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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유니버설+워너+소니 합해도 디즈니에겐...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우리 돈 약 80조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21세기 폭스사를 인수한 일은 전 세계 미디어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었죠. 올해 가을에 런칭하는 새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가 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디즈니가 폭스를 그렇게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인수한 건, 폭스 사가 갖고 있는 여러 콘텐츠 판권도 물론이지만 무엇보다 디즈니 플러스를 위해서였다는 분석입니다. 디즈니와 폭스, 유니버설, 워너의 공동 투자로 설립된 OTT 서비스인 '훌루'의 지분을 이제는 디즈니가 100% 갖게 되었거든요. 최근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공개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즈 4' 역시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서만 공개 예정인 드라마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사 콘텐츠를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 모두를 통해 접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죠.
디즈니는 폭스 인수 이전에도 이미 거대 공룡이었는데요, 이제 폭스 인수 절차가 사실상 끝났으니 더 어마어마한 공룡이 될 예정입니다. 해외 박스오피스 자료를 살피던 중 몇 가지 무서운(?) 수치를 발견했습니다. 8월 초 기준 2019년 북미 극장 수익의 37.6%를 디즈니가 점유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어벤져스: 엔드게임>, <라이온 킹>, <캡틴 마블>, <토이 스토리 4>, <알라딘>, <덤보> 등을 앞세워 이미 27억 4천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북미에서만) 기록 중입니다. 전 세계로 보면 1월부터 7월까지 디즈니가 극장에서 올린 수익은 76억 달러가 넘는데, 이 기록은 그 어떤 배급사도 1년 전체 기준으로도 달성한 적 없는 기록입니다. 아, 물론 이전 기록도 디즈니가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올해 <겨울왕국 2>, <말레피센트 2>,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개봉하기 전의 기록이라는 것이고요!
북미 기준 디즈니는 2016년 이후 연간 극장 수익 1위 자리를 한 번도 다른 회사에 내준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새삼스러운 것도 아닐 테지만 매출 점유율을 보면 조금 얘기가 다릅니다. 앞서 이야기한 북미 매출 점유율 37.6%는 2위부터 4위의 유니버설과 워너, 소니의 점유율을 합친 38.1%에 근접합니다. 유니버설과 워너, 소니 배급 영화 중 북미 극장 매출 2억 달러를 넘은 영화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소니)이 유일한데, 이 작품 역시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이므로 온전한 소니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죠. (그리고, '37.6%'는 폭스 영화를 포함하지 않은 수치입니다.)
다시 해외를 보면, 전 세계 극장 수익 10억 달러를 넘는 영화는 보통 연간 다섯 편 안팎 나옵니다. 아무리 대작이어도 10억 달러는 말처럼 쉬운 기록이 아니라는 건데, 올해 디즈니 영화 중 이미 <어벤져스: 엔드게임>, <라이온 킹>, <캡틴 마블>, <알라딘>이 그걸 해냈고 <토이 스토리 4> 역시 곧 1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입니다. 물론 <아바타>(2009)의 전 세계 극장 수익 기록을 10년 만에 깬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있는 것처럼, 아무리 디즈니라 해도 언제나 올해만큼의 '초대박'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내년의 디즈니 라인업을 보면 극장보다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더 무게를 두고 있기도 해요.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면 4월 북미 개봉한 다큐멘터리 <펭귄스>를 제외하면, 올해 선보인 디즈니 영화는 모두 원작이 있거나 기존 시리즈의 속편인 경우 뿐이라는 것입니다. 작년에는 이 경우를 벗어나는 작품이 한 편도 없었고요. 디즈니 하면 '원 소스 멀티 유즈', 원 소스 멀티 유즈 하면 '디즈니'죠. 사실 디즈니의 재무제표를 보면 그룹 전체 매출에서 극장 사업(스튜디오)의 비중은 작년 회계연도(2018) 기준 15% 정도로 그렇게 절대적이지도 않습니다. 방송사와 테마파크가 훨씬 더 디즈니의 중요한 사업입니다. 물론 저도 마블 영화를 좋아하고 과거의 애니메이션을 실사 영화로 만나는 것 역시 반가운 일이기는 합니다. 다만 마블 엔터테인먼트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루카스 필름 등을 소유한 데다 이제 폭스 영화의 판권까지 갖게 된 디즈니가 자신의 세계를 더 거대하게 만드는 동안 창의적이고 새로운 기획들, 그리고 작은 규모의 다양성 영화들에는 소홀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은 떨쳐내기 어렵습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3분기(2019.04.~2019.06.)에 1억 7천만 달러의 손실을 냈지만, 이는 폭스 영화의 부진한 실적 때문입니다.
출처: BoxOfficeMojo, BusinessInsider, TheVerge 등
02. 영화사 안나푸르나의 파산 위기설?
