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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영화 '콘클라베'(2024) 리뷰 외부와 통신이 제한된 환경에서 (2024) 속 추기경들과 수녀들은 단지 활동의 범위만 한정받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대해서도 비슷한 환경에 놓인다. 당연한 말 같지만 교황 선출의 요건(선거인단 3분의 2 이상의 투표 획득)을 갖춘 투표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며칠이고 몇 번이고 같은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것. 그러니까 뽑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건은 분명 인물(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가령 선호하거나 혹은 선출되어야 한다고 믿는 후보가 뽑힐 때까지 그에게 투표하기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여러 이유를 고려해 최선 혹은 차악의 후보에게 표를 줘서 3분의 2 이상 득표 요건을 충족하도록 할 것인가.⠀추기경단 단장인 로렌스(랄프 파인즈)는 스스로의 신앙심에도 내내 의문을 던지면서 오직 고위 성직자에게 걸맞.. 더보기
영화 '썬더볼츠*'(2025) 리뷰 (2025)는 이제는 거의 정형화된 '수퍼히어로' 장르의 틀을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깨뜨리는 꽤 신선한 영화였다. 팀-업은 흔히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적에 맞서기 위해 힘을 합치는 방식과 계기로 이루어지지만 날지도 못하는 '썬더볼츠'는 결성(?)부터가 버려지거나 잊히거나 누군가에게 쓸모를 다했던 이들이 소각될 저장소에서 만나 살아남는 과정에서 규합/동거하게 된 이들의 어색한 만남이었다는 점에서 '어벤져스'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이터널스' 등의 다른 팀과는 궤를 달리한다. ⠀ '어벤져스' 이야기가 나왔으니, 는 영화 안에서나 밖에서나 이제는 1기 어벤져스가 없는 상태에서 각 인물들이 살아갈/나아갈 방향을 잘 찾았다는 점을 납득하게 한다. 살아갈 방향. 그건 시각적으로나 캐릭터 내면에 있어서나 마.. 더보기
씨네큐브 광화문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내한 토크 후기 (...) [OTT와 극장의 차이] 극장과 극장 밖의 자명한 차이 중 하나는 극장이 오직 창작자의 의도대로 관객이 영화를 만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이 점을 언급했다. OTT와 달리 극장은 멈추고 다른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역시 현장에 자신의 감각을 오롯이 맡길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관객 입장에서는 집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조금 불편이 있을지 몰라도 크리에이터에게는 할 수 있는 일이 더 확장되도록 해준다는 것. 가령 주의가 분산되기 쉬운 집에서 보는 TV 시리즈 등은 시간을 계산해서 일정한 시간마다 특정한 자극이나 스펙터클을 안배한다든지 리듬을 고려하게 되기 쉬운데 어차피 멈추거나 페이스를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극장 영화는 창작자가 원하는 스토리.. 더보기
2019년 8월 5주의 영화 소식 아카이브 1. 뉴욕의 마지막 단관 극장 '파리 극장' 71년 만에 문 닫다 우리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소식부터 시작하게 되는군요. 뉴욕 시에 있는 581석 규모의 영화관 '파리 극장'(The Paris Theatre)이 개관 71년 만에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이 극장의 위치는 센트럴 파크 인근의, 플라자 호텔과 트럼프 타워 사이인데요. 파리 극장은 뉴욕 시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아주 오래된 '아트하우스' 극장의 하나였습니다. 또한 전국 규모의 개봉이 아닌 '제한 개봉' 이후 차차 상영관을 늘려가는 개봉 전략인 'Platform Release'의 시대를 연 극장 중 미국 내에 마지막으로 남은 단관 극장이었다는 특수성 때문에 이 소식은 현지의 극장 애호가들 사이에서 안타까운 일이 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파리 극장에.. 더보기
영화 '끝, 새로운 시작' GV 준비 메모 일부 안녕하세요 오늘 영화 '끝, 새로운 시작'의 해설을 맡은 김동진이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보다 사실 더 많이 안 오실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는데요 주말 오후 시간 이 영화를 선택해주셔서, 그리고 이 GV 시간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최대 약 1시간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에 여러분들의 영화에 대한 감상을 조금 더 풍분하게 만드는 게 보탬을 주기 위한 여러가지 설명들을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저를 처음 보신 분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드리자면 저는 영화 홍보마케팅과 배급업에 종사를 했던 적이 있고, 제 개인 채널과 지면, 온라인에 12년째 글을 쓰면서 영화를 주제로 한 여러 가지 모임이나 행사, 글쓰기 강의 등을 맡고 있습니다. 1p오늘 여러분들이 보신 영화 에 대해 제가 설명드리는 건 당연하겠지.. 더보기
