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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맨

지나올 가치가 있는 세 시간 반에 걸친 영화 여정: 아니, 어쩌면 그게 삶 자체일지도 - '아이리시맨'(2019) 이제 더 숨길 것도 숨길 대상도 없는 이야기들을 프랭크 시런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요양원 휠체어에 앉아 여전히 꽁꽁 숨기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오직 영화의 카메라 앞에서만 꺼내어진다. "듣자 하니 자네가 페인트칠을 한다던데"로 시작하는, 세 겹쯤 겹쳐진 수십 년 세월의 회고담에서 프랭크 시런은 철저히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다. 자기 견해를 적극 피력하지도, 하달받은 일 앞에서 주저하지도 않으며 나이 들어간 그에게 남은 건 오직 '죽음을 기다리는 일' 뿐인 것처럼 보인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시네마의 일회적 체험(singular experience)은 여전히 보호돼야 한다고 본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과연 일생을 한 편의 작품에 요약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의 대답.. 더보기
[1인분 영화] ‘아이리시맨’ – 무엇이 영화였고, 영화이며, 영화일 것인지 (2020.06.19.) (...)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구성 요소는 단지 그런 사건과 인물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방법으로 담아내는가 하는 데 있다. 딱 지나가던 행인들이 목격할 수 있을 만한 정도의 거리를 두고 의 카메라는 ‘프랭크’의 투박하고 거친 폭행을 한동안 지켜본다. 그건 곧 관객의 시선이기도 하다. 은 스코세이지 감독의 20세기 역작들과 달리 활력과 카리스마보다는 쓸쓸함과 씁쓸함을 가득 풍긴다. 영화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프랭크’는 미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지나며 자신이 몸담았던 일이 그 중심에 있었음을 회고하지만 정작 ‘프랭크’는 진정한 주인공이 아니라 말단 행동대원 정도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조직의 2인자 같은 인물이 되기는 했지만 그는 시종 수동적이고 견해를 드러내지 않는다.. 더보기
[1인분 영화] 12월호 10 - 듣자하니 자네가... [1인분 영화] 12월호 열 번째 글은 '듣자하니 자네가...'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9)에 관해 썼다. “듣자하니 자네가 페인트칠을 한다던데.”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2019)의 모든 것은 바로 이 말 한 마디에서 시작된다. 전후 미국의 노동운동가로 유명했던 ‘지미 호파’(1913~1975?)의 실종 사건은 지금도 미제로 남아 있는데, 영화의 주인공 ‘프랭크 시런’은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자신이 주도했다는 주장을 포함한 여러 증언을 자신의 변호사 찰스 브랜트에게 했다. 은 바로 그 찰스 브랜드가 쓴 논픽션 를 원작으로 한다. 여기서 언급된 ‘페인트칠’은 글자 그대로의 페인트칠이 아니라 반쯤 은어에 가깝다. 영화 초반 한 요양 시설에서 롱테이크로 촬영된 장면을 통해 휠체어에 앉은 노년의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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