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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비와 당신의 이야기'와 '라스트 레터' 원고를 쓰느라 영화 속 ‘편지’에 대해 돌이켜 생각했다. 수신인을 잃은 편지는 어디로 가게 되나. 그 자리가 어디이고 누구인지를 말해보고 싶었다. 받는 이가 이제는 세상에 없거나 가 닿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해도 이들의 서신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쓰이고 읽힌다. ‘쿄시로’가 ‘미사키’ 생각에만 갇혀서 다음 소설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하자 ‘유리’는 언니 이야길 계속 써 보라고 말해준다. 언니인 척하면서 편지 쓰기를 계속하다 보니 마치 언니 인생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그러니 누군가가 어떤 사람을 그리워한다면 그 사람은 죽은 뒤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지 않겠냐고. ‘영호’가 우산 만드는 사람이 되고 ‘쿄시로’가 소설 쓰는 사람이 된 건 그러니까 편지의 연장선이다... 더보기
희망하기를 멈추지 않으며 비가 오길 기다리는 일 :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2021)의 편린들 (...) 입시학원을 다니는 삼수생 ‘영호’가 ‘소연’을 떠올리게 되는 건 수학 문제를 채점하던 중 달리기에 대한 어떤 문제를 틀렸기 때문이다. 문제 속 달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영호’는 자신의 유년을 떠올린다. 결승선을 얼마 앞두고 넘어졌던, 청군과 백군의 달리기. 이미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사람들이 저마다의 승리에 환호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은 거기서 ‘영호’를, ‘참 잘했어요’ 도장을 손등에 찍어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시작은 기다림이었다. 팔꿈치가 까지고 체육복이 흙투성이가 된 채, ‘영호’는 다시 달렸다. 수돗가에서 ‘영호’에게 손수건을 내민 건 조금 앞서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었던 ‘소연’이었다. 초등학교 내내 같은 반이 된 적도 없었고 말도 제대로 붙여보지.. 더보기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 - 조해진, 김현 (미디어창비, 2020) 조해진, 김현,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미디어창비, 2020) www.yes24.com/Product/Goods/96395667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 “구십구 방울의 슬픔이 아니라 한 방울의 기쁨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우리가 잃어버린 시절과 마음을 찾아서소설가 조해진과 시인 김현의 다정한 응답타자에 대한 사려 깊은 시선으로 www.yes24.com "잃어버린 것에 관한 생각의 파도는 자연스럽게 잃어버려선 안 되는, 아직 잃어버리지 않은 것들에 가닿지요. 어딘가에 잃어버린 것들이 쌓여 이룬 섬이 있다고 상상하게 됩니다. 잃어버린 영화나 잃어버린 편지를 찾아 떠나는 항해는 결국 이러한 깨달음을 남기지요. 그것은 멀리 있지 않다." (김현, 5쪽, 프롤로그에서) "이 글을 쓰고 나면 저는 또다시 .. 더보기
어떤 편지 편지를 주기로 한 날에는, 봉투에 담아 마스킹 테이프를 붙인 후 그걸 재킷의 안주머니에 고이 넣은 채 그날 온종일 몸 가장 가까운 곳에 지니고 다녔다. 봉투가 어디 가지 않고 잘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무심코 안주머니가 있는 쪽 가슴에 손을 대어보기도 했다. 습관처럼 주머니를 손으로 더듬을 땐 전화기보다도 편지의 안부를 먼저 확인했다. 미약한 문장으로 쓰인 글로는 다 담아내기 힘든, 조금의 온기가 더 잘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어떤 편지는 끝내 전하지 못하게 되기도 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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