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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찾아낸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답변의 핵심은 '성실함'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경로를 돌이켜보면,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거나 엄청난 기회를 만난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나는 계속해서 음악을 듣고, 책을 보고, 영화를 봤다. 10대 때부터 이어오고 있는 몇 없는 습관 중 하나가 매일 빼놓지 않고 음악을 챙겨 듣는 일이다. 아침 등교길에서, 방송부 활동을 하면서, 출근을 하면서 듣던 음악은 음악 콘텐츠 기획자이자 평론가로서 음악을 알리는 일로 진화했다." (8쪽)
"엄청난 기록을 세우거나 정신이 아득할 만큼 훌륭한 대작을 남기는 것만이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들어진 결과물을 즐기고, 그것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일, 그게 내가 원하는 만들기다." (11쪽)
"성실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재능이기도 하다. 종착지가 보이지 않는 길을 끝없이 걸어가는 건 끈기와 인내심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시즈카 신이치의 재즈 만화 『블루 자이언트』의 주인공 다이는 친구를 따라 재즈 공연장에 갔다가 재즈에 빠진 이후로 동네 천변의 둑 위에서 매일 네 시간 이상 색소폰을 분다.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다이가 성장하는 동력은 천재성이 아니라 성실이었다." (13쪽)
"뮤지션은 내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세계의 사람이다. 그렇기에 더욱 빠져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기에 영원히 음악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그저 바라만 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와의 인터뷰에서 음악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음악이라는 방대한 세계 속에서 소유만이 사랑의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떠올린다. 발견하고, 찾아내고, 알려주는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 하리라 마음 먹으며 이것이 나만의 사랑의 방식임을 믿는다." (26쪽)
"여전히 고민은 많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꿈의 모양이 훨씬 선명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의 근처에서 일하고 싶다는, 어쩌면 수수께끼 같았던 막연한 목표는 이제 음악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일로 구체화되었다. 적어도 '이 길이 맞는 길이 아니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험하든 멀든 이 길이 옳다고 믿고 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차근차근 걸어나가는 과정에서도 좌절과 실패는 있겠지만, 다시 일어나 걸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가야 할 길이 저 앞에 분명하게 보이니까." (34쪽)
"샤이니의 노래 「아름다워」가 나의 여행의 마지막 조각을 맞춰주는 것만 같았다. 존재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나를 소중하게 여길 때 행복이 온다는 것. 행복하지 않은 나에게 실망하고 자책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나를 아름답게 바라보면 행복해진다는 것.
무엇보다 나는 음악의 위대함에 다시금 압도되고 새롭게 감탄했다. 나의 마음속에서, 머릿속에서, 그리고 삶 속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노래 소리들을 떠올렸다. 나를 진정 행복하게 하는 일은 무엇일까? 끝끝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지금 듣고 있는 이 음악이었다." (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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