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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

희망하기를 멈추지 않으며 비가 오길 기다리는 일 :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2021)의 편린들 (...) 입시학원을 다니는 삼수생 ‘영호’가 ‘소연’을 떠올리게 되는 건 수학 문제를 채점하던 중 달리기에 대한 어떤 문제를 틀렸기 때문이다. 문제 속 달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영호’는 자신의 유년을 떠올린다. 결승선을 얼마 앞두고 넘어졌던, 청군과 백군의 달리기. 이미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사람들이 저마다의 승리에 환호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은 거기서 ‘영호’를, ‘참 잘했어요’ 도장을 손등에 찍어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시작은 기다림이었다. 팔꿈치가 까지고 체육복이 흙투성이가 된 채, ‘영호’는 다시 달렸다. 수돗가에서 ‘영호’에게 손수건을 내민 건 조금 앞서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었던 ‘소연’이었다. 초등학교 내내 같은 반이 된 적도 없었고 말도 제대로 붙여보지.. 더보기
3월 21일 영화의 일기 - <우상> 에서 으로 이어지는 이수진 감독의 장편 연출 필모그래피는 이질적이다. 비교적 영화가 펼쳐내는 화두가 명확했던 에 비하면, 은 그 뉘앙스만 있는 이야기라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어쩌면 분명히 파악하기 어려운 일부 사투리 대사처리도 그 의도가 아닌가 여겨질 만큼).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실질적으로 총 세 번에 걸쳐 바뀌는데, 중심이 옮겨감에도 불구하고 144분을 운용하는 긴장감이 일관되게 이어지는 건 장점이다. 그러나 영화의 제목 - 엔딩 크레딧 직전에만 나오는 - 이 직접적임에도 정작 장면, 대사, 인물의 표정 등은 흩뿌려진 채 관객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그것이 스릴감의 한 동력처럼 보이며, 나아가 이면의 함의를 짐작하게 유도하느라 정작 세 인물이 도달하는 종착지는 해석을 강요할 뿐 그 자체로 매력적인..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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