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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마음산책 - 황석희 번역가 특강 (...)그건 단순히 대사나 내레이션을 잘 옮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 아니겠다. 예를 들면 (2022)에 인용된 중국 청대의 협사 소설 속 구절과 같은 것을 찾아내는 건 성실하기, 의심하기,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선택과 판단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생각은 바뀔 수 있고 완벽한 정답이 있는 영역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거기 멈춰 있지 않고 나아가는 게 직업인의 자세일 것 같다.⠀번역은 창작에 부수적으로 수반되는 '제2의'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별개의 결과물(2차 창작물)이라는 이야기에 동의했다. 제한된 분량과 길이 안에 외국어 사용자의 발화를 관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하면서도 뉘앙스를 살려 옮겨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직업의식과 전문성을 토대로,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조율하면서도 창작자의 의도.. 더보기
마음산책 2022 겨울 특강 - 신형철 문학평론가 2022.11.17., 2022.12.01. 김혜리 기자의 가을 특강에 이어서 신형철 문학평론가와 함께한 마음산책 겨울 특강. 가을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따로 더 생각하고 정리해두고 싶은 대목을 가득 만나 하나의 글만으로는 대신할 수 없겠어서 나는 다만 이 강의를 듣는 평일 저녁이 그렇지 않은 평일 저녁들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생각했다. ⠀ 두 번에 걸친 강의를 듣는 2주의 기간 동안 추워진 날씨에 대해 생각했고, 두 번 다 강의 시작 전 같은 카페에 있었지만 달리 흘러나오던 음악에 대해 생각했으며(첫날에는 여러 아티스트와 장르의 곡이 섞여 나왔지만 둘째 날에는 윤하의 노래만 계속해서 나왔다), 앉았던 자리가 다르거나 강의를 마친 뒤 허기를 달래러 저녁을 먹은 곳이 다르거나 하는 것들을 생각했다. 이것들.. 더보기
김동진의 말 01 - “네 삶 너머에도 너의 이야기는 존재하니까.” _ "네 삶 너머에도 너의 이야기는 존재하니까." (There are days that define your story beyond your life.) [영화 (Arrival, 2016), 드니 빌뇌브] 에이미 아담스가 연기한 언어학자 '루이스'가 먼 곳을 응시하는 저 표정에는 지나온 수십 년의 시간과 아직 다가오지 않은 더 기나긴 수백 년의 세월이 응축돼 있다. 얕은 산 아래로 내려오는 구름들과 저마다 짐을 꾸리고 분주히 어디론가 떠나가는 사람들. 조약돌 같기도 바위 같기도 한데 또 거울 같기도 한 헵타포드 종족의 비행선들이 지나간 자리. '루이스'는 옆에 선 물리학자 '이안'에게 묻는다. "당신의 전 생애를 다 볼 수 있다면, 삶을 바꿀 건가요?" 바꾸지 못한 것과 바꿀 수 없었던 것들이 연속이 지.. 더보기
김동진의 말 00 - "가면서 결정하자고." _ "가면서 결정하자고." (I guess we can decide along the way.) 영화 (2017)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어디를 향하여 이어질지 아는 채로 걸어가는 사람이 있을까. 수 십 수 백 번도 더 가 본 집 앞 편의점과 집 사이의 길이라든지 출근길 지하철역 출구를 나선 뒤부터 회사 앞까지의 길 같은 것이야 알겠지만 그건 누적되고 반복되어 온 경험과 감각으로 인한 것일 테고 인생의 오늘과 내일 사이의 길에 관해서라면 삼천 년 뒤의 일까지도 미리 '기억'하는 영화 (2016)의 '헵타포드' 종족이 되지 않는 한 예지 할 도리가 없다. 나는 헵타포드족이 아니라 그냥 휴먼이어서. 명백히 그건 인간의 한계이자 굴레와도 같은 것이겠지만 지나고 보면 그때는 모르는 채로 일단 걸어보겠다고 생각.. 더보기
이근화 시인의 신작 산문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마음산책, 2020) 아는 사람은 아는 내 취향 중 하나라면 '시인이나 소설가가 쓴 산문에 대한 거의 절대적인 것에 가까운 신뢰'인데, 이 여름의 끝무렵에서 또 한 권 소중한 산문집을 만났다. 이근화 시인의 『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난다, 2015)을 읽은 것도 벌써 다른 해의 일이다. 신간인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마음산책, 2020)에는 '이름 없는 것들을 부르는 시인의 다정한 목소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아이들과의 일상부터 시, 영화 등에 이르기까지 연민, 사랑, 연대, 예술가 등을 아우르는 주제와 화두로 쓰인 글들이 가득하다. (이 책 표지에 쓰인 호아킨 소로야의 그림을 엮은 작품집도 얼마 전 나왔다고 한다.) "'나'란 온전히 이해되지 않아 어리석게도 매번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그건 두려움에 맞서 싸.. 더보기
마음산책북클럽 2기 첫 날의 이야기 (2019.02.13.)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그 작가의 목소리로 듣고 그 책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같이 듣는 자리는 시든 소설이든 언제나 좋은데, 김금희 작가님이 오신 마음산책북클럽 첫 번째 만남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책 사인을 받고 선물을 챙겨서는, 마침 행사장소에서 합정역 가는 길에 있는 스타벅스가 열 시 반까지 영업이라 한 시간은 앉아 있다 갈 수 있겠다 하며 들러 숏 사이즈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음료를 받아 자리를 잡고는 매장 외부에 있는 화장실에 갔는데, 다시 스타벅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김금희 작가님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사인을 받은 지는 몇 분의 시간이 흘렀고 나 말고도 수십 명의 사인을 더 하셨을 테니 날 알아보신 건 낭독자로 참여했기 때문일 텐데, 그것보다는 합정역 스타벅스라는 그 장소와, 아홉 시 .. 더보기
김금희 소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오픈한 지 그리 오래지 않은 서울 도심의 어떤 서점에서, 김금희 작가의 이 책이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로 분류되는 매대에 꽂혀 있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잘못 분류된 것이겠지만, 소설도 읽다 보면 픽션임을 알면서도 너무 자신의 이야기 같아서, 혹은 바로 제 마음속에 있거나 있었던 특정한 어떤 이를 떠올리게 만들어서 펼쳐진 책에 가만히 손을 얹었던 적이 누군가 한 번쯤은 있겠죠. 그러면 그 소설은 제게는 에세이가 되기도 하는 것일 겁니다. 무엇인가 혹은 누군가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아주 오래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제가 가졌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라는 좋아하는 문장이 책을 읽는 내내 맴돌았습니다. 과거의 일을 오래 생각하는 사람은 단..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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