<제로 다크 서티>, <마스터>, <아메리칸 허슬>, <그녀>, <폭스캐처>, <팬텀 스레드>, <바이스>. 지금 소개한 영화들의 공통점은? 미국의 제작사 '안나푸르나 픽처스'의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오라클 설립자이자 CEO 래리 앨리슨의 딸인 메건 앨리슨이 설립한 회사로 잘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최근 안나푸르나 픽처스가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는 설이 일부 언론을 통해 전해져왔습니다. 간단히 전하자면 자사의 신용 한도인 3억 5천만 달러를, 근래에 모두 소진했다는 이야기인데요.
내막을 살펴보면, 이 파산 위기설의 발단은 제작사로 출발한 안나푸르나가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디트로이트>(2017)를 시작으로 배급에도 뛰어들면서 자금 사정이 전보다 훨씬 나빠졌다는 이야기에서 비롯합니다. 작품성 위주의 독립영화임을 감안해도 투자 대비 배급 성적이 별로 좋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디트로이트>부터 아담 맥케이 감독의 <바이스>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총 여덟 편의 영화를 배급했는데 이들 중 북미 극장 수익 2천만 달러를 넘은 작품은 <바이스>(4,783만 달러)가 유일합니다. 그마저도 1,500만 달러 가량의 손실을 안겨준 성적이라는군요.
그런데 메건의 아버지 래리 앨리슨이 세계 10대 부자 순위에 들어갈 만큼 성공한 IT 재벌이기도 하고, 메건의 오빠인 데이비드 앨리슨 역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을 제작한 '스카이댄스 미디어'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안나푸르나의 배급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회사가 무너질 정도는 아닐 거라는 추측이 가능한 것이죠. 파산위기설이 확산되자 메건 앨리슨은 임직원 모두에게 "영화 업계에서 안나푸르나만의 고유하고 강력한 입지는 앞으로도 공고할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루머를 일축했다고 합니다.
안나푸르나 픽처스는 <문라이트> 등을 선보인 A24와 함께 요즘 '믿고 보는 제작사'의 하나로 꼽히고 있죠. 올 하반기에는 케이트 블란쳇과 크리스틴 위그 등이 출연하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신작 <웨어 유 고, 버나뎃>을 배급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영화가 워낙 위험성과 불확실성이 큰 산업이기도 하고, 국내와 달리 미국의 대부분의 영화사들은 이 점을 고려해 자사의 연간 라인업을 구축하기 때문에 영화가 잘 안 되어 손실을 입어도 그렇게 쉽게 망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사례가 없지는 않죠. 하비와 밥 와인스틴 형제가 세운 와인스틴 컴퍼니는 한때 독립영화계의 큰손으로 불렸지만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던 중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이후 결국 파산 신청을 했고 지금은 한 투자 회사에 매각돼 회사 이름도 바뀌었습니다.
출처: IndieWire, Deadline
03. 그 외 단신
*'감독' 그레타 거윅의 새 연출작 <리틀 우먼>의 첫 예고편이 공개되었습니다. 본 작품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 <작은 아씨들>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 소설은 이미 일곱 차례나 영화화된 적 있고 그중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캐서린 햅번이 주연한 1933년작, 위노나 라이더가 주연한 1994년작 정도입니다. 저 두 배우가 연기한 배역을 이번 여덟 번째 리메이크에서는 시얼샤 로넌이 맡습니다. 그 외 플로렌스 퓨, 메릴 스트립, 엠마 왓슨, 로라 던, 티모시 샬라메 등이 출연합니다. 캐스팅 목록만 봐도 이미 설레지 않나요. 그레타 거윅은 이미 <레이디 버드>(2017)를 통해서 연출력을 증명한 바 있으니, 믿고 기다리기에 충분하겠습니다.
*원 디렉션의 멤버이자 배우로도 활동 중인 해리 스타일스는 디즈니의 실사판 영화 <인어공주>에 출연하지 않습니다. 에릭 왕자 역으로 해리 스타일스가 물망에 올라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실제로 제작진과 논의도 거쳤으나, 최종적으로는 출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인어공주>는 현재 주인공 에리얼 역의 할리 베일리를 비롯해 멜리카 맥카시의 출연이 확정돼 있는 상태입니다. 촬영은 내년부터 시작한다는군요.
*<스파르타커스>(1960), <의문의 실종>(1982) 등을 제작한 프로듀서 에드워드 루이스가 9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의문의 실종>을 통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었지만 그의 작품이 국내에는 많이 알려진 편은 아닌데요, 에드워드 루이스는 영화 <트럼보>(2015)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이자 시나리오 작가 제임스 돌턴 트럼보(1905-1976)와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이른바 '할리우드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일이 끊겼던 트럼보에게 <스파르타커스>의 각색을 맡긴 것을 시작으로 그가 작가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준 인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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