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에 관해서라면 여러 차례 언급해왔지만 오늘도 한 번 더 써야겠다. 예약판매 후 2주 정도를 기다려 『복자에게』를 받은 날. 어떤 작가나 작품을 좋아하는 건, 그(들)의 존재가 단지 호감이나 매력 같은 것만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매 순간 나아가면서도 한결같은 방식으로 거기 그 자리에 있어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를 읽었을 때나 『경애의 마음』을 접했을 때나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을 만났을 때나 계속해서 한 작가를 좋아하는 작가의 목록 맨 앞에서 언급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 같은 것을 느끼곤 한다. 이 이야기도 종종 언급했던 것이지만 이것 역시도 오늘 한 번 더 써야겠다. 나는 픽션을 쓰는 사람이 아니어서, 이렇게 마음을 다해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경외의 마음이 있다. 그리고 마음을 다해 쓰는 사람의 이야기에 언제나 벅참을 느끼고 감동이나 위로를 만나며 세계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이 소설 덕분에, 그리고 이 소설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 덕분에, 나 역시 혼자가 아닌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영화를 만나는 일만큼이나 좋은 책을 만나는 일이 행복할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책을 마주하는 순간 덕분이다. 첫 장을 시작도 하지 않은 채 곧장 작가의 말부터 펼쳤지만, 그럼에도 나는 분명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소설을 다 쓰고 난 지금, 소설의 한 문장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실패를 미워했어, 라는 말을 선택하고 싶다.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선언보다 필요한 것은 그조차도 용인하면서 계속되는 삶이라고 다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는 그렇듯 버텨내는 자들에게 기꺼이 복을 약속하지만 소설은 무엇도 약속할 수 없어 이렇듯 길고 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작가의 말', 242쪽)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24763
복자에게
어떤 실패도 삶 자체의 실패가 되지 않도록,모든 넘어짐을 보듬는 작가 김금희의 가장 청량한 위로단단한 시선과 위트 있는 문체로 인간의 보편적 불행과 슬픔을 보듬는 작가 김금희의 두번째 장편소설 『복자에게』가 출간되었다. ‘우울이 디폴트’인 일상을 견디게 해주는 찬란한 순간을 날렵하게 포착해내는 김금희의 소설은 무심한 듯 다정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장면들을 다채롭게 그려내며 수많은 독자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왔다. 평단의 끊임없는 지지와 더불어 2015년 신동엽문학상,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2017년 현대문학상, 2019...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209
[듣는 연재 소설] 복자에게 (by 김금희)
소설가 김금희 작가의 신작! 일하는 사람들의 섬, 제주에서 펼쳐지는 가장 맑고 시린 김금희 소설 <복자에게>. 8월 3일(월)부터 27일(목)까지 매일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완청 이벤트는 8월 31일(월)까지! 여러분의 하루 한 번 완청은 사랑입니다♥ 아울러 11월까지 3개월 간 마음껏 들으실 수 있습니다. <복자에게> 종이책과 함께 청취해보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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