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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2020) 리뷰 두 번째 (...) '제리'는 자신들의 역할이 영감을 주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건 태어나기 전 운명을 미리 설정해놓는 것이 아니라는 뜻과 상통한다. 같은 단풍나무 씨앗도 어떤 이에게는 아무런 의미를 띠지 못한 채 바닥에 떨어지고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앞뒤로 날갯짓하는 광경이 더 오랜 시간 느리게 감각되는 것처럼, 지구 모양의 통행증이 마지막 조각을 완성하도록 이끄는 불꽃도 영혼을 그 영감의 원천 그대로 살게 하지는 않는다. 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인생의 방향을 바꿀 지침이 되고 또 어떤 이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 있듯이. ⠀ 은 토끼굴의 문을 닫고 시작해 어느 집의 문을 열어젖히면서 끝난다. 영화 엔딩 크레디트 말미에는 애니메이션 제작 기간에 태어난 이들(프로덕션 베이비)의 이름을 'Recent you .. 더보기
픽사 단편 애니메이션 '토끼굴'(Burrow, 2020) 픽사 장편 애니메이션을 볼 때 도입에 별도로 단편 하나가 추가되어 있다는 건 이제 픽사 작품 좀 본 사람이면 다 알겠지. 최근 개봉한 피트 닥터 감독의 신작 (Soul, 2020)도 마찬가지다. '토끼굴'이라는 제목의 약 5분짜리 단편이 들어가 있는데 보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건 본편인 의 앞에 그냥 삽입된 정도가 아니라 이 담고 있는 이야기랑 어느 정도 어울리는 면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기도 하다. 원제가 'Burrow'인 '토끼굴'의 영문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A young rabbit tries to build the burrow of her dreams, becoming embarrassed each time she accidentally digs into a neighbor's home.. 더보기
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이 서사를 표현하는 방식 영화 서사의 훌륭한 표현 방식이라는 건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런 종류인 것 같다. (2020)은 미래를 그리고 꿈꾸는 것도 좋지만 발 딛고 서 있는 이 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직접 발화하지 않는다. 그냥 보여준다. 중학교 음악 교사 '조 가드너'는 하프 노트 재즈 클럽에서 열리는 쿼텟 공연의 임시 피아노 연주자로 뽑히게 된 바로 그날 열린 맨홀에 빠져 죽는다. 그건 그냥 운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합격 소식을 들은 '조'가 기쁨에 겨워 뉴욕 도심을 주변을 살피지도 않고 전화를 하면서 걸었기 때문이다. 맨홀에 빠지기 전에도 그에게는 몇 번의 위험이 더 있었고 그때는 다행히 위험을 피했지만 어느 순간에는 피할 수 없는 위험이 찾아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는 운이 없어 열린 맨홀 앞을 걸어가느라 죽었.. 더보기
미지의 경험이 내 삶을 씻어내도록 열어둘 수밖에: 영화 '소울'(2020) 리뷰 (...)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신작 (2020)을 본 뒤 꼭 그런 기분을 안고 극장을 나섰다. 살아온 삶을 다시 살게 만드는 방식으로, 아직 다가오지 않은 새로운 삶을 마주하게 하면서 삶 전체를 관통하는 목적이 아니라 매 순간 살아 있다는 감각 자체의 가치를 상기시키는 이야기. 생전 세계, 재즈, 뉴욕, 세대. 의 몇 가지 키워드를 이런 식으로 떠올려볼 수 있지만 실사 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만이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의 스토리텔링은 숱한 걸작들을 통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기대치와 기억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보지 못한 영역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The Great Before'. 음악만이 자기 운명이라고 굳게 생각해왔던 중학교 밴드부 교사 '조 가드너'의 삶은 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동.. 더보기
[1인분 영화] ‘코코’ – 너무 신격화된 우상(하) (2020.12.07.) (...) ‘기억’이라는 테마는 동어반복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가지 의미로 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가령 ‘이멜다’는 남편 ‘헥터’와의 어떤 일로 인해 자신이 좋아했던 노래를 더 이상 하지 않고 삶을 살아왔지만 노래를 완전히 잊은 것은 아니었어요. 기억 속에서 지워진 게 아니라 다른 감정들과 이유들로 그것을 외면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또한 프리다 칼로처럼 모두가 기억하는 인물들이 망자의 세계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습과 서로를 ‘삼촌’, ‘사촌’이라 부르지만 실은 이승에서 기억해주는 가족들이 없는 이들의 대비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이미지가 이야기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 (2020.12.07.) [1인분 영화] 12월 세 번째 글은 '너무 신격화된 우상'(하)라는 제목으로 영화 (2.. 더보기
