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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시트'를 보며 동시에 경험한 희망과 절망들
삶 자체가 하나의 ‘재난 상황’일지도 모르지만 | 의식의 흐름이라는 건 종종 꽤 무섭다. 플랫폼 자체를 그리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간혹 소소한 도움이 될 때가 있어 ‘나무위키’라는 곳을 가끔 본다. 작년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문서를 살피다가 출연 배우의 개별 문서를 이어서 보던 중 배우 김민정이 어릴 때 삼풍백화점의 개점 광고에 잠시 등장했다는 내용을 접했고, 곧이어 ‘삼풍백화점’ 관련 문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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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 하지만 <엑시트>를 본 700만 관객(8월 17일 기준)이 모두가 교훈을 느껴 내일부터 당장 암벽등반 동호회에 가입하진 않을 거다. 어쩌면 희망은 다른 곳에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짧은 에피소드 하나. ‘용남’과 ‘의주’는 고생 끝에 올라간 어떤 상가 건물 옥상에서 자신들을 발견한 헬기를 기다리던 중, 건너편 보습학원 안에 갇힌 아이들을 본다. 두 사람은 아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헬기가 아이들을 구조하도록 유도한다. ‘의주’는 엄마를 외치며 울먹이고 ‘용남’은 취업하면 꼭 사무실이 고층인 곳으로 갈 거라며 투덜대기도 하지만, 둘은 자신의 삶이 지금 처한 재난에도 불구하고, 설상가상의 위험한 진짜 재난 속에서도, 타인에게도 지금을 벗어날 기회를 주는 사람들이다.
영화 <엑시트>가 주는 희망이란 이런 것이다. 선의를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한, 잘하면 이 세상은 더 나빠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 암벽등반처럼 취업에 직접 도움이 안 되는 일도 쓸모가 있다는 것보다 더 희망적인 건 우리가 어떤 상황에도 누군가의 손을 놓지 않을 수 있다는 일이다.
‘누구에게나 그들만의 기회가 /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무한한 능력들’ (...) 영화의 크레딧이 나올 때 나오는 이승환의 노래 ‘슈퍼히어로’의 가사를 곱씹으며 한 번 더 생각했다. ‘원더우먼’이나 ‘캡틴 아메리카’만 영웅이 되는 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영웅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는 반드시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인물이지는 않다. <엑시트>가 삶이 쓸모 있다는 희망을 주는 엔터테인먼트일 수 있는 이유는, 세상이 나 혼자만 사는 곳이 아니라서다. 삶의 갖가지 재난 속에서, 거기 찾아온 극한의 더 나쁜 재난 속에서, 나조차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의식의 흐름을 나보다 다른 사람에게로 향하는 건 쉽지 않다. 그것은 모두가 나의 가능성을 ‘거기까지’라고 할 때, 스스로 그것을 뛰어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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