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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타란티노

실제 이야기가 아니어도 감정은 진짜일 수 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의 어떤 순간들 1. 촬영 중 휴식 시간, 릭 달튼은 같은 영화에 출연해 마라벨라 랜서 역을 맡은 아역 배우 트루디 프레이저와 대화를 나눈다. 트루디는 촬영장에서는 본명이 아닌 배역명(미라벨라)을 쓴다며 자신의 연기론을 늘어놓던 중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추구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그건 연기만이 아니라 영화 자체를 향하는 말이기도 하며, 스판 농장에 사는 히피족 중 한 명이 가볍게 내뱉는 "배우들은 다 가짜"라는 말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2. 샤론 테이트가 극장에 가서 자신이 조연으로 출연한 (1969)를 본다. 관객들 틈에 섞여 샤론은 관객들의 리액션 하나하나에 미소 지으며 스크린 속으로, 그리고 상영관 안의 그 순간으로 빠져든다. 영사실에서 스크린을 향해 쏟아지는 불빛들, 관객의 웃음소리, 커.. 더보기
애가와 찬가로 가득한, 가장 사적인 타란티노 영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를 보며 (2019)야말로 쿠엔틴 타란티노가 처음부터 만들고 싶어 했던 종류의 영화인지도 모른다. 마치 마틴 스코세이지의 (2011)나 알폰소 쿠아론의 (2018)가 그들 각자에게 지닌 의미를 생각하듯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2019)'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건 영화와 시간 사이의 관계 때문이다. 걸어 다니는 영화 사전이 되어가면서 청년기를 보낸 그는 늘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본인의 방식으로 만들어내며 머릿속에 있는 꿈과 취향을 살아 움직이는 것으로 내보였다. 예산과 구조와 대상이 달라져도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그건 결코 가상과 현실을 혼동하거나 경계를 억지로 허무는 방식으로서가 아니라 '지금 보고 있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영화'임을 한시도 쉬지 않고 일깨우는 방식으로서만 기능했다. 자신이.. 더보기
[1인분 영화] ‘끝내주는’ 영화들과 ‘시작시키는’ 영화들 사이의 세계 (2020.03.09.) 두 사람이 있다. 혼자서 한 장 한 장 읽으면 다 읽는 데 수백 년은 걸릴 것 같은 서류 뭉치 앞에 앉아 잠들지 못한 채 포스트잇을 꺼내는 사람. 그리고 나치는 무조건 다 죽여야 한다며 취미로 대거를 꺼내 머리 가죽을 벗기는 사람. 두 사람의 세계는 서로 다른 세계다. 한 세계는 자신의 행동 하나가 세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고민하고 숙고하는 사람의 세계. 다른 한 세계는 그러거나 말거나 독일군을 생포해 심문한 뒤 죽이거나 헤겐크로이츠를 이마에 새겨 돌려보내는 것을 낄낄거리며 즐기는 사람의 세계. 비교적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 두 편의 영화를 나란히 보았다. 앞서 언급한 두 세계의 전자는 토드 헤인즈 감독의 (2019)의 세계이며, 후자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2009)의 세계다. 는.. 더보기
[1인분 영화] 취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 (2020.02.29.)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의 2월호 마지막 열세 번째 글은 '취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시리즈를 비롯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영화들을 다시 보며 느낀 것들을 썼다. ​(...) ​뭔지도 모르면서 영화 속에서 언급되는 ‘핫토리 한조’ 같은 이름들을 영화 속 배우들의 억양으로 따라해보기도 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인지 홍콩 영화인지 일본 영화인지 모를 그 다국적스러운 일련의 세계관에, 1부의 최종 보스라 할 수 있는 ‘오렌 이시이’의 유년을 소개할 때의 애니메이션, 수시로 튀어나오는 흑백의 장면들과 같이 이 영화에는 유년의 제게도 ‘취향 저격’일 만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입니다!) ​(2004)가 이듬해 공개되었지만 2편을 감상한 .. 더보기
[1인분 영화] ‘킬 빌 - 1부’ - 그 검은 누구의 검인가 (2020.02.26.) ​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2월호 열한 번째 글은 '그 검은 누구의 검인가'라는 제목으로 영화 (2003)에 관해 썼다. 쿠엔틴 타란티노. 지금 할리우드 영화를 찾는 관객이라면 국내에서도 이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겠지만, (1992)과 (1994)까지만 해도 적어도 국내에서는 흥행 감독이 아니었다. 그의 이름을 국내 관객들에게 처음 제대로 각인시킨 영화는 바로 두 편의 이 아닐까. 본래 한 편의 영화로 촬영했지만 2003년 1부, 2004년 2부로 나누어 개봉했다. 다만 와 는 거의 완전히 다른 성격의 작품이라고 해도 될 만큼 (어쩌면 제작할 때부터 그것이 계획이자 의도였을지도) 구분되는 점이 많다. 여기서는 우선 1부 이야기를 하면 충분하겠다.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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