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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있다. 혼자서 한 장 한 장 읽으면 다 읽는 데 수백 년은 걸릴 것 같은 서류 뭉치 앞에 앉아 잠들지 못한 채 포스트잇을 꺼내는 사람. 그리고 나치는 무조건 다 죽여야 한다며 취미로 대거를 꺼내 머리 가죽을 벗기는 사람. 두 사람의 세계는 서로 다른 세계다. 한 세계는 자신의 행동 하나가 세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고민하고 숙고하는 사람의 세계. 다른 한 세계는 그러거나 말거나 독일군을 생포해 심문한 뒤 죽이거나 헤겐크로이츠를 이마에 새겨 돌려보내는 것을 낄낄거리며 즐기는 사람의 세계.
비교적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 두 편의 영화를 나란히 보았다. 앞서 언급한 두 세계의 전자는 토드 헤인즈 감독의 <다크 워터스>(2019)의 세계이며, 후자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의 세계다. <다크 워터스>는 미국의 거대 화학 기업이 생명체에 유해한 화학 물질을 그 유해성을 알면서도 몰래 버린 이야기를 세상에 들춰낸 변호사의 이야기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최대한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치의 앞잡이들’을 극장에다 몰아서 가둔 뒤 거기 불을 지르는 이야기다.
(...)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의 3월호 네 번째 글은 <‘끝내주는’ 영화들과 ‘시작시키는’ 영화들 사이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영화 <다크 워터스>(2019)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에 관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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