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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화에서 아녜스 바르다는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그게 늘 마지막인 것 같아"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런 말도 했다. "'오래된'이란 말보단 길게 만난'이 더 좋아." 삶의 태도란 그런 사소한 언어에서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메모하는 습관을 오래전에 버렸던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도중 노트와 펜을 다시 꺼낼 수밖에 없었다. 적으면서 느꼈다. 삶을 살아가듯 삶을 사랑하듯 영화가 삶과 세상을 다루는 방식을 더 사랑해야지. 장 뤽 고다르의 집에 찾아갔지만 그를 만나지 못해 상심한 아녜스에게, JR이 말한다. "우리 호수 볼까요?" 영화가 끝나자, 정말로 호수가 펼쳐졌다. 한 가지 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란 국내 개봉용 제목. 작품의 의미를 조금도 놓치지 않고 살리면서도 원제를 해치지 않으며 동시에 편안히 다가오기까지 하는, 내가 본 가장 완벽한 제목이다. 세상과 공존하는 이 영화의 모든 요소가 빠짐없이 사랑스럽다. (★ 10/10점.)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2017), 아녜스 바르다, JR
2018년 6월 14일 개봉, 93분, 전체 관람가.
출연: 아녜스 바르다, JR 등.
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 작품상 후보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
원문: (링크)에서.
(201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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