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아는 내 취향 중 하나라면 '시인이나 소설가가 쓴 산문에 대한 거의 절대적인 것에 가까운 신뢰'인데, 이 여름의 끝무렵에서 또 한 권 소중한 산문집을 만났다. 이근화 시인의 『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난다, 2015)을 읽은 것도 벌써 다른 해의 일이다. 신간인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마음산책, 2020)에는 '이름 없는 것들을 부르는 시인의 다정한 목소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아이들과의 일상부터 시, 영화 등에 이르기까지 연민, 사랑, 연대, 예술가 등을 아우르는 주제와 화두로 쓰인 글들이 가득하다. (이 책 표지에 쓰인 호아킨 소로야의 그림을 엮은 작품집도 얼마 전 나왔다고 한다.)
"'나'란 온전히 이해되지 않아 어리석게도 매번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그건 두려움에 맞서 싸우는 일이기도 하고 불확실성을 수용하는 일이기도 하다. 폭력적인 세계에서 평화를 꿈꾸는 일이 무용하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8쪽)
"없는 감각을 발현하여 우리만의 시공간을 창조해야 할 때다. 마른하늘에 무지개를 띄울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니까 말이다." (51쪽)
"찌들고 고단한 얼굴로 하루하루를 건너는 우리에게 삶에서 중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마음속의 즐거움과 생기를 찾아 소박하게 움직여야 할 때를 너무 늦추면 안 될 것 같다. 인생은 싸움이 아니지만 만약 승리의 기술 같은 게 있다면 그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91쪽)
"이전 세대 예술가들의 용기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을 구상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함부로 보지 않고 내게 달린 두 개의 눈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133쪽)
"어리고 약한 존재들을 향한 나직한 시선과 느긋한 마음속에는 어쩌지 못하는 감동 같은 것이 있다.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려는 연민의 감정이 없다면 인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178쪽)
"우리의 선택과 의지에 따라 다른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아직 존재한다는 점에서 자꾸 묻고 답하는 과정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181쪽)
"산 사람이 만드는 절망만큼 순수한 것이 또 있을까. 도저한 허무에도 불구하고 그 절망의 깊이로 인간은 또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219쪽)
"아이들의 무지와 순수함이 어른인 나의 걱정과 불안보다 힘이 세서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건넌다." (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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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의 김동진님: “아는 사람은 아는 내 취향 중 하나라면 '시인이나 소설가가 쓴 산문에 대��
좋아요 141개, 댓글 7개 - Instagram의 김동진(@cosmos__j)님: "아는 사람은 아는 내 취향 중 하나라면 '시인이나 소설가가 쓴 산문에 대한 거의 절대적인 것에 가까운 신뢰'인데, 이 여름의 끝무렵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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