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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의사소한부탁

황현산, 리스본행 야간열차, 다가오는 것들 "인간의 지성은 한정되고 그 수명은 짧지만, 그가 가진 기억에 의해 인간은 정신의 불멸성을 획득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바치는 사랑은 변덕스럽고 불완전하지만 스러지는 인간은 그 사랑을 가장 완전하고 가장 영원한 "형상으로 간직"해둘 수 있다. 삶은 덧없어도 그 형상과 형식은 영원하다. 그래서 한번 살았던 삶은 그것이 길건 짧건 영원한 삶이 된다." (황현산) 삶의 가까이에서 문화와 예술을 체험하고 받아들이는 매 순간 우리에게는 작품 수만큼의 언어가 생겨난다. 그 언어들은 모두 모호함과 불확실함과 경계의 영역에 있다. 그러나 그들 각자가 내포하고 있는 삶의 정수와 누군가의 역사와 길고 긴 마음들이 마치 직접 경험해본 것인 양 자리 잡고, 어느 무렵 마주하게 될 실제 인생의 모호함과 불확실함과 경계를 통과하게.. 더보기
선생의 문장들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에서) "한 인간의 내적 삶에는 그가 포함된 사회의 온갖 감정의 추이가 모두 압축되어 있다. 한 사회에는 거기 몸담은 한 인간의 감정이 옅지만 넓게 희석되어 있다. 한 인간의 마음속에 뿌리를 내린 슬픔은 이 세상의 역사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믿어야 할 일이다. 한 인간의 고뇌가 세상의 고통이며, 세상의 불행이 한 인간의 슬픔이다. 그 점에서도 인간은 역사적 동물이다." (황현산,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에서) 선생님의 문장을 다시 떠올리는 2020년.. 더보기
'어린 왕자'와 '미스터 션샤인' 황현산 선생의 책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에는 '『어린 왕자』의 번역에 대한 오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마흔네 번과 마흔세 번, 소행성 325와 소행성 3251, 숫양과 염소'의 번역 차이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것이 국내에서 일본어판을 중역한 것이기 때문에 생긴 '오류'라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 내지는 해명의 글이라 할 수 있다. 생텍쥐페리가 미국에 머물던 1943년 프랑스어와 영어로 처음 발간된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글에서, 황현산 선생님은 "1960년에 『어린 왕자』를 처음 한국어로 발간한 안웅렬 교수나 그 이후의 선구적 번역자들이 '소행성 3251'이나 '마흔세 번'을 쓰게 된 것은 일본어판에 의지해서가 아니라 원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염소'와 '.. 더보기
2018년 6월의 일기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요청되는 사막이며, 그 사랑은 긴 시간을 거쳐 공들여 만들어져야 한다는 깨달음이, 그가 긴 편력 끝에 순진함을 지불하고 얻은 소득이었다." 이 말은, 선생님의 신간의 138쪽에서 담은 이 글은, 그의 번역으로 나온 [어린 왕자](열린책들, 2015)의 역자 해설에도 실려 있다. 유월은 그런 달이었다. 이미 읽은 문장에서 느낀 안전한 감정에 기댔고, 낯선 도전보다는 선생이라 느낄 만큼 신뢰하는 이의 텍스트에 기댔으며, 극장에서 만나는 신작보다 모르는 영화보다 안다고 여기는 영화에 빠져 들기를 희망했다. 읽은 시집을 다시 들고 다녔으며, 필사한 적이 있는 문장을 반복해서 꺼내곤 했다. 이는 좋아하는 것에 대한 탐독보다는, 더 이상은 불안하고 싶지 않았기 때..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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