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 영화] 12월호 열 번째 글은 '듣자하니 자네가...'라는 제목으로 영화 <아이리시맨>(2019)에 관해 썼다.
“듣자하니 자네가 페인트칠을 한다던데.”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아이리시맨>(2019)의 모든 것은 바로 이 말 한 마디에서 시작된다. 전후 미국의 노동운동가로 유명했던 ‘지미 호파’(1913~1975?)의 실종 사건은 지금도 미제로 남아 있는데, 영화의 주인공 ‘프랭크 시런’은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자신이 주도했다는 주장을 포함한 여러 증언을 자신의 변호사 찰스 브랜트에게 했다. <아이리시맨>은 바로 그 찰스 브랜드가 쓴 논픽션 <I Heard You Paint Houses>를 원작으로 한다.
여기서 언급된 ‘페인트칠’은 글자 그대로의 페인트칠이 아니라 반쯤 은어에 가깝다. 영화 초반 한 요양 시설에서 롱테이크로 촬영된 장면을 통해 휠체어에 앉은 노년의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의 회고담으로 이야기가 펼쳐질 것임을 암시하고 난 뒤 <아이리시맨>은 고속도로를 배경으로 원작의 제목을 큼지막한 자막으로 띄워 이 말이 중요하다는 점을 직접 강조한다. 페인트칠이란 누군가를 청부살해함으로써 벽에 피를 묻히는 행위를 가리킨다고 보면 되겠다. 트럭 운전사였던 젊은 프랭크 시런은 차가 고장 나 들른 어느 휴게소에서 우연히 낯선 사내를 만나는데 그 사내는 프랭크의 삶을 바꾼 마피아 거물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 어느 레스토랑에서 다시 만난 사내는 더 유명한 마피아 조직 보스 ‘안젤로’(하비 카이텔)와 함께 있었고, 프랭크는 ‘안젤로’의 모습을 보고는 그 사내(러셀)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직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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