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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3) 소설가 정세랑의 산문에서 이런 문장을 읽은 적 있다. "나는 23세기 사람들이 21세기 사람들을 역겨워할까 봐 두렵다. 지금의 우리가 19세기와 20세기의 폭력을 역겨워하듯이 말이다."(『목소리를 드릴게요』, 아작, 2021) 영화 (2023)가 배경으로 삼는 1940년대보다 지금은 훨씬 더 국내와 세계 정세에 민감해져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한두 뼘의 담장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조차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은 나약하거나 제 주변의 안위에(만) 충실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럴수록 '우리'가 우리이기 위해 기울여야 할 노력은 저 너머의 냄새, 저 너머의 하늘빛, 저 너머의 소음을 경시하지 않는 것. 문득 이질감을 주는 몇 개의 신들이 가 진정 강조하고 싶었던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2024.06.10... 더보기
영화 '클로저'(2022) 가장 친밀하고 서로 모든 것을 안다고 믿어온 오랜 관계에도 보이지 않는 사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작은 틈이 생긴다.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된 날 이후부터 ‘레오’와 ‘레미’ 사이에 형성되는 기류는 관객에게는 물론 그들 자신에게 명확히 설명되거나 지시되지 않는다. 관객이 알 수 있는 건 단지 두 사람이 중학교 같은 반이 되기 전과 후 모습이 다르다는 것이고, 아마도 레오와 레미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인데 그건 (2022)가 의도한 바일 것 같다. 가까워 보이지만 한편으로 닫혀 있는 상태. 어린 나이에도 설명할 수 없는 난제로 다가와 한 시절을 흔든다. 화사하고 드넓게 핀 장미 꽃밭과 희고 찬 아이스하키장의 풍경이 내내 대비되는 가운데, 극장을 나선 뒤에도 어쩌면 우리는 다 헤아리지 못한 현실과 계속 마주해야만.. 더보기
영화 ‘피부를 판 남자’ 리뷰 영화 (2020)는 실제 이야기에서 일부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이다. 벨기에와 영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빔 델보예(Wim Delvoye)가 한 남자의 피부에 타투를 새겨 미술관 전시에 출품하고 그의 사후에는 타투가 새겨진 피부를 액자에 보관하기로 한 계약을 맺은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다. (빔 델보예는 자기 이야기가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것을 흔쾌히 허락했으며 에 카메오 출연도 했다고 한다.) 를 연출한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과 제작자 필립 로기(, , 등)가 이 이야기에 주목한 것은 두 가지 화두를 모두 담아낼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나는 당연하게도 어디까지가 예술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빔 델보예는 살아있는 돼지에게도 타투를 새긴 적이 있고, 물론 이는 동물권 운동가들의 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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