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썸네일형 리스트형 류근, 祝詩 내가 당신을 귀하게 여겼던 것만큼 누구에게든 귀한 사람으로 대접받길 바랍니다 내가 당신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여겼던 것만큼 누구에게든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지길 바랍니다 내 가장 아픈 곳을 밝혀 사랑한 것만큼 누구에게든 가장 깊은 사랑의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지나간 날들이 당신에게 슬픔의 기록으로 남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고통과 자기 연민의 도구로 쓰이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아무런 기억도 추억도 아니길 바랍니다 어떤 계절에 내린 비 어떤 가을날에 떨어진 잎사귀 하나쯤의 일로 고요하게 지나간 날들이길 바랍니다 당신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지는 않겠습니다 내 기도가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 당신은 당신의 기도로 나는 나의 기도로 서로의 삶을 살아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살아서 다시는 서로의 .. 더보기 오직 그게 반복된다는 사실 - 우다영, '태초의 선함에 따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오직 그게 계속 반복된다는 사실이잖아. 반복되는 것의 의미가 아니라 반복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 물론 나는 과학자가 아니고 요리사니까 반복해서 요리를 할 뿐이야. 너에게 오늘 아침은 김치볶음밥을 해 주고 저녁은 된장찌개를 해 주는 거지. 다른 날 이런저런 다른 음식들도 먹겠지만 어느 날엔 또다시 김치볶음밥과 된장찌개를 먹을 거야. 그땐 김치볶음밥에 네가 좋아하는 달걀프라이를 올리거나 신선한 잎채소를 가니시로 올릴 수도 있고 된장찌개가 조금 짤 수도 있고 그래도 맛있게 먹을 거고 이런 날들이 반복되겠지." (124쪽) -우다영, 「태초의 선함에 따르면」, 『소설 보다 : 가을 2020』 이 대화는 대체 언제부터 나누고 있었을까? 지금 하고 있는 이 생각은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