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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고스란티모스

영화 '가여운 것들'(2023) (2023)은 해석된 관찰자의 시선에서 규칙, 즉 나를 뺀 세상의 바깥에 이미 존재해 온 것들의 의미를 뒤집어 생각하게 만든다. 각색, 편집, 촬영 등 요르고스 란티모스 영화들을 계속 함께해 온 스태프들과 명배우들의 협업이 이것을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원작 대신 마치 란티모스의 오리지널 스토리인 것처럼 그 이야기와 스타일을 제대로 각인시킨다. 불완전한 이들이 만들어 낸 세계의 총체인 '집 바깥'을, '벨라'는 어떤 편견도 없이 기이한 방식과 과정으로 모험한다. 여정의 끝에서 벨라를 기다리고 있는 건 단지 위험하고 폭력적인 세상으로부터의 낙담과 좌절이 아니라,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결합되는 동화가 안겨주는 기묘한 연대감이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얻어내는 나름의 질서와 존재에 대한 .. 더보기
케이트 블란쳇 제작, 5월 26일 개봉 영화 ‘애플’(2020) 리뷰 크리스토스 니코우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 (2020)은 그의 필모그래피로 보나 영화의 작법과 소재를 펼치는 개성으로 보나 요르고스 란티모스 영화를 어렵지 않게 떠올리게 한다. 기억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를 우화처럼 만들어내는 데 있어 인물의 기억을 상실시키는 방식으로 그것을 더 깊이 들여다본다. ⠀ 이 정체성이 곧 기억에서 비롯한다는 관점을 지닌 영화라면, 과거를 잊고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가는 일은 영화 속 의사의 제안처럼 '인생을 새로 배우는' 일일까? 기억은 단지 입력된 정보이기만 한 게 아니라 그것들에 관한 감정도 포함된다. 버스 내릴 곳을 잊고 특정한 노래를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어떤 영화 이야기((1997))를 기억하고 이름 모를 낯선 이의 장례식을 보며 눈물 짓는 일이, 꼭 멀어지는 풍경 앞에.. 더보기
[1인분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 그 세계는 누구의 자리인가(하) (2020.11.06.) (...) 이 장면은 얼마 후 펼쳐지는 같은 장소에서의 또 다른 장면과 연결됩니다. 어느 정도 여왕의 눈에 들기 시작한 ‘애비게일’과, 그가 자신과 여왕의 사이에 끼어드는 듯한 예감을 갖고 있는 ‘사라’가 함께 후원에서 비둘기 사격을 하는 중 ‘애비게일’이 쏜 총에 비둘기가 맞고 그 피가 ‘사라’의 얼굴에 튑니다. 앞서 탄환 없이 발사된 총성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던 ‘애비게일’은 이번에는 ‘사라’의 얼굴에 피가 튀든 말든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습니다. 곧이어 여왕이 보낸 남자 하인이 나타나고 ‘사라’는 자기를 찾는 줄 알고 금방 가겠다고 하지만 그때 여왕이 찾은 것은 ‘사라’가 아니라 ‘애비게일’이었던 것. (...) (2020.11.06.)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11월호 세 번.. 더보기
[1인분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 그 세계는 누구의 자리인가(중) (2020.11.04.) (...) 대표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장면 중 하나는 휠체어를 탄 ‘앤’이 ‘사라’에 의해 침실로 들어오는 장면입니다. ‘사라’는 국방비를 늘리기 위해 세금을 증액할 것을 여왕에게 마치 명령하듯 말합니다. (“You’ll pronounce the tax in parliament, I’ll set the date.”) 물론 여왕은 전술한 여러 과거들로 인해 국정을 냉정하게 돌볼 수 없는 상태이고 ‘사라’에게 심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기도 합니다만, 그로인해 ‘사라’는 실질적인 권력을 궁에서 행사하고 있습니다. ‘사라’가 침실을 나간 직후, 영화의 카메라는 침실에 홀로 남은 ‘앤’과 침실의 풍경을 광각으로 잡습니다. 단지 홀로 남았다는 것뿐 아니라 ‘앤’을 더 외롭게 보이도록 만들기 위한 촬영 방식이죠. (.. 더보기
[1인분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 그 세계는 누구의 자리인가(상) (2020.11.02.) 영화 (2018)의 주연 배우 엠마 스톤은 “권력과 사랑을 향한 욕망은 시대의 영향을 받는다. 이 영화가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현재의 감정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인간에 관한 변하지 않는 주제를 다루는 영화다. 여러모로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캐릭터 자체가 흥미로운 여정을 계속하기도 하지만 배우들 중 나 혼자 미국인이라는 사실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영화의 거의 모든 키워드가 다 있는 것 같군요. 영국의 여왕 앤(1665-1714) 재위 기간 중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극화한 작품 이야기는 엠마 스톤으로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자신이 직접 말한 바와 같이 캐스팅에 있어 눈에 띄는 점은 주요 출연진 대부분이 영국 배우들인 가운데 ‘애비게일’을 연기한 엠마 스톤만 미국 배우라는 점입니다.. 더보기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 마음을 얻기 위한, 관계의 몸짓과 관계의 총성 (...) 를 여왕 '앤'을 사이에 둔, '애비게일'과 '사라', '사라'와 '애비게일' 사이의 경쟁으로 본다면, 1장부터 8장까지의 '애비게일'과 '사라'를 번갈아 오가는 발화 구성 형태의 타이틀 카드는, 어쩌면 평이하게 비칠 수도 있을, 흔하게 다가올지도 모를 이야기에 긴장을 불어넣고 관객들이 계속 집중해서 다음 상황을 지켜볼 수 있게 만드는 훌륭한 장치다. 여왕의 '더 페이버릿'(The Favourite)이 되기 위한 '여왕의 여자'들의 싸움이라 칭할 수 있을까.영화의 4장 "큰 문젠 아니에요"(A minor hitch.)의 중요한 대목을, 특히 작품 전체에서 흐름상 중요한 의미를 띠는 대목 하나를 꼽으라 한다면 '앤'과 '애비게일'이 침실을 앞에 두고 춤을 추는 신을 언급하고 싶다. 그 장면의 내.. 더보기
영화 '더 랍스터'(2015) 사랑은 그 당사자인 두 사람만의 암호다. 어떤 타인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는. 숲에서 두 사람은 말을 하지 않고도 서로를 통할 수 있는 신호들을 만든다. 는 커플이 되기를 강제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폐쇄적인 함께'와 '열린 혼자'라는 두 공간을 설정한 채 이상적이기만 한 것이라고 간주되는 사랑의 개념에 대해 관찰한다. 온전히 사랑의 두 주체만의 행위와 정신이 지켜질 수 없는 사회에서라면, 그 사랑은 어떤 식으로든 변질된다. 두 사람이 헷갈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두 암호는 "조심해, 위험한 것 같아"와 "세상 무엇보다 당신을 사랑해"다. 둘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한편으로 감정의 칼자루는 스스로만이 쥐고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그녀는, "We love each other"라 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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