영화의 속편은 2년에서 3년 정도가 걸려 나오는데, 그간 몇 편의 MCU 새 영화들이 ‘페이즈 4’의 조각들을 큰 그림으로 이어나가길, 그리고 다음 <이터널스>가 그 중심에 서 있기를 바라면서 두 번째 엔딩 크레디트 영상까지 모두 본 뒤 상영관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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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자오 감독님, 속편 주세요
영화 ‘이터널스’(2021) 리뷰 | 디즈니와 마블 스튜디오를 설득해낸 클로이 자오의 비전 작품의 입지나 위치로 따지면 인피니티 사가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 격의 작품인데 <이터널스>(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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