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썸네일형 리스트형 그렇지 않은 모든 시간들의 의미를 새롭게 부여해주는 어떤 가을의 풍경 '한층 강하고 너그럽고, 아름답게 빛나고/ 세계는 넓어지기도/ 깊어지기도 합니다' -황인숙, 「에세이의 탄생」, 『내 삶의 예쁜 종아리』에서 (문학과지성사, 2022) ⠀ 세상의 많은 일들을 지극히 제 일처럼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 생을 지탱할 누각을 세우고 싶어 늘 고민하고 돌아보는 사람. 연민하지 않고 나날이 기록하는 사람. 무엇이 서로를 슬프게 하고 기쁘게 하는지 다정하게 감시하는 사람. 다양한 얼굴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사람. 순간이 유일한 순간일 수 있도록 마음과 감각을 다하는 사람. 다 표현할 수 없는 일들을 그저 바라보는 일로도 가능하게 하는 사람. 우리는 오늘도 실타래를 풀고 내일을 향해 나아간다. 계절이 흘러가는 느낌을 휘발되는 감각이 아니라 보존되는 기억으로 삼고, 지나간 시간들조차 오늘.. 더보기 류근, 祝詩 내가 당신을 귀하게 여겼던 것만큼 누구에게든 귀한 사람으로 대접받길 바랍니다 내가 당신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여겼던 것만큼 누구에게든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지길 바랍니다 내 가장 아픈 곳을 밝혀 사랑한 것만큼 누구에게든 가장 깊은 사랑의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지나간 날들이 당신에게 슬픔의 기록으로 남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고통과 자기 연민의 도구로 쓰이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아무런 기억도 추억도 아니길 바랍니다 어떤 계절에 내린 비 어떤 가을날에 떨어진 잎사귀 하나쯤의 일로 고요하게 지나간 날들이길 바랍니다 당신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지는 않겠습니다 내 기도가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 당신은 당신의 기도로 나는 나의 기도로 서로의 삶을 살아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살아서 다시는 서로의 .. 더보기 덕질러의 길 - 시인의 말씀 초고 피플과 나눴던 대화에서 글감 하나를 기록했었다. 어떤 순간에 아름다움을 느끼는가에 관한 것. 그게 마침 추석 연휴를 보낸 10월 초이기도 해서 문학동네에서 나온 캘린더 사진을 같이 올렸는데, 사진에 나온 시인께서 날 팔로우 하고 계셨던 모양인지,,, 직접 메시지를 주셨다. (!) https://www.instagram.com/p/CF66ZXrFxeQ/ Instagram의 김동진님: “영화 (2012)에는 중년이 된 '파이'가 자신을 찾아온 작가� 좋아요 60개, 댓글 2개 - Instagram의 김동진(@cosmos__j)님: "영화 (2012)에는 중년이 된 '파이'가 자신을 찾아온 작가에게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 뒤 "어느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십�� www.instagram.com 이.. 더보기 이병률 시인 새 시집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문학동네, 2020) 새 시집을 고르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 제목과 목차를 본다 - 첫 시와 마지막 시를 본다 - '시인의 말'을 본다 - 뒤표지의 글 혹은 발문, 해설을 살핀다. (종종 읽지 않은 시집의 해설이나 발문을 즐겨 읽는 편이다.) 그것들 중에서 일정 부분이 마음에 든다면, 내게 그 시집은 대체로 마음에 드는 시집이 된다. 물론, 좋아하는 시인의 경우라면 그 무엇도 볼 필요가 없다. 이번 이병률 시인의 새 시집도 마찬가지여서 판매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주문했다. 시인의 말을 읽었고 목차를 훑었으며 첫 시와 마지막 시를 보기 전에 발문을 먼저 읽었다. 서효인 시인이 썼다. "그 수인사를 건네는 손등과 팔꿈치와 어깨 곳곳에 묻은 슬픔을 시인은 안다. 그 슬픔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도 익히 안다. 아는 만큼 시가 될.. 더보기 영화 '쓰리 빌보드'와 함께 읽은 나희덕의 시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 불가능한 대화와 불충분한 대화비에 젖은 창문과 빗물조차 들어올 수 없는 복도우산을 든 손과 들지 않은 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인과 시인은 함께 읽었다비에 젖은 몇 편의 시를 -나희덕 시 '그들이 읽은 것은' 중에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역시, '밀드레드'와 누군가의 차 안에서의 대화다. 두 사람은, 진작 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미처 하지 못한 말을 꺼내기도 하고, 상대가 그 말을 하지 않았어도 이미 알고 있는 무언가에 대해 환기시키기도 한다. 지난날 주고받았던 말들에 관해 돌이키기도 한다. 아직 '안젤라 헤이스 사건'은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닌 상태다. 그러나 두 사람은 깨달았을 것이다. 무심코 뱉은 말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그 말들의 무게를 삶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