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내게는 "사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는 추천해준 이의 코멘트가 꽤 오래 기억에 남아 있고 드라마를 보면서 점점 그 말을 생각하고 있는데, 비록 모든 문학과 영화, 드라마에 적용될 법한 말임에도 이 말은 이 드라마에 특히 더 밀접하게 적용할 수 있겠다.
타인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한 게 아니라, 나는 어릴 때부터 자리에 없는 타인을 험담하는 걸 극히 싫어했다. 원래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고 (지금도 말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진 않지만) 싫은 소리 하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왜 사람들은 늘 남 이야기 하길 좋아할까,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 대해 안다고 착각할까, 그런 질문들이 늘 따라다녔다. 말을 아끼는 버릇은 거기서 비롯했다. 선한 진심에서 나온 말도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법인데. 사람들은 너무 말이 많다고 생각했고, 나는 대신 입을 잘 열지 않기를 택하며 자랐다.
칼이나 총 따위는 자신의 성질이 담고 있는 힘만큼만의 상처를 내지만, 사람의 말은 그 이상의 파급력을 지닌다. 우리는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면 말하기를 주저해야 하고, 말하기에 앞서 먼저 듣고자 노력해야만 한다. 그러니까, 이 작품의 국내용 제목은 원제와 다르지만 작품의 성격을 아주 정확하게 간파한 제목인 것이다. 드라마는 곧 시즌 3가 공개될 예정이다. 시즌 1의 중반에 접어들면서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고 했던, 신형철의 문장을 다시 떠올렸다. (2018.06.10)
728x90
반응형
'책 속에 머문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와다 요코, '여행하는 말들'(2018) (0) | 2018.12.08 |
---|---|
황현산, [우물에서 하늘 보기] (0) | 2018.08.26 |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0) | 2018.08.10 |
故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 [내 생애 단 한번]을 읽다. (0) | 2018.06.05 |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에 대해 읽고 이야기 하다. (0) | 2018.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