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리 썸네일형 리스트형 김혜리, 묘사하는 마음 “영화를 충분히 침전시켜 결론을 품고 쓰기 시작한 기억은 거의 없다. 내게 해석은 묘사의 길을 걷다 보면 종종 예기치 못하게 마주치는 전망 좋은 언덕과 같았다. 묘사하는 마음이란, 그런 요행에 대한 기대와 ‘아님 말고. 이걸로도 족해’ 하는 태평스러운 태도를 포함한다. 묘사는 미수에 그칠 수밖에 없지만, 제법 낙천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11쪽) ⠀ “그러나 확실한 것은, 빼어난 전문 스턴트맨이 즐비하고 뭐든 디지털 기술로 그려낼 수 있는 시대에 톰 크루즈는 배우가 직접 감행하는 액션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차이와 그것이 객석에 가져다주는 쾌감의 차이를 믿고 실천한다는 점이다. 에는 왜 좀 더 간단한 방법으로 작전을 수행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에단 헌트가 “그렇지만 나는 더 나은 방법으로 하고 싶다”고 답하.. 더보기 다행히도 우리의 오류는... : 영화기록은 곧 나의 역사가 된다 "문득 두려워집니다. 지금도 우리의 흐린 눈이 미처 찾아내지 못하는 영화들의 웅성대는 그림자가. 여기 띄우는 글에도 어쩔 수 없이 문신처럼 새겨져 있을 우리의 어리석음과 편견이.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의 오류는 활자로 남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일생은 그것이 스크린에서 걸어 내려온 뒤에도 이어집니다. 그러므로 누군가는 이 편지들을 다시 고쳐 쓰고 부치지 못한 편지를 우체통에 넣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런 식으로 우리는 느릿느릿 영화의 정체에 한없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지요." (김혜리, 『영화야 미안해』에서) 영화 기록은 늘 미완의 문장만을 겨우 남겨두는 일입니다. 내가 본 그 영화의 바로 그 느낌이란 영화가 끝나는 즉시, 아니 영화가 흐르는 내내 휘발되거나 다른 것들로 덧입혀 무엇인가 쓰다 보면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