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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영화 '쓰리 빌보드'와 함께 읽은 나희덕의 시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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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능한 대화와 불충분한 대화

비에 젖은 창문과 빗물조차 들어올 수 없는 복도

우산을 든 손과 들지 않은 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인과 시인은 함께 읽었다

비에 젖은 몇 편의 시를


-나희덕 시 '그들이 읽은 것은' 중에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역시, '밀드레드'와 누군가의 차 안에서의 대화다. 두 사람은, 진작 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미처 하지 못한 말을 꺼내기도 하고, 상대가 그 말을 하지 않았어도 이미 알고 있는 무언가에 대해 환기시키기도 한다. 지난날 주고받았던 말들에 관해 돌이키기도 한다. 아직 '안젤라 헤이스 사건'은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닌 상태다. 그러나 두 사람은 깨달았을 것이다. 무심코 뱉은 말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그 말들의 무게를 삶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쓰리 빌보드>의 광고판 세 개에 나눠 담긴 말들은, 각자의 층위에서 사건을 관통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난 후, 영화의 화면은 암전 되지만 나는 믿는다. 영화가 보여주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진짜 이야기는, 아직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는 이제부터 정말 시작된 거라고. 말들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이야기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018.08.02)


전문: https://brunch.co.kr/@cosmos-j/327




브런치에 매거진 하나를 새로 만들었다. '시집과 함께 읽는 영화'라 이름 지어보았다. 영화 한 편과 시집 하나를 골라 내 마음대로 끼적여보는 것이다.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떠오른 시들을 종종 개입시키다 보니 영화의 직접적 스포일러를 피했지만 분량으로는 짧지 않은 글이 되었다. 첫 글은, 영화 <쓰리 빌보드>(2017)와 나희덕의 시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문학과지성 시인선 442). 정작 글 하나를 더 써야 하는데 그건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원래 <쓰리 빌보드>를 다시 본 건 이것 때문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해야 하는 것 대신 하고 싶은 것을 한 저녁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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