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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녜스바르다

다시 보다: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2017) 프레임 안에 담기는 스스로(즉, 연출자인 동시에 피사체가 되는)에 관해서는 망설임 없이 거리를 허물면서, 자신들의 여정 중에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언제나 거리와 배려를 지키는 사람들. 의 후반부에서, 나는 대사 하나를 조금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 호수 볼까요?"라고 말하는 건 JR이 아니라 아녜스였고, 직전 신에서 JR은 넌지시 "호수 갈까요?"라고 제안한다. 다만 단어 자체는 아무래도 중대한 건 아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던 JR이 아녜스를 바라보며 선글라스를 벗어 보이는 순간. 영화는 그제야 완성되고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한쪽은 시력이 약해져가고 다른 한쪽은 거의 항상 선글라스를 낀 채였던, 두 사람은 즉흥적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 더보기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2017) 어느 대화에서 아녜스 바르다는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그게 늘 마지막인 것 같아"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런 말도 했다. "'오래된'이란 말보단 길게 만난'이 더 좋아." 삶의 태도란 그런 사소한 언어에서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메모하는 습관을 오래전에 버렸던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도중 노트와 펜을 다시 꺼낼 수밖에 없었다. 적으면서 느꼈다. 삶을 살아가듯 삶을 사랑하듯 영화가 삶과 세상을 다루는 방식을 더 사랑해야지. 장 뤽 고다르의 집에 찾아갔지만 그를 만나지 못해 상심한 아녜스에게, JR이 말한다. "우리 호수 볼까요?" 영화가 끝나자, 정말로 호수가 펼쳐졌다. 한 가지 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란 국내 개봉용 제목. 작품의 의미를 조금도 놓치지 않고 살리면서도 원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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