[1인분 영화] ‘코코’ – 너무 신격화된 우상(중) (2020.12.04.) (...) 우선 ‘미구엘’의 가족이 왜 대대로 신발 제작을 하게 되었으며 음악을 ‘배척’하게 되었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멕시코에서 음악을 싫어하는 가족은 우리밖에 없을 거예요”라고 ‘미구엘’이 직접 언급까지 하거든요. 이야기는 ‘미구엘’의 고조할머니 ‘이멜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의 남편은 원래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어요. 어느 날 남자는 꿈을 좇아 나서겠다며 집을 떠난 뒤 영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당장 그것에 슬퍼할 틈도 없었던 ‘이멜다’는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강해져야만 했어요. 남편의 흔적을 모두 다 없애 버린 뒤 일을 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신발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대대로 이어졌어요. 음악은 가족을 멀어지게 했지만 신발은 가족을 모이게 했습니다. (...).. 더보기
[1인분 영화] ‘코코’ – 너무 신격화된 우상(상) (2020.12.02.) (...) 꿈은 공짜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고,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텔레비전 속 그 사람은 이미 사회적으로 성공한 반열에 올라 있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에 찬 사람이었고요. 그는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가수였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노래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선물했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꿈을 주었습니다. 그의 존재로 인해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냥 음악이 좋아진, 한 소년의 경우처럼요. 텔레비전 속 그 가수는 식상한 표현이지만 전설적인 인물로 후대에 이르기까지 남았는데, (...) (2020.12.02.) ​ [1인분 영화] 12월 첫 번째 글은 '너무 신격화된 우상'(상)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7)에 관해 다뤘다.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 더보기
[1인분 영화] - ‘업’ - 당신과의 모험, 고마웠어요 (2020.01.03.)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1월호 두 번째 글은 '당신과의 모험, 고마웠어요'라는 제목으로 영화 (2009)에 관해 썼다. ‘칼’은 모험가가 되기를 꿈꿨다. 극장에서 유명한 모험가의 일대기를 접하며 그 꿈을 키웠고 훗날 자신의 스크린 속 그 사람이 되기를 상상했다. 알고 보니 그 꿈은 ‘칼’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다. ‘엘리’도 있었다. 혼자 꾸는 꿈은 외롭기 마련이지만 공동의 꿈은 서로의 에너지가 된다. “넌 별로 말이 없구나. 그래서 맘에 들어.” 만남은 계절이 바뀌듯 모르는 사이 시작되고 있었다. 가보지 않은 미지의 장소로 떠나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엘리’와 ‘칼’은 서로 공통점이 있었다. 방 안에 텐트를 치고 작은 불빛에 의지한 채,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노트를 펴고 미래를 이야.. 더보기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구현해낸 일상의 생생한 마법 시리즈의 아이디어는 비록 존 라세터의 단편 (1988)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지만, 지금의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있게 한 스티브 잡스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1995)에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스티브 잡스가 키노트 때마다 했던 유명한 말 중 하나로 "It just works."가 있다. 사용자가 자신이 이용하는 서비스나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히 혹은 상세히 다 알지 못해도 이용하는 데에 아무 지장이 없는, 애플이 알아서 잘 만들었다는 자신감의 표시다. 스티브 잡스의 "It just works."를 마지막으로 들을 수 있었던 순간은 2011년 여름, WWDC에서 '아이클라우드'를 발표할 때였다. 에서 '포키'가 하는 마지막 말이 무엇인지를 떠올린다면 앞의 인용은 무관하지.. 더보기
'토이 스토리 4'를 보고나서 나는 몇 안 되는 레고라든가 '미니카'(를 보고 샀던 - 아스라다였나,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다) 정도를 제외하면 장난감과도 그리 친한 편이 아니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컴퓨터가 생기면서 관심사는 자연히 게임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장난감이든 인형이든 혹은 게임이든. 어린 시절의 가까웠던 것들에는 모두 'ㅇㅇ 스토리'가 될 수 있는 기억과 경험들이 담겨 있다. (2018)이 뭉클한 영화인 이유는 영화에 나오는 수백 개의 크고작은 이스터에그를 다 알아서가 아니라 주인공과 원작자의 순수한 애정에 쉽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이 감동적인 영화인 이유는 모든 MCU 영화를 샅샅이 외우고 있어서가 아니라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마음이 저절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에서 우디가 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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