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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노매드랜드, 2021년의 극장 영화 영화 (2020, 클로이 자오)의 원작자 제시카 브루더가 강조해서 발화하는 단어 중 하나는 '회복력'(Resilience)이다. 나는 이 단어를 정혜윤의 『슬픈 세상의 기쁜 말』(2021)에서도 읽었다. 정혜윤은 "생명의 유한함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들은 서로를 그리고 남은 사람들을 돌보기 시작한다.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인간의 품위다."라고 썼다. (145쪽) 이것이 꼭 생명의 유한함에서만 비롯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시간 동안 어떤 것들을 떠나보냈는가, 지금 어디로 향하는 길 위에 서 있나, 또 새롭게 맞이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우리는 정말 길 위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See you down the road.") 어떤 것들을 나는 영영 떠나보내야만 하고, 더는 생각할 수 없.. 더보기
김동진의 말 02 -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_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I’ll see you down the road.) [영화 (Nomadland, 2020), 클로이 자오] ⠀ 지금 보고 있는 이 영화의 모든 순간을 빼놓지 않고 기억해두고 싶은 마음은 비단 나만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다. 그래서 우리는 몰입하고, 그래서 우리는 집중하며, 또 우리는 메모를 하며 영화가 끝난 뒤의 잔영을 생각하고 느끼고 떠올린다. 섣불리 ‘우리’라고 칭하는 일에는 기록하는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생의 어떤 순간을 붙잡아놓고자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마음이 있다. ⠀ 또 ‘우리’는 알고 있다. 모든 순간을 빼놓지 않고 기억해두`는 일이 결코 온전히 가능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몇 번을 되풀이해서 본 영화도, 그것의 모든 컷(Cut)과 신(Scene)을 처.. 더보기
'노매드랜드' - 내 4월의 영화 4월에도 신작 영화를 많이 본 편은 아니었지만, 영화 한 편을 골라야만 한다면 내게는 확실하게 (2020)다. 그동안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나 팝콘각 유튜브 등을 통해 이 영화에 대해 많이 언급해왔으니 여기선 줄여야겠지만, "기억만 하느라 인생을 다 허비한 것 같다"라는 '펀'(프랜시스 맥도먼드)의 말과, 거기에 대해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고 화답해주는 '밥 웰스'의 말에 오늘도 어떤 위안을 얻었다. 분명 중요했고 각별했으나 일순간 잊고 지냈던 어떤 영화의 잔영들도, 언젠가 내게 다시 (그때와는 같지 않은 의미로) 도착해 있을 거라는 일말의 믿음 같은 것. 휘발되지 않기 위해 글을 쓰지만 어떤 것들은 지나가고 사라져 간다는 것, 그러나 그것이 어떤 의미로는 흘러가는 삶처럼 자연스러운 것이겠다고. 오늘은.. 더보기
다시 묻는, '영화'와 '극장':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의 짧은 생각 위의 표는 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2021년 3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실린 최근 3년간 1월~3월의 국내 개봉 영화 편수 및 매출액, 관객 수 자료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작년 내내 개봉이 연기되었던 영화들을 포함해 여러 신작들이 극장 문을 두드렸다는 걸 먼저 확인할 수 있죠. 연간 비교가 아닌 3개월 비교라 단순 의미 부여는 어렵지만 일단 3개월의 수치로는 영화의 개봉 편수 자체는 평년 수준과 다르지 않습니다. 당연히 문제는 매출액과 관객 수에 있겠지요. 2020년 1월: 165편, 1,437억 원, 1,684만 명 2020년 2월: 150편, 623억 원, 737만 명 2020년 3월: 154편, 152억 원, 183만 명 2021년 1월: 135편, 158억 원, 179만 명 .. 더보기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영화 '더 파더'에 관한 리뷰의 기록 끼적임. 영화 는 현재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대표적인 영화 시상식으로 꼽히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포함해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편집상, 미술상 후보로 올라 있는 작품이다. 국내에는 지난 4월 7일에 개봉.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제가 생각한 이 영화의 특징과 우리가 기억할 만한 이야깃거리들을 짧게 풀어봐야겠다. 일단 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이 있다. 배우 이야기부터 할까. 영화의 주인공 '안소니' 역을 맡은 안소니 홉킨스(1937~)는 빼놓을 수 없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명배우 중 한 명이다. 1992년 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2003년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 헌액, 2006년 골든글로브 평생공로상을 수상하는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 더보기
영화 '더 파더'(2020) 후기/리뷰 오프닝 크레디트를 보면서 '불과 전에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음악을 접했는데 이 영화 음악으로 또 만나다니!' 같은 감탄을 하며 지난 경험을 기억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지만 (2020)는 영화를 보는 내내 기억이 아닌 망각에 관해 상기하도록 이끈다. '안소니'(안소니 홉킨스)에게 어떤 이가 "화창할 때 많이 걸어 다녀야죠, 화창한 날씨는 오래가지 않으니까."라고 말한다. 붙잡으려 해도 손아귀를 빠져나가고 어느 순간 다 흘러가고 다 떠나버린 것처럼 느껴지는 생의 망연한 순간이, 대단한 잘못을 한 것도 잘못 살아서도 아니고 단지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로 찾아온다. '안소니'는 영화 내내 몇 번이나 손목시계를 찾지만 그는 시간을 제 손안에 넣을 수 없다.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이며 어제 무엇을 했고 오늘 아침에 어.. 더보기
[1인분 영화] ‘기생충’ 안과 밖 - 다른 언어로 같은 꿈을 꾸는 우리 (2020.02.14.)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의 2월호 여섯 번째 글은 '다른 언어로 같은 꿈을 꾸는 우리'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9)의 안과 밖에 관해 썼다. 닐 패트릭 해리스가 사회자였던 몇 해 전 아카데미 시상식의 오프닝 모노로그에서는 ‘Moving Picture’라는 말로 영화를 새롭게 정의한 바 있다. ‘무비’도 ‘필름’도 ‘시네마’도 아닌 ‘무빙 픽처’라니. 극장과 극장 밖의 경계가 옅어지듯 영화의 상업성과 예술성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듯 ‘움직이는 이미지’라는 영화 매체 본연의 활동성을 강조한 듯 보이는 저 단어 선택은 시상식을 지켜보던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번 (2019)의 아카데미 시상식 4개 부문 수상 소식을 다 접했으리라 생각.. 더보기
'성덕' 봉준호 감독이 만들어낸 시네마의 매 순간: '기생충'(2019)의 아카데미 수상에 부쳐 이른바 '성덕'을 말할 때 항상 (2018)의 원작자 어니스트 클라인을 언급하고는 했다. 어제는 거기 한 명의 이름을 추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에 대한 꿈을 키우고 영화를 공부할 때부터 우러러보았던 감독과 함께 영화계 최대의 시상식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그 시상식에서 상을 받아 그 감독의 이름을 언급하며 추켜세워주는 일. 그 감독의 밝은 미소와 박수를 마주하는 일.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이름과 함께 봉준호의 이름을 동시대에 적어볼 수 있어 기쁘다. 그의 말처럼 영화는 국가를 대표해 만드는 게 아니고 또 그럴 필요도 의무도 물론 없다. 나는 단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확고하게 만드는 사람, 자신의 이야기가 동시대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의 매 순간의 언행과 발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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