계속 써야 더 중요해지는 거야: 영화 '작은 아씨들'(2019) 거의 일주일에 가까운 설 명절 연휴를 포근하게 보낸 직후 찾아온 입춘 한파 속에서 영화 한 편을 고르고 노트북을 펼친다. 3년 전 이 지면 3월호에서 영화 (2020)를 다루며 조지 엘리엇의 소설 속 한 대목의 인용으로 마무리한 적이 있다. “우리가 이 땅을 이토록 사랑할 수 있음은 이 땅에서 보낸 유년 시절 때문이며, 자그마한 손가락으로 따던 그 꽃들이 봄마다 이 땅에서 다시 피기 때문이다.”* 봄을 함께 맞이하자며 독자들에게 편지처럼 건넸던 이 이야기를 혹시 기억하실는지. 위 소설 속 구절은 그레타 거윅의 영화 (2019)에서 대사로 등장한다. 조와 베스 두 자매는 바닷가에 앉아 책을 낭독한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집안의 네 자매 중 둘째인 조는 글을 써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더보기
보람과 인정 없이도, 해야 해서 함께하는 일: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2025) 리뷰 (...)흔히 기대하는 요소이기도 하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하는 요소인, (특히 주인공인) 인물의 성장과 변화가 [중증외상센터]에서는 '백강혁'보다는 그 주변 인물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 백강혁은 그냥 그런 사람이다. 이 점이 기존의 서사 영상물과는 대조되는 측면에서 장단 모두를 갖는 듯하다. 많은 작품들이 캐릭터의 전사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인물에게서 의외성을 발견하면서 그리고 그것을 현재 갈등의 원천으로 삼으면서 시련과 사건으로부터 드라마를 이끌어낸다. 그건 당연히 [중증외상센터]가 의도한 속도감 있는 전개 방식에는 맞지 않는다.⠀최근에 시리즈 한 시즌을 빠른 호흡으로 시청한 것이 제법 오랜만이다. 전단에서 잠시 쓴 것처럼, 이 작품이 오로지 백강혁이라는 한 캐릭터의 존재만으로 모든 .. 더보기
넷플릭스 시리즈 '아수라처럼'(2025) (...) 작품 후반부에서 대두되는 건 네 자매 중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비슷한 막내 사키코와 셋째 타키코 사이에 있어왔던 어떤 감정의 골이 해소되는 계기가 마련되는 에피소드다. 처음에는 초중반 회차들에 비해서 6화와 7화 정도에 할애된 이 이야기가 따로 노는 듯 여겨졌지만 결국 다 보고 나면 이 '아수라 같은' 이야기들 속에서도 생생히 살아 있는 네 여성의 일상에 새로운 바람이 깃드는 과정을 그 자체로 수긍하게 된다.⠀영화에서 주로 익숙하게 목격해 왔던 것과는 매체의 특성상 당연하게도 다른 결을 지니고 있지만 (2023)이 그랬던 것처럼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유의 연출과 각본은 여전하다. 가족의 내밀한 이야기에서 보편적인 감정을 이끌어낼 줄 아는, 마냥 긍정과 낙관으로만 채워져 있지 않고 서늘한 통찰까지 .. 더보기
영화 '바튼 아카데미'(2023) 남아 있는 사람들,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영화 '바튼 아카데미'(2023)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한 명문 사립학교 '바튼 아카데미'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2주 남짓의 짧은 방학을 맞이한다. 괴팍하고 냄새나고 학점도 잘 주지 않는 역사 교사 폴 허냄(폴 지아마티)은 갖가지 사정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고 학교에 남게 된 학생들을 관리 감독하는 사감의 역할을 맡게 된다. 당번처럼 순서가 있었으나 다른 교사가 부모의 병환을 핑계 삼아 해당 순번을 비켜간 덕분이었다. 그렇게 폴과 함께 말썽쟁이 학생인 앵거스 털리(도미닉 세사),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학생식당 조리사 메리 램(데이바인 조이 랜돌프) 등 바튼 아카데미에 남은 사람들(영화의 원제 'The Holdovers')의 성.. 더보기
영화 '하얼빈'(2024) https://brunch.co.kr/@cosmos-j/1664(2024)은 극장에서 관람할 가치가 충분한 영화였다. 65mm 카메라로 촬영된, 우민호 감독에 따르면 CGI가 사용되지 않은 실제 로케이션(라트비아, 몽골 등) 장면들, " data-og-host="brunch.co.kr" data-og-source-url="https://brunch.co.kr/@cosmos-j/1664" data-og-url="https://brunch.co.kr/@cosmos-j/1664" data-og-image="https://scrap.kakaocdn.net/dn/1zu7o/hyX4kZ3fM9/mTbwgHOYKl8WNaGtFMEKrK/img.jpg?width=1280&height=851&face=0_0_1280_8..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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