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창 썸네일형 리스트형 미래가 아직 오지 않았음을 기억하기: '컨택트'(2016) "모든 여정을 알면서, 그 끝을 알면서도, 난 모든 걸 받아들여. 그 모든 순간을 기쁘게 맞이하지." -‘루이스’의 내레이션 막스 리히터의 ‘On the Nature of Daylight'를 들을 때면 영화 (Arrival, 2016)의 첫 번째 신과 마지막 신이 지금도 생생하게 스친다. 사람은 자신의 앞에 벌어질 일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알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특정한 언행이나 사건을 되돌리기를 원하는 것도 그 일이 장차 미래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지를 사후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삶은 그러니까 오직 지금만 알 뿐 끝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라는 이름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언어학자인 ‘루이스’(에이미 아담스)는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나타난 열두 척의 ‘셸’.. 더보기 김동진의 말 01 - “네 삶 너머에도 너의 이야기는 존재하니까.” _ "네 삶 너머에도 너의 이야기는 존재하니까." (There are days that define your story beyond your life.) [영화 (Arrival, 2016), 드니 빌뇌브] 에이미 아담스가 연기한 언어학자 '루이스'가 먼 곳을 응시하는 저 표정에는 지나온 수십 년의 시간과 아직 다가오지 않은 더 기나긴 수백 년의 세월이 응축돼 있다. 얕은 산 아래로 내려오는 구름들과 저마다 짐을 꾸리고 분주히 어디론가 떠나가는 사람들. 조약돌 같기도 바위 같기도 한데 또 거울 같기도 한 헵타포드 종족의 비행선들이 지나간 자리. '루이스'는 옆에 선 물리학자 '이안'에게 묻는다. "당신의 전 생애를 다 볼 수 있다면, 삶을 바꿀 건가요?" 바꾸지 못한 것과 바꿀 수 없었던 것들이 연속이 지.. 더보기 2021년 1월의 기록 "헵타포드의 경우 모든 언어는 수행문이었다. 정보 전달을 위해 언어를 이용하는 대신, 그들은 현실화를 위해 언어를 이용했다. 그렇다. 어떤 대화가 됐든 헵타포드들은 대화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지식이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대화가 행해져야 했던 것이다." (테드 창, 「네 인생의 이야기」) 4주에 걸친 관객의 취향 [써서 보는 영화] 온라인 수업을 마친 저녁.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읽는 것보다 이미 보았고 이미 읽었던 것들을 다시금 들추는 사이 한 달이 지났다. 거기에는 썼던 것들을 다시 만나는 시간도 포함돼 있었을 것이다. 써놓은 글을 다시 읽다 보면 그런 생각도 든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까? 어차피 삶이 계획한 대로만 되지 않지.. 더보기 나의 '테넷'과 루이스의 '헵타포드'를 겹쳐 생각하며: 다시 본 영화 '테넷'(2020) 리뷰 "그러나 이따금 '헵타포드 B가 진정한 우위를 점하면서 일별의 순간이 올 때, 나는 과거와 미래를 한꺼번에 경험한다. 나의 의식은 시간 밖에서 타다 남은 반세기 길이의 잿불이 된다. 이런 경험을 할 때 나는 세월 전체를 동시에 지각한다. 이것은 나의 남은 생애와 너의 모든 생애를 포함하는 기간이다." (테드 창,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 『당신 인생의 이야기』, 김상훈 옮김, 앨리, 2016, 217쪽.) 억 달러 단위의 예산이 들어가는 영화가 '오리지널 스토리'일 수 있는 것, 스튜디오와 긴밀하게 협업하는 필름메이커가 거의 전권을 쥐고 자신의 구상과 계획을 물리적 실체로 만들 수 있는 것. '테넷' 같은 경우가 아니고서는 이런 일을 떠올리기 어렵다. 여러 필자들이 일찍이 말하거나 썼듯이 나 또한 '쉽.. 더보기 [1인분 영화] 12월호 03 - 주어진 시간에 다르게 도착하는 방법(2) [1인분 영화] 12월호 세 번째 글은 '주어진 시간에 다르게 도착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6)에 관한 글의 2부를 발행했다. 물론 국내 개봉 제목을 정하기까지의 전후 사정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만, 영화 의 원제인 ‘Arrival'이 더 넓은 의미에서 ’Contact'보다 영화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 제목인 것도 지금 하게 될 이야기 때문이다. 인간과 ‘헵타포드’의 접촉, 대면이 아니라 ‘헵타포드’가 인류가 사는 지구에 ‘도달’했다는 사실 자체. 접촉은 두 존재의 행위 자체만을 말하지만 도달은 앞으로 펼쳐질 것들의 시작이 바로 그 접촉이라는 점을 내포한다. ‘헵타포드’들이 인간 세상에 도착했다. 여기 도착한 그들은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혹은 그들은 왜 여기 온 것일까. (...) 더보기 [1인분 영화] 12월호 02 - 주어진 시간에 다르게 도착하는 방법(1) [1인분 영화] 12월호 두 번째 글은 '주어진 시간에 다르게 도착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6)에 관한 글의 1부를 발행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2016)에 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길고 짧은 글과 말들을 통해 이야기했다. 얼마 전 한 독립서점에서 진행하는 영화 모임에서도 이 작품을 다뤘고 지난 연재 글 중 에 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음은 물론이다. 지금에 와서 다시 를 꺼내는 이유. 그 이유란 ‘지금 내게 가 다시 도착했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겠다. 열 번은 족히 감상했을 영화에 대해서 또 무슨 이야기를 새롭게 꺼낼 수 있을까 싶겠지만 2019년 11월 마지막 금요일, 그날 어떤 일이 일어났다.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