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며 시인은 시를 쓰네 "붉음이 점차 짙어지는 순간을 우리는 하루에 한 번씩 맞이한다. 저녁이 밤에게 자신을 내어줄 때이다. 그 시간 동안 어떤 이들은 시인이 된다. 박준도 그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 이 세계와 만나는 자리에서 결국 우리들은 우리를 글썽이며 따뜻하게 바라보는 것. 그래서 저녁이면 만나서 밥과 술을 먹고 서로 택시를 태워주며 헤어지다가 문득, 당신이 생각날 때. 그런 마음들이 애잔해지는 이런 시들을 쓰고 싶다. 바로 다음과 같은 시. (...) 그러니 세계야, 나는 널 버리지 않을 거야. 나의 간절한 것들의 깊은 눈을 모아다가 그냥 시를 쓸 거야. 그러니 세계야, 계속 날 불편하게 해줘. 내가 젖은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당신을 응시하며, 그리고 어제 해결하지 못한 눈물을 젖은 모자에 집어넣으며 그냥 쏘.. 더보기 허수경 시인의 밤 허수경 시인의 시와 산문, 소설을 주제로 낭독도 하고 각자의 이야기도 나눈 자리. 그동안 들르고 싶었으나 기회가 닿지 못했던 '서점, 리스본'에 드디어 걸음을 했다. (전부터 정현주 작가님을 뵙고 싶기도 했다.) 오늘 저녁의 대화는 세 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예쁜 잔에 아담히 준비된 티를 마셨고, 누군가는 다과를 들고 오기도 했다. 어떤 책을 가져가면 좋을지 몰라 내게 있는 허수경 시인의 책을 다 들고 갔고 발문이 실린 박준 시인의 시집까지 가져갔더니 나는 어느새 '책을 제일 많이 가져온 사람'이 돼 있었고 치과 다녀온 이야기, 죽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까지 화제는 어디로든 향했다. 각자가 읽은 시와 각자가 느낀 시인의 삶, 저마다의 일상과 사연들이 어우러져 결국은 그게 사는 얘기, 그리고 읽는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